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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검사의 객관의무와 검찰개혁 과제대법원 2002. 0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roh@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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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승인 2014.09.05  19: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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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사실관계

피해자는 ‘범인이 자신의 팬티를 칼로 찢은 후 강간하였는데 당시 범인이 사정을 한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해당일 압수된 팬티에 정액으로 보이는 얼룩이 있어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다. 검사는 원고를 강도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후 당해 팬티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은 원고나 그 피해자의 남편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피해자의 유전자형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를 입수하게 되었다.

이러한 감정결과는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위 감정 결과서를 법정에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제1심법원이 원고에 대하여 일부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5년의 형을 선고하게 되었고, 항소심에서도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여 항소심법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직접 사실조회를 하여 원고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었다.

그러자 원고 측에서는 검사가 이러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조사하여 제출할 의무가 없으므로 과실이 없다’고 하면서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1심과 원심은, 검사는 범죄의 수사를 통한 사회방어뿐만이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도 함께 지닌다고 보아야 할 것인 바,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사실도 조사/제출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상소와 비상상고도 하여야 할 객관의무가 있다는 전제하에서 검사의 행위는 과실이 있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 측에서 상고를 제기했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관한 사항 및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424조는 ‘검사는 피고인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할 수 있다고 해석되므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Ⅲ. 대상 판결의 평석

1. 대상 판결의 취지

본 판결은 피고 측에서,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라고 하는 것은 공익을 위하여 범죄수사, 공소제기, 재판의 집행지휘 등을 한다는 의미일 뿐 이를 근거로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조사하여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함에 대해서, 검사의 객관의무는 ‘공익의 대표자’ 지위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은,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사실을 조사/제출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상소와 비상상고도 하여야 할 의무’라고 함으로써 종전 판결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2. 검사의 이중적 지위와 객관의무 인정여부

검사가 행사하는 검찰권은 행정권에 속하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서 사법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검사는 행정기관이면서도 사법기관이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검사의 이러한 특수한 성격에서 검사에게는 법관과 같은 자격과 신분보장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검사의 ‘준사법관적성격’이라고 한다. 따라서 검사는 법관과 같은 진실과 정의에 따라야 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판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검찰청법 제4조 제2항도 그러한 취지이다.

한편 독일의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상소권이 허용되고, 단순히 피고인에 대한 유죄청구만이 아닌 피고인을 위한 정당한 재판을 청구하는 것이 임무라는 의미에서 법관과 같이 ‘객관의무’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동법 제160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객관의무를 소송법상 인정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충분한 논의는 아직 없지만 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 다수인 듯하다. 이에 반해, 검사는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당사자의 지위에 있으며, 피의자·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사나 소송활동을 소송법상 의무라고까지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정하는 입장도 있다.

원래 이러한 객관의무는, 실체적 진실주의=직권주의 계보에 속하는 독일에서의 관념론적인 논의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당사자주의를 강조하는 한국에서도 타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피라미드 조직을 가지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수사기관으로서 지위를 갖지만 다른 한편에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전제로 하여 초기 경찰수사에 대한 비판자로서 적정절차 옹호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공정한 법해석/적용이나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상소를 인정함으로써 소송지휘권과 사실인정, 양형판단의 권한을 갖는 법원에 대한 견제기능으로서 작용도 강조되고 있다.

비록 당사자주의하에서 검사는, 실질적인 수사의 당사자로서 충실성도 요구되지만 행정관으로서 공적 지위를 가지는 막강한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스스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객관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함으로써 검찰권의 행사에 대해 사법심사를 미치게 하는 매개개념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 객관의무의 포섭내용과 검찰의 개혁 과제

객관의무에 관해서는 검찰권의 행사를 통제하는 이론이 아닌 오히려 검찰권의 강화로 이어가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객관의무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검사의 실체법상 권한을 강화해 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의무가 검찰권에 대한 강력한 통제원리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객관의무의 포섭내용은 무엇이고, 이를 근거로 하는 검찰개혁의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수사권과 관련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모든 범죄의 수사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사법경찰관에게 수사개시/진행권이 인정되었지만 검사는 여전히 수사주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에 대해서 완벽한 입법례나 제도는 없으며 각 나라의 전통이나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영미법계나 대륙법계 모두가 회계나 조세, 금융, 증권분야 등 특수범죄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해 감으로써 상호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중요한 범죄수사를 제외하고는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 부당한 수사에 대한 통제기능에 검찰권을 집중하는 것이 객관의무에 충실할 수 있다. 검사가 모든 수사에서 당사자성을 강조하다보면 피의자/피고인의 이익보호에 소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찰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 지방분권의 실현,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하고, 검사의 지휘를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장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공소를 제기/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객관의무가 피의자/피고인이 부당하게 응소를 강요당하지 않도록 검사의 공소권을 억제하는 공소권 남용론이나 피의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근거지우고, 이를 매개로 소추억제, 개시의무와 개시대상을 확대하는 실천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행법은 증거개시제도를 명문화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면서 검찰의 거부처분에 대해서는 당해 증거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방법을 규정하고 있으나 부족하다. 공소제기 자체를 무효화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소추억제이론으로서 공소권 남용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고 판례도 인정해 가는 추세이다. 부당기소에 대한 제도적 억제수단이 없는 현행법하에서 소추재량에 있어서 검찰의 실체변혁을 요구하는 이론으로서 강조되어야 한다.

셋째, 종래 검찰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신’을 갖지 못하면 기소를 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형벌권의 실현이 국가적인 문제이고 동시에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자를 바르게 처벌해야 한다는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에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강력히 원한다면 비록 범죄에 대한 ‘확신’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일단 공소를 제기하여 공판과정에서 이를 확인해 갈 필요가 있다. 최근 피해자의 소송절차에 대한 관여의 폭을 넓혀 가는 것도 이러한 취지이다. 향후 검찰로서는, 1)상대화된 실체적 진실의 추구와 절차에의 정당성 확보라는 소송법의 이념에 충실하고, 이를 위해 2)수사과정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 통제에 검찰권을 집중하고, 검찰 스스로의 내부규제 원리로서 객관의무를 보다 철저히 강조하면서도, 3)기소과정에서는 검찰의 종국적인 처분을 완화하고, 공판과정을 통해 피의자/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의 이익도 객관의무의 내용으로 포섭해 가면서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설명과 설득책임을 다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검찰의 개혁방향을 근거지우는 단서로서 형사소송의 이념과 검사의 객관의무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Ⅳ. 대상판결의 평가

본 대상판결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할 객관의무가 있다는 종전 판결을 재확인하고 있다.

특히 본 사안에서 “피해자의 팬티에 묻은 얼룩에서 검출된 남자의 유전자형이 원고나 그 피해자의 남편의 그것과 다를 뿐 아니라 피해자의 그것과도 다르다는 ‘감정 결과’는 제3의 범인의 존재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고, 원고 또한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도 범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한다”고 하여 증거를 제출하여야 할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사례가 축적된다면 검사의 객관의무의 내용도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다만, 객관의무의 근거를 검사의 ‘공적지위’에서만이 아니라 명문의 법적 근거를 요한다는 점, 그 내용도 피고인의 이익만이 아닌 ‘피해자’의 이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향후 검찰의 수사, 기소, 공판과정에서의 개혁 과제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 판결은 높이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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