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 앤 그레이 브래드 몰트(Brad Malt) 대표변호사

2014년 8월 8일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 tion) 연차총회에 참석한 대한변호사협회 대표단은 보스턴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로펌 롭스 앤 그레이를 방문하였다. 브래드 몰트 대표변호사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방문을 통하여 한국법률시장에 관한 미국계 로펌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브래드 몰트 대표변호사는 지난 미 대선때 대통령후보로 출마하여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미트 롬니의 개인변호사로도 미국 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여 한국의 법조인들이 궁금해 할 만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롭스앤그레이는 2012년 7월 20일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되자 제1호로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했다. 굉장히 적극적인 행보였는데, 롭스앤그레이를 소개해 달라.

우선, 대한변호사협회에 제1호로 등록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라는 점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롭스 앤 그레이가 그만큼 한국 시장과 한국 클라이언트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롭스 앤 그레이는 서울을 포함해 전세계 5개 국가에 11개의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로펌으로, 총 1200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 중 35명은 한국국적 또는 한국계 변호사이고, 그 가운데 9명은 파트너 변호사이다. 외국계 로펌 중 가장 많은 수의 한국계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는 로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대한변협을 통해 세월호 피해지원을 한 것으로 안다.

올해 6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 서울시청 앞을 지나친 적이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수천개의 노란리본을 보았는데, 희생자들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과 그들의 선생님들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그 모든 것에 매우 숙연해 졌다. 어떻게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대한변호사협회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지원금을 기부했다. 한국에서는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인만큼 비록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직접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에 기부금을 제공한 첫 로펌이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한국 법률시장에서 어떤 분야의 법률서비스에 집중하고 싶은가?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법률서비스는 지식재산권 송무, M&A/사모펀드, 정부집행, 공정거래 그리고 생명과학분야 등이며 앞으로도 이들 분야에 집중하고자 한다.

지식재산권 송무의 경우, 서울에 사무실을 열기전부터 이미 미국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한국기업들을 대리해 왔다. 롭스 앤 그레이의 지식재산권 송무 그룹의 경우 2014 U.S. News & World Report 랭킹에서 “특허 소송 부문 – 올해의 로펌”으로 선정되었으며, 챔버스 아시아(Chambers Asia)는 2013-2014년에 지식재산권 송무부문에서 우리를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중 유일하게 밴드(Band) 1에 랭크함과 동시에, 한국 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는 김용균 대표와 천상락 파트너를 지식재산권 송무 부문에서 밴드(Band) 1에 랭크하였다.

약 200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는 롭스 앤 그레이의 M&A/사모펀드 그룹은 챔버스가 세계적으로 인정해 주는 그룹이며, 우리 로펌의 가장 큰 프랙티스 그룹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관련 M&A업무를 위해 이 분야에서 다년간 활약한 이재우 파트너를 영입했으며, 현재 다양한 한국 관련 M&A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우리 M&A/사모펀드 그룹의 경우 지난 5년간 총 누적금액이 272조원이 넘는 규모의 딜들을 자문했으며, 글로벌 클라이언트들로는 세계 30 대 사모펀드 중 Bain Capital, TPG, Blackstone 등을 포함한 13개의 사모펀드 클라이언트를 대리하고 있다.

정부집행 그룹의 경우, 최근 코오롱과 듀퐁간의 영업비밀침해소송과 매우 비슷한 영업비밀침해 관련 미국 법무부의 조사과정에 있어 한국기업을 대리한 바 있다. 비록 현재 진행 중인 코오롱-듀퐁 사건과 그 심각도면에서 매우 비슷한 사건이었고, 실제로 듀퐁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코오롱-듀퐁과 비슷한 점이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었으나, 그 결과는 매우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수 년간 클라이언트를 공격적으로 대리함과 동시에 미법무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계획된 전략을 구사한 결과, 우리 클라이언트는 코오롱과 달리 미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deferred prosecution agreement)함과 동시에 2백만불을 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 이와 동시에, 듀퐁은 우리의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별도 합의서를 체결하였다. 결론적으로, 코오롱-듀퐁과 여러면에서 매우 비슷한 사건이었으나, 실제 재판과 판결로 사건이 연결되지 않음으로써 우리 클라이언트는 모든 형법적, 민법적 문제를 상당히 저렴한 비용과 짧은시간에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국제카르텔에 대한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미국내에서 한국기업의 반독점법 관련 소송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이다. 롭스 앤 그레이는 현재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법원에서 계속중인 한국의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 관련 기업의 공정거래 송무업무를 맡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집단소송, 구매자 소송 그리고 주검찰 조사 등 다양한 소송이 겹친 사건이다. 챔버스에 랭크되어 있는 우리 공정거래 그룹은 정기적으로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방문하여 카르텔, 지식재산, 공정거래 등 다양한 법과 관련된 공정거래 준수와 소송과 관련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며, 향후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로 뻗어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만 해도 한국 정부는 총 12조 3902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처음으로 개인·집단 기초연구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경우,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때 바이오젠을 대리했는데,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빠른 추세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롭스 앤 그레이의 생명과학 그룹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미국의 Fortune 500 기업에서부터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기업까지 다양한 제약, 기기, 바이오텍, 음식, 보조식품 등의 기업들을 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또한 대리하고 있다. 생명과학 그룹에는 한국의사 출신인 어소시에이트 변호사 또한 근무하고 있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에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니즈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롭스 앤 그레이는 대형화와 전문화 중 ‘대형화’를 선택했다고 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대형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우리 로펌은 전세계적으로 40개의 프랙티스 분야가 있으므로 충분히 대형화를 선택했다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위해선 대형화보다는 전문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특히 이미 언급한 지식재산권 송무, M&A/사모펀드, 영업비밀사건, 정부집행, 공정거래, 생명과학 등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대형화가 아닌 전문화를 선택한 이유는, 롭스 앤 그레이는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20년 이상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한국 클라이언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이들 분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딱 2년을 맞았다. 아직까지는 2단계 개방만 이뤄진 상태라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제한적’인 단계인데, 3단계 개방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현재로서는 한국 변호사를 채용할 계획이나 한국법 업무를 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전문화와도 연결선상에 있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잘해온 분야에 집중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롭스 앤 그레이는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지식재산권 송무, M&A/사모펀드, 영업비밀사건, 정부집행, 공정거래, 생명과학 그룹을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그룹의 변호사들이 한국 클라이언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우리의 전략은 우리가 잘하는 분야, 그리고 잘해온 분야에 대해서 한 우물만 파는 전문화 전략을 택하고자 한다.

롭스 앤 그레이의 글로벌 업무에서 송무와 자문의 비중이 각각 어떻게 되나?

이 인터뷰를 위해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검토 해 본 결과, 지난 5년간 글로벌 송무 대 자문 업무 비중은 4 대 6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의 경우, 송무업무의 비중이 자문업무에 비해 더 큰데, 이는 기존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제공하던 서비스가 송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자문업무의 비중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것 같다. 롭스 앤 그레이의 인재상이나 채용방식, 특유의 조직문화를 공개해 줄 수 있는가?

롭스 앤 그레이의 채용은 엄격하게 실력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절대로 현직 파트너 변호사의 자녀는 채용하지 않는다. 롭스 앤 그레이가 채용을 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과 성취욕구, 과거경력 및 삶의 경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얼마나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등이다. 또한 실력을 바탕으로 하되, 다양성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특징이다. 롭스 앤 그레이는 최근 미국에서 로펌 랭킹인 Vault의 전체 다양성(diversity) 랭킹 부문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우리가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변호사들을 채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롭스 앤 그레이는 최고위 파트너 변호사들이 전체 로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한다. 브래드 몰트는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소탈한 아저씨와도 같은 모습으로 변협 대표단을 편안하게 맞아 주었으며 만남 내내 한국 법률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의를 표명하였다. 특히 대화 가운데 보여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그의 관심과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자부심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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