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5671 판결을 중심으로-

1. 사실관계

원고는 2004. 10. 13. 피고와의 사이에 A아파트 1개 호수를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A아파트 공급계약서 제2조는 “피고와 원고는 복지주택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시설이용계약을 공급계약과 동시에 체결하고, 원고는 이용계약서에서 정한 시설이용선납금을 정해진 기일 내에 납부하여야 하며, 관리비 또한 동 계약서에서 정한 금액을 정해진 일자에 납부하여야 한다”고, 시설이용계약서 제21조는 “피고가 지정한 골프장의 골프이용권은 세대당 1인에 한하여 지명으로 부여되며 이용권에 대한 권리는 피고에게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한편, A아파트 분양 팸플릿에는 국내에 골프장이 있는 실버카운티는 처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단지 내에 9홀 골프장을 조성하여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골프장 조성시까지 다른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일간지 전면광고에는 골프장 사진과 함께 9홀 골프장을 비롯한 기타 휘트니스 시설을 갖춘 대단지 실버아파트라는 내용이 각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는 2007. 2. 20. 관할청에게 골프연습장 및 부대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도시계획시설 변경과 산지전용 허가 신청을 하였으나, 관할청은 자연생태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처분을 하였고, 그 후 피고는 결국 A아파트 주변에 9홀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0. 10. 28.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이 사건 분양계약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제되었으므로 분양대금 및 시설이용선납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i) 이 사건 분양계약의 주요 내용은 원고가 피고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A아파트를 건축하여 전유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며, 전유부분을 인도할 의무로 봄이 상당하고, 골프장 이용권은 A아파트 입주자들의 문화생활 및 진료시설 이용을 위한 이 사건 시설이용계약의 일부에 불과한 점, (ii) 실버타운이란 노인들에게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각종 문화공간, 체육시설 등 일체의 노인복지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그 중 골프장은 체육시설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실버타운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인 점, (iii) 피고가 A아파트 주변에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체의무로서 원고에게 다른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그 이용료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 이행의 보완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A아파트 주변에 9홀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분양계약의 주된 의무가 아니라 부수적 의무에 불과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2. 11. 22. 선고 2012나22732 판결). 그런데 계속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피고는 분양 광고지나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하여 A아파트를 다른 아파트나 실버타운과 구별 짓는 특징으로서 9홀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하였고, A아파트는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 비하여 높은 가격으로 분양되었는데 위 아파트가 갖추고 있는 수영장 등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은 일반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실버타운에서도 갖출 수 있는 시설인 반면, 골프장은 그 건설에 복잡한 절차와 큰 비용이 소모되어 일반 체육시설과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분양대금과 시설이용선납금 중 상당액은 골프장 이용과 관련된 비용으로 볼 수 있으며, 위와 같이 분양대금과 시설이용선납금의 합계액이 고가인 이유를 달리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골프장 이용 여부는 원고가 비교적 고액인 분양대금과 시설이용선납금을 납부하면서도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된 중요한 동기 또는 목적의 하나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가 위 골프장을 조성할 의무는 이 사건 분양계약과 시설이용계약에 따라 피고가 이행하여야 할 주된 의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5671 판결).

3. 아파트 분양계약에 있어 골프장 건설의무가 주된 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법정해제의 요건으로서 주된 의무의 불이행

1개의 계약에는 통상 수개의 채무가 있는 것이 보통인데 민법상 법정해제권 발생의 요건인 채무불이행은 계약을 맺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 또는 그 불이행이 있으면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채무인 주된 의무의 불이행을 의미하고, 그렇지 아니한 부수적 의무의 불이행만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즉 주된 의무는 채권관계의 유형 및 성질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쌍무계약에 있어서는 이 의무만이 상대방의 의무와 견련관계에 있고, 그 위반만이 계약해제권을 발생시킨다. 대법원 또한 민법 제544조와 관련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매매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97. 4. 7. 자 97마575 결정), 법정해제권 발생 사유로서의 채무불이행은 주된 의무의 불이행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 주된 의무와 부수적 의무의 구별 기준

(1) 그렇다면 수개의 채무 중 어느 것이 주된 의무이고 어느 것이 부수적 의무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이 문제된다 할 것인바, 다음의 두 대법원 판결은 주된 의무와 부수적 의무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급부의 독립된 가치와는 관계없이 계약을 체결할 때 표명되었거나 그 당시 상황으로 보아 분명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의하여 결정하되, 계약의 내용 목적 불이행의 결과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전제하에 주된 의무와 부수적 의무를 구별하였다.

(2) 우선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3705 판결은, “계약서에는 배출시설설치신고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의 교부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고, 오히려 제8조(특약사항)에 ‘환경인허가비 별도’라고 명시되어 있는 사실,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원고의 2004. 4. 14.자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서류의 교부를 요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제출되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계약에서 설명서 등의 서류를 제공할 의무를 주된 의무로 삼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대기환경보전법상의 배출시설설치신고를 할 수 있도록 설명서 등의 서류를 교부할 의무를 부수적 의무로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다67011 판결은, “상가 분양 당시 층별 지정업종 및 품목을 중복되지 않게 정해놓고 수분양자들에게 분양을 원하는 층의 층별 지정업종의 범위 내에서 세부적인 취급품목을 지정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분양계약서에 ‘협의한 업종과 취급품목으로만 영업하여야 하며, 다른 업종이나 품목으로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분양회사의 사전 서면승인을 받아야 하고, 수분양자가 위 계약을 위반할 경우에 분양회사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지는, 경업금지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여 만약 분양계약 체결 이후라도 수분양자가 경업금지의 약정을 위배하는 경우에는 그 분양계약을 해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기존 점포를 분양받은 상인들의 영업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겠다는 것이므로, 분양회사의 이러한 경업금지의무는 상가 분양계약의 목적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분양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분양회사의 경업금지의무를 주된 의무로 판단하였다.

(3) 위 두 대법원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어떠한 의무가 당사자 사이의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가 주된 의무와 부수적 의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대법원 2005다53705 판결에서는 설명서 등 서류를 교부할 의무가 계약서에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았으나 대법원 2004다67011 판결에서는 분양계약서에 경업금지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나아가 위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 또한 규정되어 있었는바, 주된 의무와 부수적 의무를 구별하는 것은 결국 계약당사자의 의사 해석 문제라 볼 수 있고,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계약의 내용을 결정하는 주된 의무는 계약서에 분명하게 명시하고 그 위반에 대한 제재, 효과까지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의무가 계약서에 명시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주된 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한 위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 9홀 골프장 건설의무 불이행이 아파트 공급계약의 주된 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의 경우 특이한 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A아파트 분양계약 및 시설이용계약이 함께 체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양계약서에는 9홀 골프장 건설에 대한 내용이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시설이용계약서에는 제21조에 피고가 입주자들에게 특정 골프장의 골프이용권을 부여한다는 내용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에서 언급한 두 판결의 경우와는 달리 분양계약서 또는 시설이용계약서에 9홀 골프장 조성 의무가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분양 광고지나 일간지 광고에 9홀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으며, 분양대금이나 시설이용선납금이 A아파트 인근의 다른 실버타운보다 고가인 이유는 9홀 골프장 조성사업 때문이라는 점을 근거로 피고의 9홀 골프장 건설의무는 이 사건 분양계약 및 시설이용계약의 주된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주된 의무는 계약의 내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당사자는 계약서에 주된 의무의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보통이나 이 사건의 경우 분양계약서나 시설이용계약서에는 피고가 9홀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내용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다만 피고가 수분양자들에게 골프장의 이용권을 부여한다고만 규정되어 있다는 점, A아파트는 분양 방식뿐만 아니라 장기임대, 단기임대의 형식으로도 공급되었는데 수분양자나 임차인들 중 상당수는 시설이용선납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 분양 광고지나 일간지 광고는 청약의 유인에 해당될 수 있을지언정 각 광고에 기재된 문구가 계약의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아파트 분양계약에 있어서 분양자의 주된 의무는 아파트 소유권이전 및 인도이고 수분양자의 주된 의무는 분양대금의 지급이라는 점, 피고가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체의무로서 수분양자들에게 다른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그 이용료 상당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 이행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가사 피고의 9홀 골프장 조성의무가 시설이용계약의 주된 의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라도 분양계약의 주된 의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는바, 대법원이 분양계약과 시설이용계약의 관계 및 위 각 계약서의 내용 등에 대한 별다른 설시 없이 기타 다른 사정들만으로 피고의 9홀 골프장 조성의무가 분양계약 및 시설이용계약의 주된 의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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