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은 데이터의 ‘복제’와 ‘확산’이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인터넷 시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정보를 창출해 내는 빅데이터 시대로 불린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전달할 수 있으며, 파편화된 정보 조각들은 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이용자들이 맞춤형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사람들은 SNS 등의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을 경험하며 자신들이 사회적 존재임을 실시간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축복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빛의 속도로 퍼지는 정보는 한 개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갖고 오기도 한다. 직장인 A씨는 지난 2011년 여자 친구와의 성관계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스마트폰을 분실했는데, 동영상은 P2P 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여자 친구는 수치심을 못 견디고 자살했다. A씨는 P2P 사이트 측의 협조를 얻어 해당 파일의 추가공유는 막았지만,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퍼진 동영상 파일은 어쩔 수 없었다. A씨는 수년간 틈나는 대로 구글에서 파일명을 검색해 해당 파일이 올라올 때마다 게시자를 찾아 삭제 요청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구글이 ‘포토 DNA’라는 기술로 이용자의 전자우편을 검색하다가 아동포르노 소지 혐의자를 붙잡는 데 도움을 준 사건이 알려졌다. B씨는 구글의 전자우편 계정으로 친구에게 아동포르노 사진을 보냈다가 덜미를 잡혔다. 구글은 이 사실을 아동보호단체에 알렸고, 이를 인지한 경찰이 별도 수사를 통해 B씨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아동포르노 소지 혐의자를 신고해 체포까지 이끌어냈다고 한다.

위의 두 사례는 데이터의 ‘복제’와 ‘확산’이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흔히 발생하는 이야기들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국 공통된 주제는 ‘데이터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 정보주체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 즉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5년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하여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였고,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개인정보 정정·삭제 요구권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나 사생활 정보가 본래 의도를 넘어서 급속히 퍼지고 유출된 정보를 삭제하기도 쉽지 않은 인터넷의 특성상 이러한 현행 법령의 규정만으로는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많다.

올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정보주체의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합법적 공표물의 검색결과에 대해서도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사업자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고 하겠지만 ‘표현의 자유’나 ‘기억할 권리’ 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까지 정보주체의 통제대상이 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사상통제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파렴치한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인터넷 사업자의 자동검색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글 등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의 통제하에서는 그 어느 누구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안전하게 보장될 수 없다는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스노든 사건에서 보듯이 방대한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을 갖고 있는 인터넷 기업과 정부권력의 결탁은 전 세계 60억 인구에 대한 통제와 감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례의 경우처럼 자발적으로 공개한 정보, 사생활 유출, 정보감시에 의한 공개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경우에 대한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인정범위는 입장에 따라 매우 다르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기억할 권리 등도 중요하지만, 그 범위를 종이신문 시대와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축적되는 인터넷의 특성과 날로 발전하는 검색기술, 여러 기본권들,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범위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권리주체들이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사이버 삶을 영위하도록 법제도적 기술적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좀 더 안전한 미래 사이버 세계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