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은 수사기록이나 공판기록의 열람·등사를 통해 당사자의 진술 외에 상대방인 피해자나 목격자 등 참고인의 진술과 증거자료 등을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사건의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나아가 관련 반대 증거를 찾아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 아니면 혐의내용을 인정하고 합의나 공탁 등을 통해 양형을 주장할 것인지 변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공소제기 후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이나 공판절차에서 생성된 증언이나 증거자료 등이 첨부되는 공판기록은 무기대등의 원칙 내지 공정한 재판의 이념상 그 열람ㆍ등사가 허용됨은 당연하다. 형사소송법 제35조도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소제기 전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는 허용되지 않음이 원칙이다. 수사 중에 사건 관계인의 진술과 증거물을 공개하면 피의사실공표로 피의자의 무죄추정권이 침해받게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나 참고인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침해되며 나아가 도주나 증거인멸 등의 염려로 수사가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는 비공개로 진행된다(형소법 제47조, 제198조 제2항).

한편, 형소법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의 허용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 금지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실제 검찰은 ‘사건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대검예규 제615호)’을 통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① 국가의 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그 밖의 공공의 질서유지나 공공복리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③ 공범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관련 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경우, ④ 비밀로 보존하여야 할 수사방법상의 기밀이 누설되거나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경우, ⑤ 그 밖에 기록을 공개함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본인진술서류 또는 본인제출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등사가 가능하고, 고소·고발장, 항고장, 재항고장(첨부된 제출서류는 제외)은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고 열람·등사가 가능하다(동지침 제3조 제4항,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 제1항 각호). 다만, 그 제한이 너무 광범위하여 사실상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피해자의 주소나 연락처 등이 필요하여 기록의 열람·등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에게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허가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하여 공개가 금지되는 사항에 대하여는 열람·등사를 할 수 없다(동지침 제8조, 제11조 제1항).

한편, 서면과 수사기록 중심의 재판 관행은 2003년 증거분리제출제도의 시행으로 구두변론 및 공판중심주의로 변경되어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에 따라 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번복을 방지하고 신속하고 합리적인 사건처리를 위하여 피의자에게 변명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변호인에게도 피해자의 진술과 관련 증거자료의 열람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변호인은 으레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기록의 열람·등사신청에 소극적인데 그 허용여부는 수사관서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요청해 볼 필요가 있다.

수사 중에 열리는 구속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사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 및 변호인의 피의자를 충분히 조력할 권리 보장을 위하여 수사기록 중 일부의 열람·등사를 허용한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판사에게 제출된 구속영장청구서 및 그에 첨부된 고소·고발장,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피의자가 제출한 서류를 ‘열람’할 수 있다. 다만, 증거인멸 또는 피의자나 공범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등 수사에 방해가 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의 의견 제출과 판사의 결정으로 ‘구속영장청구서는 제외’하고 위 서류의 전부 또는 일부 ‘열람’을 제한할 수 있다(형소규칙 제96조의21). 구속적부심사에서는 구속영장 또는 그 청구서를 위 서류를 보관하고 있는 검사,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사무관 등에게 그 ‘등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형소규칙 제101조). 또한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증거인멸, 증인협박, 수사의 현저한 지장, 재판의 불공정 등의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를 알권리 및 그 내용을 ‘열람·등사’할 권리가 인정되므로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거부한 경찰서장의 비공개결정은 변호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2000헌마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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