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1992년부터 헌법연구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4년간 미국에서 헌법공부를 한 뒤 이번에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과연 변호사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에 대한 변호사법의 규정을 통하여 이 문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변호사법은 매우 이상적인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제2조)으로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제1조 제1항)는 것이다.

우선 기본적인 의문은, 변호사가 개인과 기업의 사익을 대변하는 경우 그러한 공공성은 어떻게 담보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만약 ‘공공성’을 ‘공익’과 연결시킨다면, 이 문제는 한편으로 ‘사익과 공익의 관계’에 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사익과 공익은 충돌하는가, 아니면 조화될 수 있는가. 이 역시 매우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이에 대한 단순한 정답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개인들은 각자 사익을 추구하며, 때로는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이를 극단적으로 한다. 이를 그냥 두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될 것이다. 인간은 홀로 자립하여 살 수 없으므로 우리는 정치적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여기서 ‘정치적’이란 시민들에게 관련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여 왔다. 그 공동체의 이상적인 목적은 결국 ‘공익(common good)의 추구’일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 여기서 공익은 사익들의 총합에서 ‘부당한 사익들’을 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흔히 공익을 사익과 대치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익과 공익은 많은 부분 일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익은 개인들에게 서로 이로운 사익들의 총합일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부당한’ 사익인지는 그 경계를 정하기 어렵지만, 헌법과 많은 법률들은 그 ‘부당한 사익’을 규제하고 조정하기 위한 공동체의 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등원칙은 자의적 차별없는 자유의 공평한 향유를 추구하며, 과잉금지(비례)의 원칙은 지나친 사익을 공익의 이름으로 조정하는 법기술일 것이다.

변호사의 ‘공공성’과 관련하여, 필자는 아담 스미스의 경제원리를 되새겨 보고 싶다. ‘국부론’에서 그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익추구가 국가의 부로 연결된다고 보았지만, 사익의 추구는 독점규제(공정거래)를 통해 ‘반드시’ 통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흔히 후자의 관점이 잘 조명되지 않지만, 앞서 본 사익과 공익의 관계를 고려하면, 그에게도 이들은 동전의 양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개인과 기업의 사익의 보장은 공익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부분이 된다. 하지만 ‘지나친’ 혹은 ‘부당한’ 사익의 추구나, 남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한 사익 추구는 금지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결국 공동체의 법이 이의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존 로크가 강조하였던, 남이 마땅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것까지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것을 부정하는 자연법 정신이 하나의 기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는 사익의 추구를 통하여 공익 내지 공공성을 도모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의 ‘기본적 인권의 옹호’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라는 것이지만, 동시에 무엇보다도 모든 사익의 자유로운 추구를 전제하는 것이다. 기본권은 개인의 근본적 이익에 대한 국가의 비간섭 혹은 보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익 없는 공익은 무의미하며, 공익을 상실한 사익의 극단적 추구는 공동체를 와해시킬 것이다. 국가의 본질적 역할은 사익을 공익으로 조화시키는 것이다(세월호 사건에서처럼 사익의 극대화에 압도되어버린다면 정치적 공동체의 목적이 침몰될 것이다).

한편 변호사법이 변호사의 실현을 요구한 ‘사회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국가의 공익 추구를 위한 필수 수단’이다.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에서 ‘공익’이란 표면의 장식에 불과하며, 이는 한정된 누군가의 사익을 감추고 있는 공동체에 매우 위험한 것이다.

나아가 제1조 제2항이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할 변호사의 의무를 규정한 것은 때로는 변호사가 ‘사익의 대변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대리인’(Attorney General)으로 기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다른 직역에서 보기 어려운, 국가 공동체의 공익과 정의의 실현을 위한 변호사의 고귀한 의무이자 동시에 권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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