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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인권을 보장할 의무는 국가에만 있는 것인가?
김진욱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  jwkimlaw@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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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승인 2014.08.18  11: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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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우리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의 설립 경위 등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는바, 이러한 헌법재판 관련 지역협의체(지역기구)는 아시아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 다른 지역에도 이미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조직임을 살펴보았다.

아재연합은 2012년 5월 아재연합 창립총회에서의 서울선언문에도 잘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헌법과 헌법재판에 관한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아시아 각국의 헌법재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과 확립, 아시아인들의 자유와 인권신장을 위하여 상호 협력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오랫동안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과 국가를 대립적인 것으로 보고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서구적인 인권의 개념을 선뜻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고, 경제발전은 상당히 이루었지만 인권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미국 정부 등이 국내 인권문제를 제기하기라도 하면 내정 간섭이라며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던 군사정권 시절도 있었는바, 현재 중국 정부가 서구 선진국들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인권(human rights)이란 ‘국가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인가’ 아니면 다른 권리와 마찬가지로 ‘한 국가 내에서 국가에 의해 비로소 보장되는 권리일 뿐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인권 역시 국가에 의해 보장되고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인류가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정권에 의한 유대인 집단학살 등을 겪으면서 인권이 단지 국내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되고 국제적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제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진원지인 유럽에서는 이러한 인권의 보편적 보장을 위해 전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1949년 5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를 발족시킨 후 1950년 11월 유럽인권협약을 채택하고 1959년 1월 유럽인권재판소를 설립하였는바, 초기에는 유럽인권재판소와 유럽인권위원회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어서 개인의 제소권은 인정되지 않았으나 1998년부터는 유럽인권위원회가 폐지되고 개인도 유럽인권재판소에 직접 제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서 사건 수가 급증하고 영향력도 크게 확대된 바 있다.

그리하여 유럽인권재판소는 국내절차를 통해 보호받지 못한 시민들의 마지막 구제절차이자 시민들이 스스로 자국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에서 유럽인권재판소로 파견되어 근무했던 김성진 헌법연구관에 의하면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 47개국 8억명의 시민들로부터 매년 약 6만건의 사건을 접수하여 그 중 약 4만건을 처리하면서 약 15만건의 사건이 계류 중이라고 하는바, 한 나라의 인권문제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개별 국가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지역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주지역이나 아프리카지역도 인권재판소를 가지고 있다. 1978년 발효된 미주인권협약을 근거로 1979년 5월 코스타리카 산호세에 설립된 미주인권재판소는 미국 워싱턴에 사무국을 둔 미주기구(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를 토대로 설립되었는데 정작 미국은 미주인권협약의 체약국이 아니다.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미주기구의 설립을 위해 노력했고 1948년 현재의 모습의 미주기구의 설립 역시 당시 미 국무장관 조지 마샬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바, 미국이 미주인권협약에서 빠진 것은 인권재판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 인권보장체제가 그만큼 구속력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은 빠진 반면에 중남미국가에 당시 존재하던 수많은 독재정권들은 이를 비준한 상태에서 미주인권재판소 체제가 출범하였음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도 있겠다.

아프리카 역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을 토대로 2006년 1월 아프리카인권재판소 체제를 출범시켰고, 그러다 보니 인권재판소를 갖지 않은 대륙은 아시아 밖에 남지 않은 형국이 되었는바, 이제 아시아 대륙도 아시아인들의 자유의 인권의 실효적 보장을 위하여 인권재판소 설립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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