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법조 > 기타
[홍콩 해외법조]해외 근무에 대한 단상
김희정 변호사  |  heejung.khim@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506호] 승인 2014.08.11  11:45: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사법연수원 수료 후, 홍콩에 와서 직장을 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한국 변호사에 대한 직접적인 수요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저의 장점이었습니다만, 그와 더불어 한국 변호사 자격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사법제도를 소개하면서 사법시험 합격률이 5%를 밑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한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 곧 한국 변호사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법률시장이 오랫동안 고유의 제도 아래에서 형성되고 발전함에 따라, 국가별로 법제에 차이가 있고 관할 또한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것이 법조직역의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세계적으로 법률시장이 국제화되는 추세이고 우리나라 법률시장도 개방되고 있지만, 이는 외국 변호사 및 로펌이 외국법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한국에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 외국변호사들이 곧바로 한국법을 자문할 수는 없는 것처럼, 한국변호사도 외국에서는 마찬가지의 제한을 받게 됩니다.

결국, 한국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곧 한국 변호사에 대한 수요라고 할 것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거래뿐 아니라, 한국 회사가 대상이기에 한국의 회사법이 적용되는 경우이거나, 당사자 중에 한국인이 있어 한국의 언어, 문화나 사고방식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현재 한국으로의 인바운드(in-bound) 법무는 아웃바운드(out-bound) 법무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인데, 한국 경제에 대한 매력이 제고된다면 인바운드 법무도 늘어나 한국변호사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도 그 당시 한국 변호사를 구하는 것은 아니었고, 일반 기업법무를 다루면서 한국어 구사도 가능한 사람을 찾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법률 교육을 받았다는 점과 한국어 정도가 저의 장점이었을 뿐, 그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만큼의 존중과 대우를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실무를 시작하면서는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홍콩법이나 영미법의 구체적인 법규 해석을 다투어야 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해당 국가 로펌의 자문을 받기 때문에, 그보다는 금융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 관련 계약서를 검토하고 협상하는 능력, 거래가 순조롭게 종료되도록 여러 당사자와 협의하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는 데 대한 노하우 등이 더 요구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업무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은 부담스러웠습니다. 또한 영미법적 마인드가 부족하지 않나 걱정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거래조건이란 해당 국가의 강행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한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형성되므로, 사법연수원에서 연마한 법률적 사고와 계약의 기본원칙이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것을 느끼면서 점차 업무에서 중심을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기업 법무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갖추고 제 몫을 다 할 수 있다는 인정을 받게 되니, 점차 변호사로서 책임있는 업무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헤지펀드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내부에서 보고 배우고, 여러 해외 로펌과 업무를 공조하면서 역량을 넓힐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법을 주로 다루는 일은 아니다 보니, 한국법 전문가여야 할 한국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이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보는 것은 장점이지만 대신에 한국변호사로서 한국의 규제나 소송업무를 많이 다루어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타국에서 일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직장 동료들과 부대끼면서 접하는 색다른 문화는 직장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줍니다. 국제 도시인 홍콩에서 전통중국문화에 따라 자리를 배치할 때, ‘풍수’를 보거나, 계약을 체결할 때 중국식 ‘길일’을 따지는 점도 신기한 부분입니다.

휴가를 가게 될 때면 목적지가 직장 동료의 고국인 경우가 많아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동료들도 많은데, 오히려 저보다도 한국의 최신 유행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서 놀라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을 경험할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만큼이나 한국 법률서비스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어나 한국 변호사들이 어디서든 활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기자의 시선]“문 대통령님, 사법부 개혁대상 아니죠?”
2
[제50회 변협포럼]“남을 도울 때 더 큰 행복 느낄 수 있어”
3
[전문분야 이야기]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특허소송이 주는 교훈(2)
4
[법조나침반]로스쿨 유감에 대한 유감
5
[국회단상]국회와 변호사
Copyright © 2017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