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다29813 판결

Ⅰ.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단양버스분회(이하 ‘노동조합’)는 2007년 11월경 단양버스주식회사(이하 ‘단양버스’)와 “노조 전임자는 20일 만근 중 7일을 근무하고 20일치 급료를 지불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의 효력기간 2009년 6월 30일이 만료되자 단양버스와 새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11회에 걸쳐 교섭을 하였지만 타결을 보지 못하였다. 결국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재정을 신청하여 2011년 5월경 노조전임자의 임금 조항은 중재재정 대상에서 제외된 채 종전의 단체협약 내용이 그대로 확정하였다. 노동조합이 단양버스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2009년 7월경부터 2011년 4월경 사이에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이하 ‘노조법’)이 개정되어 노조전임자는 전임기간에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2010년 1월경 신설되었다. 원고는 2011년 1월경 노동조합의 분회장으로 선출되었는데 단양버스는 원고가 분회장으로 선출된 후 개정된 노조법 규정을 근거로 원고가 실제로 근무한 일수만큼만 급여를 지급하였다. 이에 원고는 월 20일 만근을 기준으로 한 임금과의 차액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단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단양버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노조법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는 부칙에 따라 2010년 7월 1일부터 적용되지만 2010년 7월 1일 당시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정한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한다고 전제하였다. 나아가 2010년 7월 1일 이전에 그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으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자동갱신조항에 의해 갱신되어 2010년 7월 1일 당시 유효한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갱신된 유효기간까지 단체협약은 효력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 대상판결과 같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자동연장조항이 있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이 경우 단체협약의 당사자 일방은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라 단체협약을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추가적인 설명을 하였다.

Ⅱ. 자동연장조항의 의미와 해석론

1. 자동연장조항의 의의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는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문에서 언급하는 ‘별도의 약정’을 보통 자동연장조항이라고 부른다.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는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노조법을 제정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당시 법에는 통고기간을 해지의 효력발생일 전 3개월로 정하였는데 1998. 2. 20. 법률 제5511호로 개정되면서 단서의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고 통고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하였다. 1996년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노동조합법(1987.11.28 법률 제3966호) 제35조에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와 같은 규정은 없었고 다만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3개월간 연장하는 규정만 두고 있었다.

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대한 국내 노동법학자들의 해설을 살펴보면, 기간의 약정이 없는 효력연장합의에 대해 6개월의 기간이 초과하는 경우에는 양 당사자에게 해지권을 부여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에 안주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고(김형배 교수), 자동연장조항이 있는 경우에 종전 단체협약이 장기간 존속함으로써 당사자 일방 또는 근로자가 피해를 보거나 새로운 단체협약의 체결이 오히려 지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입법이라는 설명도 있으며(임종률 교수),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부당하게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하여 노사의 세력관계에 걸맞은 새로운 협약질서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김유성 교수).

하급심 판례 중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너무 길게 하면 변동하는 산업사회의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결과가 되고 이는 적절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단체협약의 목적에 어긋나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을 시의에 맞고 구체적으로 타당성 있게 조정해 나가고자 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입장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08. 1. 25. 선고 2007나26501 판결).

2. 자동연장조항의 기능과 해석론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쟁의행위라는 투쟁력을 바탕으로 한 개별적 근로관계의 집단적 실현 형태라고 파악할 수 있다. 시민법상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근로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계약의사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능력껏 협상을 하여 근로관계를 맺는 것이 본래의 계약체결형태일 것이다. 그러나 근로관계의 역사적 경험은 이런 자유로운 협상을 통한 적절한 근로계약의 체결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었고 이에 따라 집단의 힘을 통해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개별적 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등장하였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주된 기능이란 근로조건의 개선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단체협약이 수행하는 1차적 기능인 근로자보호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단체협약의 종료 후에도 소위 여후효(Nachwirkung)를 통해 근로조건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단체협약이 종료되면 사용자는 사실상 종전 근로조건을 밑도는 새로운 근로계약의 체결을 강요할 수 있으며 채무적 효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견해에 따르면 근로자 단결의 상징적 거점이 되는 노동조합사무실을 반환하여야 하고 인적 단결의 구심점이 되는 노조전임제도도 부정당할 수 있다. 단체협약의 해지가 결국 노조의 조직을 와해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것은 사용자 측이 대부분이고 그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늘 쟁점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근로기준법으로 근로기준의 최저기준을 정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꾀하려고 하는 우리나라 노동법의 기본구도가 무너지게 되고 노사관계는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거나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으로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한다.

기존의 학설이나 판례가 언급하는 노사의 역학관계에 걸맞은 새로운 협약질서의 성립을 위해 해지권이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의하여 지지되는 노사의 역학관계를 깨뜨리는 수단으로 해지권이 행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지권 행사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사업장의 노사가 실질적으로 대응한 교섭을 통해 종전 협약질서가 추구했던 정상적인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실제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3. 자동연장조항의 형식과 해석론

따라서 종전의 단체협약의 효력을 연장하는 노사합의를 해석하는 때에는 형식적으로 그러한 협약 모두를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의 자동연장조항으로 보아 일방적 해지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동현장의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무시한 해석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연장하는 노사합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체결된 형식과 시기를 고려하여 해당 노사합의에 대하여 2년의 효력기간을 온전히 인정하는 새로운 단체협약으로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연장조항의 본래의 형식에 따라 기존 단체협약의 일부로서 규정되는 경우는 노사 당사자가 애초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하여 자동연장조항을 미리 삽입한 것이고 이렇게 체결된 자동연장조항 중 특히 연장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약정은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의 적용을 받아서 노사 당사자 일방의 해지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만약 자동연장의 취지가 기재된 별도의 약정(예를 들면, 별도의 임시협약을 생각해 볼 수 있다)을 체결한 시기가 이미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기간 만료 이후라면 노조법 제32조 제3항 단서를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노사 당사자가 행사할 수 있는 단체협약 해지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새로운 약정을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기존 단체협약에 정해 놓은 효력기간이 종료되고 여기에 보태어 노조법 제32조 제3항 본문이 정한 3개월의 자동연장기간까지도 도과한 후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별도의 협약을 체결하였다면 해지권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더욱 명백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약정을 한 후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Ⅲ. 결론

대상판결은 기존 단체협약 안에 포함되어 있던 자동연장조항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긍정하여 적어도 노조법이 규정한 해지권을 사용자가 행사하기 전까지는 종전 단체협약에 따른 노조전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해지권이 행사되는 통상의 분쟁사례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친절하게 설명하여 주는 것처럼 단체협약의 해지권은 사용자가 행사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단체협약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활동을 무협약 상태를 이용하여 압박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행법처럼 단체협약의 효력을 2년으로 한정하여 강제하고, 나아가 자동연장된 단체협약의 일방적 해지를 긍정하는 입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 제1항과 노조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대상판결은 방론이 더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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