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법인은 2001년경부터 복합쇼핑몰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을 하다가 2003년 부도로 인해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았다. 갑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A 법인의 대표이사였으며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당시 위 법인의 1인 주주였던 자이다. A 법인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사이에 위 쇼핑몰의 상가 수분양자 3000여명으로부터 분양대금 합계 3700억원 상당을 교부받았는데, A 법인의 대표이사인 갑은 임의로 위 자금을 개인 차용금 변제, 개인사업 투자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여 총 149억원을 횡령하거나 대표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A 법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 갑은 위와 같은 횡령 등의 범죄사실로 2004년에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며 A 법인은 갑의 횡령 등으로 회수가능성이 없는 약 200억원을 자산인 인출금으로 계상하고 전액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였다. 정리회사 A 법인의 관리인은 2005년 9월 손해배상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하여 갑 소유의 부동산, 채권 등을 가압류하였으며 갑을 상대로 A 법인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승소판결도 받았다. 그러나 가압류한 재산이 담보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의 이유로 갑으로부터 횡령한 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아 대손금으로 손금에 산입한 후 대손충당금과 상계처리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이 사건 횡령금은 A 법인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갑이 횡령한 것이므로 대손 처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A 법인에 대하여 2008 사업연도 법인세 55억원을 경정·고지하였다. 이에 대해 A 법인은 갑의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추심하기 위해 신용정보조회 등을 통하여 갑의 재산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결국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어 이 사건 횡령금을 대손금으로 계상하고 대손충당금과 상계처리한 것임에도 이와 달리 본 과세관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불복하였다. A 법인은 구제받을 수 있을까?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횡령하여 형사처벌 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하였다가 수익이나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법인사업자로 전환한 경우, 1인 주주가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회사인 경우 등에 있어서는 대표이사가 자신을 회사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돈은 곧 내 돈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 ‘내 돈을 쓰는 것이지 남의 돈을 쓰는 것이다’라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인인 회사와 대표이사 개인은 엄연히 법률적으로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대표이사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거나 주주로서 배당을 받는 것 외에 개인적인 용도로 회사 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일 회사로 귀속되는 소득을 대표이사가 자신을 위해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형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세무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과세관청은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횡령한 경우 사외유출로 보아 원칙적으로 손금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법인세는 각 사업연도에 벌어들인 수익(익금)에서 비용(손금)을 뺀 금액에 대하여 부과하게 되는데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의 법인세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가 횡령한 돈은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아 해당 소득세 상당액에 대하여 원천징수처분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인은 언제나 대표이사의 횡령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법원은 대표이사가 횡령한 금액은 애당초 회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사외유출에 해당하지만 회수를 전제로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즉, 대표이사의 지위, 지배정도, 횡령경위, 법인의 조치 등을 입증한 경우에는 사외유출로 볼 수 없으며 그 입증책임은 법인에게 있다고 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14903).

예를 들어 대표이사가 법인의 1인 주주로서 실질적 경영자여서 법인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대표이사와 사실상 일치하며 대표이사를 견제할 기관이 없는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법인의 자금을 유용하는 즉시 사외유출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위 상 회사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동일시 할 수 없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경우에는 회사가 대표이사의 부정을 인식한 즉시 대표이사를 고소하는 한편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등 횡령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면 회사 자금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지 않고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 후 유출된 자금을 대표이사로부터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는 대손금으로 보아 이를 손금으로 인정해준다.

위와 같이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회사 돈을 횡령하는 경우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세법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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