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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헌법재판은 서구세계의 전유물인가?
김진욱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  jwkimlaw@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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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승인 2014.07.21  11: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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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우리는 베니스위원회와 세계헌법재판회의에 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바, 헌법재판 자체가 그리 역사가 길지 않은 재판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인들에게 헌법재판은 특히나 더 생소한 개념의 재판이었다.

인권 개념에 있어서도, 서구세계에서는 개인과 국가를 대립적으로 보고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개인주의적 인권 개념이 주류를 이루어왔다면, 유교문화권에서는 개인과 국가·사회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 중용의 미덕을 중시하여 서구의 개인주의적인 인권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사실 과거 1970년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미국 등 선진국은 우리나라의 인권 문제를 왕왕 제기하였고 당시 정권은 내정간섭이라며 이에 반발하곤 했는데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경험도 과거지사가 되어버렸고 우리나라는 이제 완전한 민주주의국가(full-blown democracy)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헌법재판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서구적인 시각에서 볼 때 아시아에서 과연 헌법재판이 가능한지에 관해 의구심을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역사는 일천하지만 우리 헌법재판소가 1988년, 몽골 헌법재판소가 1992년, 태국 헌법재판소가 1997년,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2003년 각 설립되어 자리를 잡아가면서 2005년 9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된 제3차 아시아헌법재판관회의에서부터 아시아 지역 헌법재판기관들의 상설협의체를 창설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는데 그 노력이 2012년 5월 서울에서의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이하 ‘아재연합’) 창립총회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리하여 아재연합은 초대 의장인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장, 제2대 의장 터키헌법재판소장을 거쳐서 제3대 의장으로 인도네시아헌법재판소장이 2014년 4월말 터키에서의 제2차 아재연합 총회에서 취임하였는바, 현재 회원국으로는, 대한민국,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 외에 터키, 러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13개국이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5년 아재연합 창설의 필요성을 논의할 때부터 그 논의를 주도한 이래 2007년 10월 아재연합 창설 준비위원회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은 물론이고, 이후 2008년 4월, 2009년 5월, 2010년 4월의 3차에 걸친 준비위원회를 모두 서울에서 개최할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7월 아재연합의 정식 출범 시 초대 의장국이자 창립총회 개최국으로 결정된 것이다.

당시 2010년 7월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있었던 아재연합 창설을 위한 자카르타 선언에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외에 몽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의 7개국이 서명하였으나 불과 몇 년 만에 회원국이 위와 같이 배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서쪽 끝에 있는 터키와 북쪽과 동쪽 끝에 위치한 러시아가 가입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헌법재판 관련 상설협의체가 되었다 할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다자협력의 차원뿐만 아니라 양자 교류나 협력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교류를 해 왔는바, 사실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나 몽골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구성 등 상당부분 제도를 모방하여 그 제도를 설계하였다고 하고,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지 50년이 넘은 터키 헌법재판소 역시 몇 년 전에 헌법소원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헌법연구관들을 몇 주간 헌법재판소에 파견하여 우리나라의 헌법소원제도를 배워간 예도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해 왔다.

최근 2014년 7월 8일 대법원이 주최한 2014 국제법률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은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한 로마 규정의 당사자국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 수가 현저히 적고 유럽, 미주, 아프리카 모두 지역 인권재판소를 두고 있는 반면에 아시아 지역에는 유사한 재판소가 없음을 지적하였고, 주제 발표를 한 정창호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재판관은 아시아에도 이제 국제 인권재판소 설립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바, 앞으로 아재연합이 활성화된다면 이러한 지역 인권재판소 설립에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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