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6049 판결

사업자 간 합의에 대한 외형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합의를
인정할 수 없고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만일 행정지도 또는 규제당국의 사실상 개입 때문에
발생한 외형인 경우에는 사업자간 합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1. 사실관계
원고들인 9개 소주회사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1개 회사를 포함한 10개 회사는 희석식 소주시장에서 10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업자들인바, 희석식 소주시장은 과거 소주제조장 1도 1사 원칙이나 자도주 의무구입 제도 등을 시행한 탓에 지역별 과점시장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① 2007년 5월경 제1차로 희석식 소주 출고가격을 인상하였고, 2008년 12월~2009년 1월경 제2차로 희석식 소주 출고가격을 인상하였고, ② 페트병 소주를 판매하면서 물량 덤 행사를 10병 구매시 1병을 덤으로 주는 행사로만 제한하고 현금이나 상품권 지원은 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지역행사 지원과 관련하여 기존의 행사를 작년 수준으로 지원하고 신규 지역행사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부득이하게 지원할 경우에는 경쟁사와 협의조정 하기로 하는 등 거래조건에 대하여 협의조정을 하였으며, ③ 소주 병마개 제조업체에 대하여 병마개 가격인상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이에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소주시장에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 및 각 회사별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심(서울고등법원 2011. 6. 2. 선고 2010누21718판결)의 판단 요지
원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1, 2차 가격인상행위, 페트병 소주 경품제공 기준 및 지역행사 지원행위는 공동행위도 존재하고 경쟁제한성과 부당성도 존재하므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나, 병마개 가격 인상시기 연기건의는 소비자후생에 기여한다고 할 것이고 이는 경쟁제한 효과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원심 재판부는 병마개 가격 인상시기 연기건의에 관한 시정명령을 취소하였고, 또한 이 사건 가격담합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얻은 이익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고 보이고, 이와 같은 점이 이 사건 과징금 산정에 있어서 충분히 참작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과징금 납부명령도 취소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요지
(1)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가 2010. 6. 16. 원고들에 대하여 의결 제2010-059호로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의 제1항과 제2항의 시정명령 및 제6항의 과징금 납부명령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과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 파기환송 사유(1, 2차 소주 출고가격 인상 관련 공동행위에 있어 부당 공동행위의 ‘합의’에 관한 법리오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대법원 2003. 2. 28. 선고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비록 이 사건 원고들이 사장단 모임에서 가격인상에 관하여 논의한 사실이 있었고, 원고 진로의 가격 인상 후 곧이어 나머지 원고들도 가격을 인상하였으며, 그 인상률이나 인상 시기가 원고 진로와 유사하여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외형이 존재하지만, 이는 각 지역별로 원고 진로와 해당 지역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시장구조에서, 국세청이 원고 진로를 통하여 전체 소주 업체의 출고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고 있는 소주시장의 특성에 따라 나머지 원고들이 국세청의 방침과 시장상황에 대처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 원고들 사이에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피고가 1, 2차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의 증거라고 제출한 그 밖의 자료들을 살펴보아도 원고들 등 주요업체 사이에 소주 출고가격의 인상 여부, 인상률, 인상 시기 등에 관하여 합의하였음을 추단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당 공동행위의 ‘합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페트병 소주 경품제공과 관련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어떠한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2. 28. 선고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페트병 소주 경품제공의 기준이나 지역행사 지원 등 거래조건에 관한 합의를 통해 서로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기로 하였고, 이러한 합의는 비가격경쟁이 치열한 소주시장에서 원고들 각자가 거래상대방과 사이에서 교섭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거래조건이나 각자의 고유 사업 활동 영역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허용되는 최대한도를 정함으로써 그 범위에서 경쟁 제한적 효과가 있음이 명백하고,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비용절감 효과가 소비자 후생 증진으로 이어진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합의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위 합의가 국세청 고시나 공정거래법상의 경품제공에 관한 기준 등을 준수하자는 내용으로 법질서를 준수하자는 내용에 불과하다는 등의 원고들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소결
위와 같이 대법원은 가격인상 공동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 하였고, 거래조건 관련 공동행위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원심판단과 병마개 가격 인상 연기 공동행위가 부존재 한다는 내용의 원심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을 위한 사업자 간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 정도에 관한 명확한 판시를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업자간의 합의에 대한 외형이 존재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소주 값을 인상하여 온 것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공동행위로 문제 삼은 사건이다. 행정지도 또는 규제당국의 사실상의 개입 때문에 발생한 외형상의 일치가 있는 경우에 과거 판례는 “법 제19조 제5항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 추정을 받는 사업자들로서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가 실제로는 아무런 합의나 상호간의 요해(了解) 없이 각자의 경영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우연히 일치된 것이라는 등의 정황을 입증하여 그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 합의 추정의 복멸사유로만 보았으나(맥주 회사 담합 사건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본 판결에서는 더 나아가 합의 부존재를 직접 인정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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