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중화인민공화국
 
한 해 전 요문원(姚文元)은 ‘해서파관’을 비판하는 글을 써서 문화혁명을 촉발시켰다. 해서파관이란 1959년 인민일보에 오함이 ‘해서, 황제를 꾸짖다’라는 글을 발표한 뒤 연이어 이를 극본으로 써 무대에 올린 작품이었다. 극중에 모택동을 빗대어 “당신은 너무 독단적이고 지나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게 문제가 됐다. 그래도 이 공연이 있은 뒤 모택동도 해서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까지 했던 터였다.

그 무렵 중국은 경제정책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구와 달리 임금노동자가 전무했던 사회는 공산주의를 도입했던 것부터 실패를 예견케 했다. 당시 등소평, 유소기 등 주자파는 경제부흥을 위해 자본주의 정책을 수용하려고 했다. 모택동은 권력 잠식을 참고 있지 않았다. 그때 요문원의 글은 적시에 터진 발화점이었던 것이다.

모택동은 흐루쇼프와 같은 수정주의에 물든 자들과 부르주아 세력들을 타파하기 위해서 청소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부추겼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모택동의 교시에 따라 들고 일어났다. 폭력이 난무했고 질서는 사라졌다. 지식인들과 칭송받던 과거의 혁명영웅들이 거리로 끌려나왔다. 한 차례라도 민주주의를 입에 올렸던 자들은 가차없이 목에 반혁명분자라는 팻말을 걸고 조리돌림을 당했다. 고문으로 희생된 이들이 끝이 없었다.

그 어린 아이들을 홍위병이라 불렀다. 그들이 신봉하는 종교는 모택동교. 교주 모택동의 어록인 ‘소홍서(붉은 표지의 작은 책)’는 홍위병들에겐 경전이었다. 모택동 외의 모든 권위가 무너졌다. 저명한 학자들, 관료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홍수를 이뤘다. 대자보에 이름이 오른 자들은 전무 몰락했다. 후에 중국을 수렁에서 건진 등소평도 주은래의 구명이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온 중국이 들끓었다. 이성적인 말은 자취를 감추고 야만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문화혁명은 공산주의 이념과는 하등 상관없는 난동에 불과했다. 모택동의 목적은 자신의 권력을 허무는 반대파를 숙청하는데 있었으므로 2년 뒤인 1968년 그는 목적을 달성하자 죽창을 든 홍위병을 진압했다. 2000만명이 넘는 홍위병들은 농촌으로 ‘하방(下枋)’됐다. 그리고 광란이 끝났다.

 
나치시대, 베를린
 
나치의 2인자이자 선전부장관인 파울 괴벨스는 선동 선전의 귀재였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그는 문화회의소 총재가 되어 나치의 선전을 담당했다. 그때 그가 한 말이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광기에 젖은 괴벨스가 다시 한 말이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2014년,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였다. 그렇지만 ‘국가개조’를 외치는 대통령으로선 관료사회와 정치권에 아무런 빚이 없는 그를 적임자로 생각했음직 했다. 그는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주필로 있으면서 보편적 복지와 햇볕정책을 반대한 보수주의자였다. 게다가 ‘정치인 박근혜’에게도 ‘깔 건 깐’ 강골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가 권력에 아부하는 글을 쓴 걸 보지 못했다.

지명 직후 야당 중진이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극우꼴통이라는 이유였다. 김대중 대통령 와병 중에 ‘비자금을 밝히라’고 요구한 칼럼과 노무현 대통령 사후에 검찰의 수사중단을 비판한 게 그 이유였다. 이튿날 KBS 뉴스는 문창극 씨가 교회 안에서 한 강연의 동영상 중에서 거두절미하고 한 두 문장만 따내어 보도했다. 누가 보더라도 문창극 씨는 친일파였고 식민사관에 젖은 반민족적 지식인이 되었다.

문화혁명의 광풍이, 괴벨스의 선동이 이 나라를 휩쓸었다. 그가 쓴 칼럼집을 전부 읽었다면, 그리고 그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으로 보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폭언이 계속됐다. 더욱이 그 동영상은 교회 안에서 신자들 앞에서 한 종교적 강연이었다. 내가 정말 놀란 것은 그를 친일파로 몬 자들 역시 우리말과 글을 쓰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마침내 이민을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이 나라의 처참한 지식인 세계를 본 심정은 참담하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단다. 아나톨 프랑스가 한 말이다.
“멍청한 말이 수백만명의 공감을 얻더라도 이는 여전히 멍청한 말일 뿐이다.”
 

대한변협은 지난달 17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 및 소신이 우리 헌법과 대법원 판결에 정명으로 반한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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