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는 유럽 최고봉인 몽블랑(4807m)의 관문에 위치해 있다. 이 도시는 앞쪽으로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레만 호수를 품고 있으며, 뒤쪽으로는 쥐라 산맥을 두고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훼손되지 않은 호수와 산, 경제적 풍요로움이 어우러져 제네바는 많은 사람이 손꼽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활기찬 인간의 삶이 공존하는 ‘녹색 번영의 도시’ 제네바에는 많은 국제기구와 민간기구들이 몰려들어 국제도시로서의 위상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UN을 비롯한 200여개 정부간 및 비정부간 국제기구가 주재해 있다. 환경 분야에 있어서도 UNEP(유엔환경계획) 유럽사무소, WMO(세계기상기구),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 IUCN(세계자연보호연맹) 등 인간 삶의 터전인 지구 환경과 세계 기상·기후에 관한 국제적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네바의 성장 스토리처럼, ‘녹색 성장’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은 기후변화 체제를 맞아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우리나라에게도 정책적인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녹색 성장’의 화두는 UN 내부에서 제기되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2008년 12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제1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 저탄소 성장 정책인 ‘녹색 성장’을 통하여 기후 변화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극복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에 따라, UNEP는 저탄소 개발, 효율적 자원 사용, 그리고 환경 친화적인 노동 활동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녹색 경제’를 개념적으로 확립하고, 이를 인류의 복지 확대, 사회적 평등을 달성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정의하였다. 쉽게 말하면 ‘녹색 성장’ 또는 ‘녹색 경제’는 환경이라는 테마 속에 온전한 보전을 넘어, 인간의 공존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경제적 활동’을 가치로 부여한 것이었다.

2008년 말 UNEP는 환경 이슈를 생산, 무역 등 경제적 활동과 연계한 ‘녹색경제계획(GEI)’을 마련했고, UNEP 경제무역국 주도로 이를 추진해 오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기후 변화와 경제 위기에 따른 피해는 개도국과 저개발국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UNEP의 GEI 정책은 가나, 페루 및 베트남 등 저개발국을 시범 대상으로 한 다양한 ‘녹색경제 실천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농업, 어업, 산림 자원 등 핵심 품목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거래, 안정적 공급망의 확보 , 생태 관광의 확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UNEP는 ‘세계 녹색성장 보고서’를 발간해 주요국의 녹색 경제 성공 사례를 발굴, 확산하고 있으며, 국가별·산업별 ‘녹색경제 지표’ 마련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개도국 및 저개발국에 대하여 녹색경제에 대한 정책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UN 협력기관, NGO, 비즈니스 업계 등과 연계하여 광범위한 리서치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UNEP의 GEI에 적극적으로 참여,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12년 개최된 ‘리우+20 정상회의’에서는 우리나라 주도로 ‘녹색경제’를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를 위한 지속가능 발전 수단으로 선정하였고, UNEP로 하여금 그 실천 방안으로 ‘녹색경제이행 파트너십 사업(PAGE)’을 마련하여, 2020년까지 추진토록 하였다. 동 PAGE 사업은 ‘녹색 경제’를 위한, 자원 효율화 방안, 생태 환경 보전, 고용 ·투자 창출, 건전하고 강한 거버넌스의 수립 등 다양한 분야의 실천방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 사업에 30여 공여국과 함께, ILO(국제노동기구), UNIDO(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 UNITAR(국제연합훈련조사연구소) 등 국제기구도 파트너로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UNEP와 협약을 맺고, 주요 공여국으로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2013년도 85만 달러, 2014년도는 54만 달러). 우리의 기여는 PAGE 시범 국가로 선정된 저개발국에 대한 사업 시행과 녹색경제아카데미 개설, 녹색경제 평가 매뉴얼 및 모델링 마련, 녹색 고용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금년 1월 제네바에서는 GGGI (글로벌 녹색성장 기구), UNEP, OECD, World Bank 등 4개 국제기구 공동으로 ‘녹색성장지식플랫폼’을 설립, 출범하였다. ‘녹색성장지식플랫폼’은 ‘녹색 경제’에 대한 최신 지식의 공유 기반으로 웹사이트(green growthknowledge.org)를 통하여, 193개국 관련 자료와 정책에 대한 대시보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600여 기술 및 정책 소스를 겸비한 ‘녹색 성장’의 전자 도서관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는 UNEP 이외에도 다방면에 걸쳐 ‘녹색 성장’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0년 우리 정부 주도로 GGGI를 최초의 ‘녹색 성장’ 국제기구로 설립하였으며, 2012년 IMF, World Bank에 이어 세계 3대 기금인 ‘녹색기후기금(GCF)’의 인천 송도 유치에도 성공한 바 있다.

또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적 지표로 선정,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 의하면, 2020년 녹색 산업의 시장 규모는 2.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개척하고, 관련 기술을 꾸준히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은 결국 우리 경제의 차원 높은 발전과 함께, 기후 변화 체제 등 미래 환경적 제약에 대비하고, 더욱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첩경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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