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개요
회사가 은행과 사이에 체결한 통화옵션계약에 대하여, 계약당사자인 회사는 불공정거래행위이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또는 신의칙 위반으로 무효임을 주장하였으며, 아울러 위 계약이 은행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거나 계약내용의 중요한 착오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므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고, 마지막으로 은행의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2. 판결요지
[1]甲이 乙은행 등과 체결한 키코(KIKO)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행위인지 문제된 사안에서, 위 계약의 구조는 환율 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쌍방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한 것이므로 계약 체결 후 시장환율이 당초 예상과 달리 변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쌍방의 이익에 불균형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계약 자체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2]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이를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그 내용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특정 조항에 관하여 상대방과 개별적인 교섭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당사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된다.

[3]甲이 乙은행 등과 체결한 키코(KIKO)통화옵션계약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지 문제된 사안에서, 위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다른 장외파생상품들과 마찬가지로 乙은행 등이 고객의 필요에 따라 구조나 조건을 적절히 변경하여 사용하기 편하도록 표준화하여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일 뿐, 구조만으로는 거래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권리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거기에 개별적 교섭에 의해서 결정된 계약금액, 행사환율 등 구체적 계약조건들이 결부됨으로써 비로소 전체 계약의 내용으로 완결되는 것이므로, 그 구조 자체는 따로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일반적으로 재화나 용역의 판매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의 판매가격에 관하여 구매자에게 그 원가나 판매이익 등 구성요소를 알려주거나 밝혀야 할 의무는 없다. 이러한 이치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별도로 비용이나 수수료를 수취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제로 코스트(zerocost)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또한 은행이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상대방으로서 일정한 이익을 추구하리라는 점은 시장경제의 속성상 당연하여 누구든지 이를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달리 계약 또는 법령 등에 의하여 가격구성요소의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은 고객에게 제로 코스트의 장외파생상품 구조 내에 포함된 옵션(option)의 이론가,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고객에 대한 기망행위가 된다거나 고객에게 당해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비용이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착오를 일으킨다고 볼 수도 없다.

[5]은행은 환 헤지(hedge) 목적을 가진 기업과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해당 기업의 예상 외화유입액, 자산 및 매출 규모를 포함한 재산상태, 환 헤지의 필요여부, 거래 목적, 거래 경험, 당해 계약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의 정도, 다른 환 헤지 계약 체결 여부 등 경영상황을 미리 파악한 다음, 그에 비추어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종류의 상품 또는 그러한 특성이 있는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해서는 아니 된다. 은행이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초래하는 통화옵션계약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때에는, 이러한 권유행위는 이른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은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개발된 것으로 예측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손실이 과도하게 확대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고, 다른 한편 은행은 그 인가요건, 업무범위, 지배구조 및 감독 체계 등 여러 면에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 등에 비해 더 큰 공신력을 가지고 있어 은행의 권유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은행이 위와 같이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권유할 때에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6]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사이에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경우에는, 고객이 당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거래에 내재된 위험요소 및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 등 거래상 주요 정보를 적합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 이때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설명하여야 하는 거래상 주요 정보에는 당해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구조와 주요 내용, 고객이 그 거래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 가능한 손실의 구체적 내용, 특히 손실발생의 위험요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당해 장외파생상품의 상세한 금융공학적 구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와 비교하여 손익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또한 금융기관과 고객이 제로 코스트(zerocost)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수수료의 액수 등은 그 거래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지 아니한 이상 그 상품구조 속에 포함된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서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의 특성 및 위험의 수준, 고객의 거래 목적, 투자경험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객이 그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한다. 특히 당해 금융상품이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에 의하여 개발된 것으로서 환율 등 장래 예측이 어려운 변동요인에 따라 손익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고위험 구조이고, 더구나 개별 거래의 당사자인 고객의 예상 외화유입액 등에 비추어 객관적 상황이 환 헤지 목적보다는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그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고객이 한층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7]甲이 乙은행과 2건의 키코(KIKO)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여 예상 외화유입액에 대한 충분한 환 헤지(hedge) 거래를 하였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丙은행 지점장의 적극적인 권유와 설명에 따라 추가로 丙은행과 키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입게 되자, 丙은행을 상대로 적합성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추가로 체결한 키코 통화옵션계약의 성격과 체결 경위, 甲의 거래 목적, 재무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丙은행 지점장은 투기거래의 목적이 없는 甲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위 계약을 환 헤지 목적의 거래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甲이 체결하게 하였고, 위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및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甲은 위 계약 자체의 구조와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乙은행과 체결한 다른 두 건의 계약 및 현물환의 예상 보유액을 함께 고려한 위험성까지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丙은행 지점장이 실제로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위 계약을 헤지거래라고 설명함으로써 甲이 이를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으므로, 위 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丙은행은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한 사례.

[8]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가해행위가 사기, 횡령, 배임 등의 영득행위인 경우 등 과실상계를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과실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

3. 대상판결의 의미
종래 법원은 통화옵션상품과 관련된 사례에서 대부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8. 3.자 2009카합521 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8. 3.자 2009카합538 결정 등에서 신청인의 “피신청인이 이 사건 계약 체결과정에서 신청인에 대한 적합성 원칙 또는 설명의무 등의 고객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나아가 이로써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신청인의 지급채무가 대부분 상계되어 실효될 사정에 있으니, 그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피보전권리로 한 통화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으며, 이후 일부 본안에서 은행측의 과실을 인정하여 원고측의 청구를 인용한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대상판결은 통화옵션계약과 관련된 주요 쟁점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하였는데, 불공정거래행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적용 여부와 사기·착오에 의한 취소 가능여부 등 대부분 쟁점에 대해서는 은행측의 주장을 수용하였으나 적합성의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구를 인용한 예외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선고된 통화옵션상품계약에 관련된 다른 대법원 판결들의 경우 대부분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상판결 및 이와 같은 시기에 선고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적합성의 원칙 위배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였는바, 대법원은 결국은 구체적으로 개별적인 사안에 대하여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은행측의 손해배상책임의 존부를 판단하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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