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3. 08. 23. 선고 2012다17585 판결을 중심으로-

Ⅰ. 서론
1. 이 사건 대상 판결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은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일 것을 요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확인은 인정되지 아니하는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관한 부존재확인의 소는 근저당권이 말소되면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것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시어머니인 소외인과 금전거래가 있었을 뿐 피고와는 금전거래가 없었으므로 피고를 채권자로 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위 피담보채무도 초과 변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피담보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에 2006. 1. 4.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진 후 2008. 4. 22. 매각허가결정이 있었던 사실, 원고는 2009. 6. 23. 배당기일에서 피고의 배당액에 대하여 이의를 한 후 2009. 6. 29. 피고를 상대로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고, 나아가 위 배당이의소송은 제1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된 후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항소가 기각되었으며, 상고심에서 2012. 9. 13. 원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부동산임의경매절차의 통상적인 진행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실관계 에서라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이미 말소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등기부등본 등의 제출 요구를 통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여부를 우선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본안에 나아가 심리·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바, 이는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다.

2. 제1심, 2심 판결의 경과
원고는 2001. 9. 6. 피고의 시어머니인 소외 1로부터 2000만원을 이율 월 2%에 차용하면서 채권자를 피고로 하기로 하였고, 그 채무(이하 ‘이 사건 채무’라고 한다)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부산지방법원 강서등기소 2001. 9. 7. 접수 제14211호로 채권최고액 2000만 원, 근저당권자 피고, 채무자 원고인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고 한다)의 설정등기를 마쳐 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의 시어머니인 소외 1과 금전거래가 있었을 뿐 피고와 사이에는 금전거래가 없었으므로, 피고를 채권자로 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인 이 사건 채무는 모두 변제되어 존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고가 상당한 금액을 반환받아야 한다. 이에 기하여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채권최고액 2000만원, 채무자 원고, 근저당권자 피고)의 피담보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로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당초부터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거나 모두 변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한 이유로 제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는 기각 판결되었다(부산지법 동부지원 2009. 10. 08. 선고 2008가단35762 판결). 제2심법원에서도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부산지법 2012. 01. 06. 선고 2011나10157 판결).

3. 문제의 제기
과거의 법률관계·현재의 법률관계·장래의 법률관계의 존재 확인에 대한 구별은 법률관계가 구두 변론 종결시에 존재한다고 주장되고 있을 경우에는 현재의 법률관계, 구두 변론 종결시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이전의 일정한 시점으로 존재했다고 주장되고 있는 법률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 구두 변론 종결시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장래의 일정 시점에 있어서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법률관계는 장래의 법률관계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은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일 것을 요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확인은 인정되지 아니하는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관한 부존재확인의 소는 근저당권이 말소되면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것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게 된다고 한다(대법원 2013.08.23. 선고 2012다17585 판결). 이러한 태도에 대하여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적격이 없는 것인지, 근저당권이 소멸되면 피담보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상실되는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Ⅱ.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의 소 대상적격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있으면 현재의 법률관계의 전제가 되는 문제로서 판결이유에서 판단하면 족하다는 이유로 과거의 권리관계의 존부 확인은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판례는 예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는 그 입장을 다소 완화하고 있는 경향에 따른 구체적인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의 소에 있어서 대상적격을 허용하는 판례의 변화와 이에 따른 학설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판례
(1)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련 있는 과거의 법률행위의 효력에 대한 확인의 이익
매매계약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과거의 법률행위인 매매계약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 매매계약에 기한 채권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취지를 간결하게 표현한 것으로 선해하여야 하고(대법원 1965. 2. 4. 64다1492 판결), 원고의 청구취지가 매매계약 무효확인을 구함에 있으나 원고의 소의 취지는 현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매매계약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주장하여 현재의 법률관계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취지이므로 마땅히 이에 대하여 석명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1966. 3. 15. 선고 66다17 판결. 매매계약해제확인청구에 대해서도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한 것에는 대법원 1982. 10. 26. 81다108 판결). 매매계약 확인청구에 대하여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고 이로 인하여 현재 채권 채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볼 것이라 판시한다. 즉 실제로는 채권 또는 채무의 존재확인을 주장한 것인데 외관상 사실을 주장하는 형태로 가장된 것이라 보아 그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1990. 11. 23. 선고 90다카21589판결).

(2) 과거의 포괄적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의 이익
최근에는 과거의 권리관계가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더욱 완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예컨대 “매매와 같은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그것이 과거의 것이라 해도 현재의 법률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발생하는 현재의 수많은 법률상태에 대하여 일일이 개별적으로 확인을 구하여야 하는 번잡한 수속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수많은 개개의분쟁의 근원이 되는 과거의 법률관계 그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편이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있어 본래의 민사소송의 목적에도 적합하다”고 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1560(반소) 판결).

또한 판례는 해고의 무효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근로계약관계에 기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소에 있어서의 적법 요건인 이른바 즉시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4011 판결. 과거의 법률행위에 불과한 해고에 대하여 그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확인의 이익이 있다. 그리고 사실혼관계는 여러가지 법률관계의 전제가 되어 있고, 그 존부확인청구는 그 법률관계들과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 적절한 수단일 수 있는 경우 그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447 판결)].

일본의 판례에서도 확인의 대상으로 되는 권리관계가 현재의 것이냐 과거의 것이냐는 결정적인 기준으로 되지 않고 과거의 권리관계이어도 그 존부의 확인에 관하여 즉시확정의 이익(협의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한, 확인소송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 공통의 인식으로 되었다. 바꿔 말하면, 과거의 권리관계라도 현재의 분쟁과의 관계에서 즉시확정할 필요가 있는 한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입장이다.

2. 학설
과거의 법률관계의 존부확인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견해가 거의 일치된 견해이고 다만 판례에 의하여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이시윤, 신민사소송법, 박영사, 2013, 223면), 과거의 법률관계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련되어 있으면(영향을 미친다면) 일정한 경우에 예적으로 확인의 소가 허용된다(‘확인소송의 분쟁해결기능과 분쟁예방기능에 합치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한다’, 김홍엽, 민사소송법, 박영사, 2013, 269면)]. 그러나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의 소 대상적격 과거·현재·미래는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중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과거의 권리관계이니까 더 볼 것 없이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없고 장래의 권리관계이니까 더 볼 것 없이 확인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기에 확인소송의 요건을 ‘즉시확정할 법률상의 이익’으로 일원화하여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의 이익을 원칙적으로 수용하자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이충상, “장래의 권리관계의 확인: 확인의 대상과 이익의 확대”, 민사재판의 제문제, 20권, 280면).

Ⅲ. 결론
필자는 근저당권의 부종성에 따라 피담보채무가 소멸한 경우 피담보채무의 근저당권이 소멸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말소되었으나 설정시부터 여전히 채권자가 차용증 등의 서류를 보관하고 있거나 이를 주장하는 경우 위 근저당권에 대한 피담보채무관계는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 수 없고, 가사 과거의 법률관계라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 피담보채무부존재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해석될 수 있는 현행 판례와 학설의 경향을 따른다면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종전 판례에 벗어나는 변경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기에 이 사건 대법원 판례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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