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전관예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변호사법 위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대법관까지 지낸 법조인에게 기대하는 국민의 도덕적 기대치가 높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국민적 여망을 무시한 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을 후반기 국회로 넘겨버렸다.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할 경우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 하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한 김영란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변협은 이때도 성명을 내고 김영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으나 이 법안은 여야의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여야는 부랴부랴 이 법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졌다면 관피아도, 세월호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에 밀려 재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이 법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국민은 드디어 한국형 공직사회의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기대감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1년이 다 되가는 현재, 원래의 취지와 합의내용은 왜곡된 채 선거홍보용으로 전락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품수수를 했으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몇 푼의 과태료로 땜질하고 슬그머니 퇴직했다가 다음번 인사에서 중용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연줄로 얽힌 관계로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기득권을 나누는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러한 부패의 카르텔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공직자 스스로가 엄격한 윤리기준을 잣대로 행동해야 할 것이며, 법은 잘못을 저지른 이를 처벌함으로써 더 이상 공직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하는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세월호 사건과 안대희 후보자의 사퇴가 준 교훈을 잊지 말고,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킴으로써 부패척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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