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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보안처분과 소급효금지원칙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어4 결정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h61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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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호] 승인 2014.05.24  21: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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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대상 결정의 개요
1. 사건의 진행과정

행위자는 약 19년 전 피해자와 결혼한 이래 수 년에 한 번씩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평소에도 피해자로 하여금 모욕감이나 위협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하였다. 2006. 7. 말경 행위자는 다시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2008. 5. 9. 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은 행위자에 대해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41조, 제40조 제1항 제5호, 제4호를 적용하여 재항고인에게 6개월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00시간의 사회봉사 및 80시간의 수강을 명하였다.

행위자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도 행위자를 꼬집고 할퀴는 등 폭행하였으므로 행위자만 잘못한 것은 아닌 점, 피해자가 행위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및 행위자가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면, 원심결정이 행위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항고하였지만 원심인 항고심 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적용한 보호처분에 관한 위 규정은 이 사건 폭행행위 이후인 2007. 8. 3. 법률 제8580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개정 전 가정폭력처벌법에는 사회봉사 및 수강명령의 상한이 각각 100시간으로 되어 있다가 위 개정 당시 각각 200시간으로 그 상한이 확대되었다. 이에 행위자는 원심의 결정이 소급효금지원칙에 위반하여 법률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는 취지로 대법원에 재항고하였다.

2. 대법원의 결정요지
대법원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보호처분 중의 하나인 사회봉사명령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가정폭력범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대신 부과되는 것으로서,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자에게 의무적 노동을 부과하고 여가시간을 박탈하여 실질적으로는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게 되므로, 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행위시법을 적용함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이 사건 폭행행위에 대하여는 행위시법을 적용하여 100시간의 범위 내에서 사회봉사를 명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재판 당시의 가정폭력처벌법을 적용한 나머지 위 상한시간을 초과하여 사회봉사를 명한 것은 법률적용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 결정을 파기하였다.

II. 소급효금지원칙과 보안처분
1. 보안처분에 대한 소급효의 인정 여부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처벌’에 형벌뿐만 아니라 보안처분도 포함되는가가 해석상 문제된다. 학계의 다수 견해는 보안처분에도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헌법 제12조 제1항도 “…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형벌과 보안처분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

보안처분은 형벌과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독일의 다수설인데, 독일은 형법에서 명문으로 보안처분의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즉, 독일 형법 제2조 제6항은 “개선과 보안의 보안처분에 관하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판시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한다”고 하여 재판시법주의를 분명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안처분은 장래의 범죄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합목적적 처분이기 때문에 그 합목적성에 대한 판단은 행위시에 하는 것보다는 재판시에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2. 대법원 판례의 입장
학계의 다수의견과 달리 대법원은 보안처분에 대해서는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995. 12. 개정형법은 선고유예, 집행유예 또는 가석방을 선고할 때 보호관찰, 수강명령 또는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대법원은 이 개정형법의 법시행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개정형법을 적용하면서 ‘보호관찰은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재판시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을 명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7도703 판결).

그 이후에도 다수의 판결에서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성범죄가 증가하면서 형사특별법 등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여러 가지 제재를 한꺼번에 도입하였는데, 이러한 제재들에 대해 대법원은 소급효를 긍정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정한 신상공개명령 제도의 소급효를 인정한 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4393 판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신상정보의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제도에 대해 소급효를 인정한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9253 판결,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자감시제도의 소급효를 인정한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도11996 판결 등이 그 예이다. 이 판결들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제재들이 ‘범죄행위를 한 자에 대한 응보 등을 목적으로 그 책임을 추궁하는 사후적 처분인 형벌과 본질상 구별되는 보안처분’이라고 규정하거나 ‘보안처분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형벌에 관한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 경향과 비교해 보면 이 글의 대상이 되는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른 판결들이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인 반면 대상 결정의 사건은 ‘가정보호사건’으로서 제재의 정도가 약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제재의 정도가 강하고 가혹할수록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결정을 계기로 이 글에서는 그간의 대법원 판결의 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III. 보안처분의 소급효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1. 문제가 되는 형사제재는 모두 ‘보안처분’인가?

보안처분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의 첫 번째 문제점은 판결의 대상이 되는 형사제재를 ‘보안처분’으로 전제한다는 것이다. 형법이 정한 9가지 형벌을 제외한 새로운 형사제재들은 거의 예외 없이 ‘보안처분’이 된다. 형사제재를 형벌과 보안처분으로 구별하는 것은 19세기 독일의 입법에 의한 인위적 구별이다. 보안처분은 모든 나라가 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소수의 국가만이 보안처분을 제도로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형벌과 보안처분으로 형사제재를 구별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형벌 또는 보안처분 중 하나의 제재만을 부과하는 일원주의, 보안처분을 집행하면 남은 기간만 형벌을 집행하거나 형벌을 집행하지 않는 대체주의 등을 취하는 나라들이 있고, 한국처럼 양자를 병과하는 이원주의를 취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새로운 형사제재들은 기존 형법의 형벌 목록에 없으므로 모두 보안처분이고, 이러한 보안처분은 형벌과 다른 것이므로 형벌에 병과할 수 있고 소급효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중처벌의 위험이 증가하고 죄형법정주의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새로운 형사제재들은 보안처분의 성격과 본질에 부합하는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신상공개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재범의 위험이 있는 범죄자를 경계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보안의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지만 범죄자에게는 일종의 명예형과 같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른바 ‘전자발찌’는 범죄자가 다시 범죄하지 못하도록 옥죄는 측면이 있어 ‘보안’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범죄자에게는 사회 내에서 다시 감금되는 측면이 있어 형벌과 다름없다. 한편 형벌도 보안처분과 마찬가지로 ‘보안’의 기능을 수행한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은 적어도 재범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보안처분보다 더 효과적인 보안처분이라 할 수 있고, 형벌의 특별예방 기능이 제대로 작용한다면 범죄예방을 위한 보안처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형벌과 보안처분의 구별은 지극히 인위적이며, 새로운 형사제재들을 보안처분으로 분류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인지 대법원 판결에서도 ‘보안처분’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보안처분적 성격을 갖는’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급효를 형벌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2. 형벌이 아니면 모두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는가?
설령 보안처분이 형벌과 다르다 하여도 형벌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급효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헌법은 법원칙의 적용에서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 오늘날 죄형법정주의는 형벌과 보안처분이라는 ‘형식적’ 구별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는 ‘형식적’ 죄형법정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형벌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실질적’ 죄형법정주의를 의미한다. 형벌과 보안처분은 법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급효금지원칙에서 다르게 적용된다는 논리는 형법 제1조 1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형벌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만약 보안처분에 대해 소급효를 인정하려면 독일처럼 명문의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 입법이 아닌 법원의 판결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소급입법에 의한 보호감호처분은 허용될 수 없다’고 결정하여 형벌 이외의 형사제재에 대해서도 소급효금지원칙을 적용한 반면(88헌가5 결정 등), 2012. 12. 27. 2012헌가82 결정에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대해 사후적 처분인 형벌과 구별되는 ‘비형벌적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 이 때 반대의견은 전자장치 부착은 형벌에 ‘결코 못지 않은 강한 형벌적 성격’을 가진 형사제재라고 하면서 전자장치 부착명령에 대해서도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 내에서도 새로운 형사제재의 성격과 그 적용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데, 하물며 규범의 수범자인 일반시민의 입장에서는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양자의 구별에 대한 법원의 설명은 법률상, 이론상으로 그러할 뿐 실질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

IV. 결론
성범죄 및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불안 및 증오, 그리고 정치권의 무책임한 선동적 입법에 의해 새로운 형사제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냉정하게 통제해야 할 법원은 형식적 법논리에 기대어 죄형법정주의를 무력화하고 있다. 형벌이 아니면 모두 보안처분이고,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은 소급효를 인정해도 된다는 안이한 논리로 형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에 충실한 판단을 내린 대상 결정과 같은 판결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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