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29일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강제로 낙태와 단종을 당한 원고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정관절제수술을 당한 9명에게 각 3000만원을,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10명에게는 각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제3군 법정감염병으로, 한센병 환자의 외모 변화와 치료가 불가능하고 전염성이 강하다는 병에 대한 편견으로 소록도에 격리 수용되어 한센인으로 불렸다. 이들은 1970년대까지도 단종·낙태를 비롯하여 집단 학살, 강제노동, 폭행 등 극심한 차별과 인권탄압의 고통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죄를 짓거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전면적인 출산금지 정책을 시행한 것은, 이들의 인간 본연의 욕구와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제한한 반인권적 반인륜적 처사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한센인권변호단 단장인 박영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배상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국가의 강제적인 낙태와 단종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향후 단종·낙태 피해를 당한 한센인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한센인 650여명이 제기한 민사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 계류돼 있어,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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