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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통신]커피, 만델라 그리고 ILO
최상운 주제네바대표부 고용노동관  |  upluck@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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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호] 승인 2014.05.04  20: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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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이하 ‘ILO’)는 봄 정기 이사회를 3월에 막 마치고 현재 6월 총회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3월 개최된 제320차 ILO 이사회는 ILO 결사의자유및단결권보호 협약의 범위에 파업권 포함여부 논란부터 우리나라에 대해 이주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보장을 권고한 결사의자유위원회의 보고서 논의, 바레인·과테말라·피지 등의 ILO 협약 위반 진정 사례 등 49개의 다양한 의제를 다뤘다. 이사회 기간 중 회의장 바로 앞의 카페테리아에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은 익숙한 풍경 중의 하나이며, 각국 대표단은 2주간의 이사회 기간 동안 서너잔 이상의 커피는 꼭 마시고 이사회장을 떠나게 된다. 한 잔에 1.9프랑 하는 ILO 커피는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서 인기지만, 사실은 얽히고설킨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도록 해주는 ILO의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ILO는 UN 국제기구 중 유일하게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옵서버가 아닌 정식표결권을 행사하는 노사정 3자주의(tripartism)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고 있다.
ILO 3자주의의 기원은 ILO의 성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 공산주의 및 전체주의의 등장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문제에 대한 민주적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 뒷수습을 위한 파리평화회의에서 국제노동기준 문제가 최초로 제기되었다. 미국과 영국은 파리평화회의에 노조대표를 참여시켰고, 이 자리에 참석한 영국 노조대표가 노사정 3자주의를 제안하였다. 그 결과 제1차 세계대전 평화협정인 베르사이유조약 제3장에 의해 ILO는 1919년 세계 유일의 노사정 3자기구로 설립되게 된다.

ILO가 불안정한 일자리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양적인 성장보다는 포용적 성장을, 무분별한 세계화보다는 공정한 세계화를 주창하는 것이 알고 보면 다 이러한 3자주의와 연관되어 있다.
ILO는 189개의 협약을 통해 전 세계 185개 회원국에 동일한 국제노동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ILO 협약은 비준하는 경우 이행해야 하는 국제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ILO는 근로에 있어서 핵심적인 권리를 담고있는 협약을 핵심 협약으로 지정하여 모든 회원국이 이러한 핵심 협약을 모두 비준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핵심협약은 강제노동·고용차별·결사의 자유 등 4개 분야의 8개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국내 사정으로 강제노동 및 결사의 자유 분야 4개 협약은 아직 비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ILO의 기준적용위원회 및 협약권고적용전문가위원회, 결사의자유위원회가 회원국의 협약 이행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ILO의 국제노동기준 감독활동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신흥국가의 인권운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작년 12월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에 ILO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다. ILO는 아파르트헤이트가 강제노동 협약, 결사의자유및단결권보호 협약, 차별 협약 등에 반하는 이유로 1963년 남아공을 ILO 이사회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하고, 1964년 총회에서 반아파르트헤이트 선언을 채택하게 된다.

남아공은 결국 1964년 ILO를 자진 탈퇴하고 이후 1994년 만델라 전 대통령이 남아공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 해 다시 ILO 회원국으로 재가입하게 된다. 1990년 2월 2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석방된 만델라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ILO 총회에 참석하여 로벤섬 감옥의 두꺼운 벽을 통해서 ILO와 회원국이 자신들을 변함없이 지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ILO와 회원국의 지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연설을 하게 된다.

오는 6월 개최되는 제103차 ILO 총회의 주요 의제는 고용, 강제노동 협약, 비공식경제 등이다. 2013년 세계경제는 2.9% 성장했으나 전 세계 일자리는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것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기업이 전통적 제조업체만큼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시대 경제성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준다. ILO는 성매매, 강제결혼 등 성적 착취 문제를 성노예제(sexual slavery)로 규정하여 강제노동 협약 위반 문제로 다룬다. 또한, 노점상, 가사근로자(domestic workers), 가정근로자(home workers) 등 비공식경제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언뜻 보아도 쉽지 않고 해결까지 지난한 토론과정이 필요해 보이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커피를 앞에 두고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으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에게 보내준 지지에서처럼 인도주의와 정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의 전통이 있는 한, ILO가 이번 총회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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