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협상에 따라 정리해고를 제한키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이에 반해 이뤄진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1. 사실관계
A회사는 2008. 7. S공장을 이전할 계획이었는데 산업별노동조합인 B노동조합 소속 B 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S공장 이전을 계기로 하여 고용불안 및 근로조건의 변화 등과 관련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에 따라 B 지회는 2008. 4. 1. 2008년 단체협약 개정요구안과 S공장이전 관련 특별교섭 요구안을 마련하여 B노동조합에 조기교섭을 요청하였다. B노동조합은 2008. 4. 8. A회사 공장 이전에 따른 특별교섭을 요청하여, A회사와 2008년 단체협약 체결 및 고용보장 관련 특별교섭을 진행하였고, A회사는 2008. 7. 5. B지회와 사이에 “현 S공장 재직인원(2008. 7.말 현재)에 대하여 고용보장을 확약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를 하였다.

A 회사는 그 이후 매출실적이 급감하자 2008. 9.경 사무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희망퇴직을 실시하였고, 2008. 12.경부터 2009. 2.경까지는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일시 중지, 미사용 연차수당의 지급 연기, 학자금의 지급 유보 등의 조치를 단행하였다. 또한 A 회사는 B 지회와 협의하여 2008. 12. 23.부터 같은 달 31.까지의 기간 동안 근로자 66명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이 B 지회가 휴업실시 등에 협조하자 A 회사는 2009. 1. 6. B 지회에 대하여 “회사는 향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확약한다”라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A 회사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위하여 해고대상자 선정기준과 관련하여 B지회에 여러 차례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B지회가 위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이라고 하면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아 A회사가 단체협약에 따라 단기근속자 순으로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A회사는 5차례에 걸쳐 해고 절차 및 규모에 관한 논의를 위하여 노사협의회를 통해 논의를 하고자 요청하였으나 B 지회가 단체교섭을 통한 논의만을 주장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A회사는 2009. 5. 19. 원고들을 포함한 26명에 대하여 같은 달 26.자로 정리해고한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발송하였고, 결국 원고들은 2009. 5. 26. 해고되었다.

원고들은 위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2009. 8. 3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다시 기각되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판결의 요지
1심 판결은 ① A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에 대처해야 할 긴박한 필요성이 인정되고, ② 정리해고 전에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 공장 통폐합, 퇴직금 중간정산제도 일시 중지·학자금 지급 유보, 순환휴업, 생산직에 대한 희망퇴직 등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③ 정리해고의 해고대상자 선정기준과 관련하여 B지회에 여러 차례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B지회가 위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이라고 하면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아 A회사가 단체협약에 따라 해고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④ A회사가 해고 절차 및 규모에 관한 논의를 위하여 5차례에 걸쳐 노사협의회에 의한 논의를 요청하는 등 성실한 협의를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B지회가 단체교섭을 통한 논의만을 주장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아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므로 A회사가 비록 협의절차를 거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위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2심 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위 합의서의 내용에 규범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정리해고 등 기업의 구조조정 여부는 사용자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도5380 판결 참조). 그러나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이루어진 단체교섭 결과 성립된 합의사항을 문서화한 것으로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 내용에 제한이 없고, 사용자가 스스로 경영상 결단에 의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하여 노동조합과 이른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것으로서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협약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하였던 사정변경이 있어 협약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부당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반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

먼저, ① 위 합의서에 따르면, A 회사는 B 지회와 사이에 2008년 7월 말 현재 현 S공장 재직인원에 대하여 고용보장을 확약하기로 약정하였고, 원고들은 당시 모두 S 공장에 재직하여 위 합의서의 적용을 받는 점, ② 위 합의서는 A 회사가 S 공장이전을 계기로 하여 근로자의 고용불안 및 근로조건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 A 회사는 A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근로관계를 종료할 정도의 귀책사유가 없다면 A 회사 스스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고용보장을 확약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③ 위 합의서는 이러한 고용보장 확약 이외에도 A 회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자세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이는 점, ④ A 회사는 위 합의서 작성 이후 B 지회가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휴업실시 등에 협조하자 2009. 1. 6. B 지회에 대하여 “회사는 향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확약한다”라는 내용의 확약서까지 작성하여 주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합의서 중 고용보장 확약은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뿐만 아니라, 더욱이 A 회사는 2009. 1. 6. B 지회에 확약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므로, 위 확약서 작성할 당시인 2009. 1.까지는 B 지회에 위 합의서의 규범적 효력을 준수할 의도를 표명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위 합의서는 S공장 이전을 이유로 한 인원 감축에만 적용되는지 여부
A 회사는 이에 대하여, 위 합의서는 A 회사가 S 공장 이전을 빌미로 하여 고용인원을 감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합의서에는 공장이전 이후 ‘출퇴근 관련, 후생복지 관련, 현장 작업 개선 관련, 수당 관련, 노동조합 운영 관련’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고용 안전 관련’으로 고용보장 확약을 포함하였는바, 이러한 위 합의서의 내용은 단순히 S공장 이전에만 적용할 사항이 아니라 공장 이전 이후 A 회사와 근로자들의 제반 근로조건과 노동조합의 활동보장에 관한 사항들로 봄이 상당하므로, A 회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위 합의서는 원고들에 대한 고용보장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원고들에 대한 정리해고는 위 합의서의 고용보장 확약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 위 합의서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부당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2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 ① A 회사의 매출 급감현상은 2008. 9.경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및 이로 인한 경기침체에 기한 것으로 2009. 1. 내지 3.경 경기침체의 저점을 지나면서 제품 생산량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2009. 5.경 이후 제품 내수시장은 세제감면 등으로 급속히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점, ② 또한 A회사의 주된 납품처의 생산실적도 2009. 1. 1.~3. 31.까지에 비하여 2009. 4. 1.~6. 30.까지 급증하였던 점, ③ 이에 따라 A회사의 월별 판매 목표, 실적, 달성비율도 2009. 1.경 36%로 최저점에 이르렀다가 위 정리해고가 있었던 2009. 5.경 이미 79%에 도달하였고, 2009. 9.경 168%에 이르는 등 급속한 실적 개선현상을 보였던 점, ④ A회사는 2009. 1. 6. B 지회에 위 확약서까지 작성하여 주었고, 특히 위 확약서 작성 당시인 2009. 1. A 회사의 매출액은 최저점에 달하였으므로, A회사가 이와 같은 매출액 하락을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A회사가 위 합의서 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하였던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하여 위 합의서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서 부당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A 회사가 B지회에 약속한 위 합의서의 효력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위반하여 원고들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대상판결도 이러한 2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단체협약에 고용 보장을 명시한 경우에 대한 해석기준은 하급심에서만 주로 판시되어 왔으나, 본 대상판결은 고용보장을 명시한 노사합의의 규범적 효력 및 해석기준을 판결문에서 직접 상세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은 경영권의 문제이므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서 다룰 의무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면서도 노사가 정리해고시 고용 보장을 합의했고, 특별히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위 합의사항은 효력이 있으나, 한편, 고용 보장 협약 이후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따라서 노사간 고용보장협약을 체결한 사업장의 경우,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협약 체결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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