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 3. 27. 2011헌바42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Ⅰ. 개요
공무원과 교원은 정치적 표현, 정당활동, 선거운동 등 정치적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 받는다. 이러한 정치적 자유 제한이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 다투어져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어졌고 다수 사건에서 합헌결정이 선고되었지만 학계에서는 여전히 입법과 판례에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 3. 27. 5(합헌):4(위헌)로 공무원과 교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구 정당법과 구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하였다. 심판대상은 처벌조항인 구 정당법 제53조와 구 국가공무원법 제84조 중 정당가입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부분(이하 ‘정당가입 금지조항’이라고 한다)으로서 정당가입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와 대학교원과 달리 초·중등학교 교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제한하여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대통령,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 정치적 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원과, 대학교원을 제외한 교원의 정당가입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은 현행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도 유지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법의 벌칙조항의 법정형은 2014년의 개정으로 종전의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3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강화되었다. 같은 사건에서는 그 밖에도 구 국가공무원법 제84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치적 행위의 금지위반에 대한 부분도 심판대상이 되었고, 이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여부와 같은 형식적 문제가 쟁점이 되었는데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합헌으로 일치되었다.

청구인들은 국가공무원인 국·공립학교인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교원으로서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하여 10만원 내지 47만원의 당비나 후원금을 납부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었으며 이들은 정당가입 금지조항 등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하 의견이 나누어진 정당가입 금지조항 위주로 검토한다.

Ⅱ. 정당가입 금지조항에 대한 결정요지
1. 다수의견 요지
가. 과잉금지원칙 위배여부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정당가입금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교육에 대한 당파적 영향 방지 및 학생들의 기본권이나 학부모들의 교육권과의 갈등 예방을 위한 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헌법상 특별한 보호를 받는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이다. 정당가입이 금지되더라도 선거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서 정당에 대한 지지를 밝히거나 투표를 하는 등의 활동은 할 수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국가정책의 수립·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확보, 편향적 공무집행의 방지, 정치적 이념에 따른 공무원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 방지,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교육기본권 보장이라는 공익이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나. 평등원칙 위배여부
초·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정당가입의 자유를 금지하면서 대학의 교원에게 이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초·중등 교육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기초적 지식 전달에 중점이 있는데 비해 대학교육에서는 연구활동과 교수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필요성이 있으며 상대적으로 학문연구와 사회활동의 자유가 인정되는 점 등 양자간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 근무 태양의 차이를 고려한 합리적인 차별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재판관 박한철, 김이수, 강일원, 서기석의 반대의견 요지
가. 과잉금지원칙 위배여부
공무원의 기본권은 헌법 제7조의 직업공무원제도의 기능에 수반되는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제한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공직수행의 영역에 한정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주요국가의 입법례에서 보듯 공무원의 정당가입허용이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나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한다고 할 수 없고, 하위 직군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되어 온 것도 아니다. 교육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교원의 종교단체 가입을 금지할 수 없는 것처럼 사적 생활에서의 정치적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정당가입 금지조항은 입법목적과 입법수단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충분하고 수단의 적합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공무원의 선거운동기획행위는 지위를 이용한 행위의 금지만으로 충분하다고 한 판례에 비추어 보거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각종의 금지·처벌조항들이 있음을 고려할 때 침해의 최소성에도 위배된다.

정당의 설립·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은 적어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반에 버금가는 것이어야 한다.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공무원의 기본권에 대한 제약은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또한 갖추지 못하였다.

나. 평등원칙 위배여부
대학교원에게는 정당 가입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면서 초·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정당 가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초·등학교 교원이 정당에 가입하면 편향된 교육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점, 오히려 교육내용에 재량이 많은 대학교육의 특성, 정당가입 등 정치적 활동의 자유가 대학에서의 연구와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초·중등 교육에서도 그렇게 보아야 합리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

3. 재판관 안창호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요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제7조 제2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8조 제1항과 규범 조화적 해석을 하여야 하므로 직무수행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는 한도 내에서는 공무원의 정당관련 정치적 행위가 허용되어야 하지만, 공무원의 정당가입 등이 직무수행의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지역주의와 정실주의, 하향식 의사전달 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면 인사, 공무집행, 법집행의 공정성 유지가 어렵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훼손될 우려도 있으며, 특히 지역주의로 인한 폐해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Ⅲ. 검토
다수의견의 논지는 공무원과 교원의 여러 가지 정치적 자유 제한을 합헌으로 판단하면서 그러한 제한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중심적 논거로 한 헌법재판소의 종전 판례들의 논지와 대체로 같다(그 중 교원의 정당가입 금지를 합헌으로 판단한 결정으로는 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한편 교육공무원들이 정부정책과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함으로써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했다고 하여 구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도 유죄를 인정하면서(반대의견 있음)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요 논거로 적용한 바 있다(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이 같이 이 결정은 결론에 있어서는 주류적 판례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특별하지 않지만, 4인의 반대의견과 1인의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 공무원 및 교원의 정치적 자유 제한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결정에서도 확인되는 기본적 전제는, 공무원의 전체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나 직업공무원제도에 의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헌법 제7조 제1,2항)에 의해 공무원의 정당가입 등 정치적 자유제한이 당연히 정당화되거나, 교육의 중립성(헌법 제31조 제4항) 요청으로 인해 교원의 정치적 자유 제한이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러한 자유의 제한에 대해서도 기본권을 제한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이 적용된다.

이러한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이 준수되었는지 여부의 심사에 해당되는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의 주장들은 상호 공방을 주고받는 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위헌의견에서 다른 나라의 입법례 제시,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의 특성을 고려한 비교 등 구체적 주장을 했지만 다수의견은 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주로 종전의 판례들을 원용하여 판시하였다. 그러나 보충의견은 반대의견의 주장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주장을 펼쳤다. 보충의견에서는 우리나라의 공직사회의 문화, 정치환경, 선거문화, 국민의 의식 등을 고려한 공감할만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우려는 아마도 법정의견인 다수의견에 가담한 나머지 재판관들에 의해서도 공유되는 것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구체적 규범통제로서 당해사건이 있으므로 당해사건이 보여주는 현실을 가장 먼저 참고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초?중등교원인 청구인들은 소수파 정당에 가입하여 소액의 당비나 후원금을 납부(당비는 여러 달에 걸쳐 납부한 것이 합산된 것이다.)한 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한 이 정도의 정치적 참여가 공직수행과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보충의견에서는 교원의 종교단체가입과 정당가입의 상이함을 주장하면서 정당가입은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종교단체 가입이 그 자체 종교적인 행위로서 헌법 차원에서 보면 기본적인 종교적 자유 행사이지 비난받아야 할 행위가 아닌 것처럼 정당가입과 같은 ‘정치적 행위’도 헌법적 시각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기본권으로서 보장되는 행위이고 이를 보장하는 법이 아니라 금지하는 법이 그 금지를 정당화할 부담을 진다. 정당의 저변확대와 정치과정의 개방성 확대, 이를 위한 정치적 참여는 민주주의원리가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공직사회 분위기, 정치적 환경, 국민의 의식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직무상 권한도 크지 않고 공직환경이나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영향력도 없는 다수의 하위직군 공무원과 초·중등 교원의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정치적 규제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례적인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반세기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계속 필요하다고 쉽게 인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 의식이나 문화에 후진적인 면이 있고 조만간 개선되기 어렵다고 할 때 이러한 후진적 의식·문화를 기본권 제한의 정당화 사유로 드는 것이 불가피할 때도 있겠지만 이는 헌법재판소의 역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과거 호주제를 위헌으로 선언할 때도 이른바 전통문화와의 충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호주제에 대한 위헌결정은 우리 사회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았고, 오히려 억압적이고 남녀차별적인 혼인·가족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