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아버지는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양도하고 양도금액을 13억원으로 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였다. B세무서장은 A의 아버지가 양도차익을 과소신고한 것으로 보아 A의 아버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조사를 실시하였다.

위 세무조사 당시 A의 아버지는 조사담당자가 양도대금 13억원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에 대하여 소명을 요구하자 ‘은행채무 약 3억5000만원의 은행채무 변제, 장녀 결혼 비용 2억원’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A는 ‘본인은 결혼비용으로 금 2억원을 아버지로부터 받아서 사용하였음을 확인함’ 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B세무서장은 위와 같은 ‘확인서’를 근거로 A가 아버지로부터 2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A에게 증여세 약 3000만원을 결정·고지하였다. A는 이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청구를 거쳐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소송에서 A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2억 원은 모두 혼수비용으로 사용하였으므로 증여세가 과세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였으며 처분청은 ‘A 스스로 아버지로부터 결혼비용으로 2억원을 증여받았다고 확인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이를 부인할 수 없고 2억원을 일반적인 혼수비용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반박하였다. A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결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디서 결혼을 해야 할지, 혼수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등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모가 자녀를 위해 결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기 때문에 결혼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지원받아 결혼 비용을 지출한 경우 상황에 따라 세법상 증여세 과세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제3항은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경제적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이전되기만 하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익의 무상이전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일반인들의 법감정과 너무나 큰 괴리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상증법은 국가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학자금, 혼수용품, 축하금, 부의금 등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공익법인 등이 출연 받은 재산은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않으며 배우자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6억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5000만원(미성년자인 경우에는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A에게 부과된 증여세가 취소될 수 있으려면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 2억원 중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는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5000만원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혼수용품이나 축하금 등에 해당될 수 있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혼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았다면 이것이 사회통념상 필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상증법 기본통칙 46-35…1은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하는 것이고 호화·사치용품이나 주택·차량 등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상증세법은 ‘호화·사치용품이나 주택·차량 등은 그 자체가 사전상속 또는 상속이 의제되는 증여의 수단이 되는 것이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고 보는 것이다.

결국 A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2억원으로 호화·사치용품이나 주택·차량 등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혼수용품 마련에 사용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이러한 입증이 성공하려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실 입증을 위한 객관적인 증빙을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것으로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 다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이라는 기준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억대의 혼수나 결혼비용을 지원받았다면 혹시 모를 과세관청과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예식장 사용계약서 및 예식장소, 예단 및 혼수품 구입장소, 결혼비용 사용명세서 등의 소명자료를 구비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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