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변호사협회 국제법률교류(ILEX) 대표단의 일원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게 되었다. ABA는 국제법률교류의 일환으로 전 세계를 돌며 각국의 법조인들과 교류하면서 연수 및 법적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에서도 대한변협의 최영익 국제이사를 비롯하여 이재욱 국제교류특별위원회 위원, 그리고 필자가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ABA 국제법섹션의 임원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였다.

2014년 2월 20일 처음 가보는 미지의 땅과 새로운 만남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한 필자는 밤 10시경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첫 일정은 프놈펜 법원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캄보디아의 법원에서 접하게 된 재판광경은 우리나라 법정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때마침 진행되고 있던 재판은 마약 밀수범에 대한 재판이었는데 캄보디아법상 마약밀수는 중범죄로 간주되어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재판을 담당하고 있었다. 100여년 가까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캄보디아는 대륙법계인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사법시스템의 기본이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법원을 떠나 다음 방문한 곳은 캄보디아 대검찰청이었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캄보디아 검사들과의 만남도 가졌는데 한 캄보디아 검사는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자신도 서울에 방문하여 한국의 검사들과 만난 적이 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판사와 검사의 선발방법에 대해 물어보니 변호사시험과 별도의 판검사 임용시험이 있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검사로 근무하다가 판사로 발령이 나거나, 판사로 근무하다가 검사로 발령이 나는 등 수시로 판사와 검사로서의 직무를 번갈아가며 하게 된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었다.

이후 캄보디아 미국대사관에 방문해서는 미국의 시각에서 본 캄보디아에 관해 여러 가지를 들을 수 있었는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하는 1등 서기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캄보디아는 농업, 의류, 관광, 건설 산업이 국가경제의 큰 4가지 기둥을 이루며 지난 10~12년간 매년 7~8%의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교육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영어회화능력만큼은 높은 편이어서 해외투자를 유치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를 개시하도록 하는데 500~1000달러의 돈을 수사기관에 주어야 하고, 검찰이 기소하도록 하는데에도 2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판사로부터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 판사에게 또 돈을 지불해야 하는 등 아직 사회전반에 부패가 만연되어 있고, 언론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 또한 아직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러 로펌에서 온 미국 변호사, 호주 변호사, 캄보디아 변호사들과 함께 점심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로펌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로펌변호사들의 시각에서 본 캄보디아의 법적 상황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한 미국 변호사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할 때에 비해 오히려 캄보디아에서 한 개인 미국 변호사로서 사회전체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캄보디아에서 일하는 보람을 강조하였다. 또 프놈펜에 내셔널 중재센터가 설립되어 올해 안에 가동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캄보디아변호사협회와의 간담회에서는 캄보디아 변협 협회장, 사무총장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들은 새로운 정보로는 캄보디아 변호사들에게 강의를 제공해 줄 변호사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과 일본 변호사들이 가끔씩 강의를 하러 온다는 사실이었다. 캄보디아 변협 사무총장은 필자에게도 캄보디아에 와서 변호사 교육센터나 왕립 아카데미에서 국제중재 강의를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캄보디아변호사협회와의 간담회에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법률교육기관인 왕립 법경대 교수와 학생들도 자리를 같이 했다. 그 자리에서 커머셜 분야의 변호사가 되고 싶으며 한국에 와서 공부해 보고 싶다는 한 캄보디아 학생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왕립 법경대에서는 캄보디아법, 프랑스법, 미국법, 일본법 등 다양한 법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캄보디아 법조계의 현주소와 미래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여러 일정들을 마치고 국립박물관에서의 오페라 관람으로 둘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화려한 전통의상과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오페라가 옛 문화왕국의 한 면을 보는 듯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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