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서 추진중인 상속법 개정과 관련해 가장 의미심장한 조항은 ‘배우자 선취분 50% 인정’일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언으로도 배우자 선취분을 감액하지 못하도록 해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조항으로 인하여 이른바 ‘황혼 재혼’의 경우 상속인인 자녀들과 재혼한 배우자간의 분쟁과 불화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어 입법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법무부는 2006년 같은 내용의 입법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좌초된 경험이 있는 바, 24년만에 개정되는 상속법의 행로가 어찌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 자녀들이 부모를 모시지 않는 세태 등을 반영하여 실질적으로 배우자의 상속분을 현행 1.5에서 7.5로 높이는 이번 법률안의 의미는 한마디로 ‘상속인의 재산은 배우자와 공동으로 형성한 것이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법의 변천사를 생각해보면 실로 놀라운 변화와 관점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부인이 쪽잠을 자면서 손바느질로 피땀흘려가며 모아놓은 재산이라도, 남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 남편의 것이 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남편 명의의 재산이라도 기여도를 따져 부인의 것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상속에서도 우선적으로 배우자에게 몫을 떼어주는 제도가 생겼다. 유언으로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유류분’이라는 제도로 구제해주기도 하였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무조건적 재산의 분배’가 정의가 되는 시점이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이 제도가 과감하게 변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과연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 무엇인지,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어느 누가 정확하게 계량화하고 수치화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이혼과 재혼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 시대에 자식과 배우자 간의 복잡한 재산전쟁이 얼마나 지혜롭고 화목하게 해결될 수 있겠는가. 양보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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