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회사가 사전에 노동조합에 회사 분할에 관한 이해와 협력 구했다면 회사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계되는 사업에 관한 근로관계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했어도 승계된다”

1. 사실관계
가. 회사 분할
원고회사는 법인사업, 식품사업, IT사업을 운영해 오다가 2008년 10월경 법인사업 부문을 분할하기로 계획하고, 2008년 10월경부터 2009년 3월경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분할의 필요성과 방법, 해당 사업부문 근로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 유지 등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 후 주주총회를 거쳐 2009년 3월 31일 전 직원을 상대로 조직변경 사항을 공지하였다.
이러한 회사분할로 2009년 4월 1일 H사가 신설되었고, 참가인인 근로자는 소속이 원고회사에서 H사로 변경되었다.

나. 지노위/중노위의 판정
참가인인 근로자는 2009년 5월 14일 근로자들과 아무런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소속이 원고회사에서 H사로 변경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분할대상이 된 근로자들은 원고회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적 구제신청을 제기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근로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을 취소하고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다. 1심 판결
위 판정에 대하여 원고회사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전적 구제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상법상 회사분할에 의하여 신설되는 회사는 분할회사와는 법인격을 달리하는 전혀 별개의 회사이므로 … 회사분할로 인한 고용승계도 사용자가 회사분할 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회사로 고용승계 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 전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0. 6. 17. 선고 2009구합52028 판결).

라. 2심 판결
1심 판결에 대하여 원고회사가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원고회사의 항소를 기각하면서도 1심 판결과는 달리 그 이유를 “회사분할 시 분할대상이 되는 사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신설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나, 예외적으로 근로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는 근로관계 승계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 1. 19. 선고 2010누21732 판결).

2. 회사 분할에 관한 종래 논의
가. 법률 규정의 미비
상법은 합병에 관하여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상법 제235조), 분할에 관하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또는 존속하는 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530조의10).

특히 상법 제530조의10이 합병에서 단순히 “승계한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는 문언을 두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분할이 부분적 포괄승계라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인격이 승계되는 합병에서의 포괄승계와 같은 의미의 이해해서는 아니 되고, 분할계획서에 이전대상으로 특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법이 이전을 금지하거나 일신전속적 성질이 있는 권리와 의무가 당연히 신설회사로 이전된다고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등장하였다.

그래서 회사 분할의 경우 근로계약관계의 승계여부와 관련, (i) 상법에 의하여 개별근로자의 동의여부를 불문하고 근로계약관계가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설, (ii) 민법 제657조 제1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하므로 동의를 조건으로 승계가 된다는 설, 근로자가 거부하면 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설로 크게 대립되었다.

나. 판례의 종래 입장
위와 같은 법률 규정의 충돌로 종래 판례도 서로 다른 견해를 취했다. 즉, 판례는 ① 근로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근로관계가 승계된다는 취지로 판결하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다66968 판결 - 심리불속행 기각), ② 분할 시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승계되나 다만 근로자에게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인정되며, 이러한 거부권의 행사를 위한 상당기간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기도 하여(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9796 판결 - 심리불속행 기각) 서로 논리를 달리하였다.

이와 같이 대상판결 이전까지 법원은 개별 사건별로 견해를 달리하였고, 특히 위 사건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심리 불속행으로 기각되었다는 점에서 실제로 대법원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3.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상법 제530조의10은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이하 ‘신설회사’라고 한다)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분할하는 회사의 근로관계도 위 규정에 따른 승계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의 보호를 도모하기 위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근로자의 자기결정권(제4조), 강제근로의 금지(제7조), 사용자의 근로조건 명시의무(제17조), 부당해고 등의 금지(제23조) 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제24조) 등을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회사 분할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는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고, 해고의 제한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령 규정을 잠탈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라면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에서, “둘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의 분할에 따라 일부 사업 부문이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경우 분할하는 회사가 분할계획서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기 전에 미리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 회사 분할의 배경, 목적 및 시기, 승계되는 근로관계의 범위와 내용, 신설회사의 개요 및 업무 내용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그 승계되는 사업에 관한 근로관계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라도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회사의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면서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는 근로관계의 승계를 통지받거나 이를 알게 된 때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고 분할하는 회사에 잔류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회사가 사전에 노동조합에게 회사 분할에 관하여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회사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승계되는 사업에 관한 근로관계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라도 승계된다고 판시했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상법 제530조의10은 회사의 분할에 따라 근로계약관계가 어떤 요건하에 승계되는지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종전 판례는 종래 회사 분할시 근로관계가 승계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i) 근로계약관계가 원칙적으로 승계되나 근로자의 거부가 가능하다는 법리, (ii)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근로계약관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법리로 나뉘었다. 그러나 본 대상판결은 일정한 요건만 갖춘다면 근로관계의 승계에 근로자의 별도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판시하여 회사들이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관계 승계 방식을 통해 회사분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대상판결은 상법을 충실하게 해석하여 근로계약관계의 승계 문제에서도 회사분할을 합병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였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가 있다.

결국 대상판례에 따르면 회사를 분할하는 경우, 회사가 사전에 근로자들과 협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만 입증한다면 분할되는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들과 분할회사의 근로관계는 분할로 인해 신설되는 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는 점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 회사분할이 해고 목적으로 악용됐다는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은 근로자가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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