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변호사협회(이하 ABA)의 국제법 섹션(이하 SIL)에서 세계 각 나라의 법률에 관련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교환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1968년부터 시작된 International Legal Exchange Training Program(ILEX)의 행사 참여차 올해에는 2014년 2월 15일부터 26일까지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방문하였다.
한국에서는 대한변협의 최영익 국제이사가 전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재욱 국제교류특별위원회 위원(법무법인 (유)율촌, 미국 유타주 변호사)은 미얀마 프로그램에, 이형원 국제위원회 위원(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미국법학과 교수)은 캄보디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ABA SIL의 임원들 20여명과 함께 각 나라의 법조계 인사들을 비롯해 NGO 지도자들과 사업가들을 만날 기회를 가졌다.

첫날 돌아본 미얀마의 경제수도 양곤에서는 지난날 한국이 겪어왔던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모습이 한꺼번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곤 시민들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반 기차의 요금은 100원 정도인데 한국의 예전 비둘기호 기차보다 더 열악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양곤 시내는 자동차의 물결로 대낮에도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10년이 넘는 일본산 중고차들이었고, 간혹 젊은 운전자가 모는 인피니티도 눈에 띄었다.

 

▲ 미얀마 국회 Rule of Law, Peace, Stability Committee 위원과 함께.

국민 1인당 소득이 1000불이 채 안 되는데 비해 10여년 정도 된 토요타 자동차가 2000만원 가량이라고 한다. 최근 2~3년 사이에 형성된 부동산 가격은 경제화의 바람을 타고 나타나는 거품화 현상으로 서울 강남지역의 땅값보다도 더 뛰어 오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경제화 바람을 타고 빈부의 격차는 더욱 양극화 돼가고 있고 경제적 혼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얀마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미얀마(버마)는 영국에 의해 1886년도부터 인도의 지방령으로 관리를 받아 왔다. 이에 저항하는 자국민의 세력과 영국의 잔인한 제압 등은 이후 70~80년 동안 계속되었다. 1940년대에 들어서 미얀마는 영국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힘을 빌어 독립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일본과의 동맹은 또 다른 탄압과 약탈로 이어지는 수난의 역사를 반복하게 되었고, 미얀마는 일본의 압제에 대항하여 투쟁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2차 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몰락하자 예전의 영국은 미얀마의 재건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진출 하여, 미얀마의 탄 슈웨(Thakin Soe)와 아웅 산(Aung San)과 같은 군세력이 세운 임시정부를 도왔다.

이 임시정부는 공산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었고 현 군정권의 모태가 되어 현재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그 동안의 여러 역사적인 배경을 거쳐 2011년도에는 군정권의 주도 하에 민주화 총선을 단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미쓰비시와 미쓰이와 같은 일본의 산업계는 2차 대전 이후 철수하지 않고 미얀마에 남아 있었다. 또한 2013년에는 아베 총리가 방문하여 일본의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고, 현재 양곤 남부 지역에 대규모로 일본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여러나라들이 진출 하고 있는데, 대부분 네덜란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이탈리아의 기업들이다. 교육전반에 있어서는 특이하게도 호주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11년 힐러리 클린턴의 아웅산 수치 여사의 만남으로 민주화의 물결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1983년 10월 19일에 한국정부의 장관, 차관, 비서실장 등 17명이 사망했던 아웅산 묘역 테러사건으로 인해 미얀마와의 관계는 소원해졌으나, 2000년도 초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며 일반 시민들도 기초적인 한국말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높은 것으로 보였다. 한국에서는 90년대 말까지 대우그룹의 회사들이 진출해서 활약하고 있었다고 하나 현재 다른 기업들의 존재는 삼성과 LG 외에는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미얀마 정부, 법조계, 재계 등과의 관계를 먼저 쌓아 놓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미얀마 법조계에서 고민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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