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성명서 발표…검찰에 철저한 수사 요청
미흡시 특검·국정조사 요구 등 강력 대응키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검찰과 국정원의 증거 조작 논란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2004년 탈북한 재북화교 출신 유우성씨가 2011년 서울시 특채 공무원으로 입사한 후 지난해 6월 자신이 관리하던 국내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겨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국정원은 유씨가 2005년부터 북한에 수차례 밀입북해 북한의 회령에서 보위부 당국자들과 접촉하고 탈북자 명단과 함께 이들의 한국 정착 생활 등 관련 정보까지 북한에 넘기는 일종의 이중간첩이라며 그를 잡아들였다.

1심 법원은 유씨 동생 유가려의 자백 번복을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북한 이탈 주민 및 여권 관련법 위반에 대해서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국정원은 유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유씨의 북한 출입 증거를 확인하면서 항소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최근 검찰과 국정원이 유씨의 간첩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법정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 중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이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 문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국기록 등 3건의 문서가 모두 위조됐고, 변호인 측이 낸 2개의 문서는 모두 진본”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은 성명서를 통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외국 공문서가 해당 국가에 의해 ‘위조’라고 언급된 것만으로도 검찰과 국정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정부의 명예도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일 증거조작이 고의로 이뤄진 것이라면, 검찰과 국정원은 선량한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한 것이 돼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국가 보안법은 ‘다른 사람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국가보안법상의 죄에 대해 증거를 날조, 인멸, 은닉한 자’에 대해 일반 공문서 위조나 증거 인멸보다 가중 처벌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접 수사를 맡은 국정원뿐만 아니라 수사지휘와 공소유지 책임이 있는 검찰도 법적·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나 국정원은 유씨의 간첩 협의를 입증할 유일한 직접 증거였던 여동생의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고, 유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허위 자백을 받고 6개월 동안 독방에 가둬둔 채로 협박, 회유를 일삼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한변협은 “이번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이러한 부적절한 인권 침해를 애써 모른 채 한 검찰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이 증거 조작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실추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동일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검사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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