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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 체험기]하버드 로스쿨에서의 시험과 평가방식
김지이나 변호사  |  jeena.kim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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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승인 2014.03.03  14: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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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조인들이라면 누구나 공부와 시험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편이지만, 로스쿨 시험은 언어나 방식면에서 한국의 시험과 사뭇 달라서인지 시험기간 동안 상당히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시험은 요령인데, 로스쿨 시험에서의 요령을 알지 못하고, 그간 한국에서 쌓아온 요령이 통하는지 확신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수원을 수료하고 실무에 나오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시험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다시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 전의 긴장감을 느끼자니 잠깐 동안이나마 실무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의 시험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집니다. 첫 번째는 통상적인 한국 시험방식과 같은 In-class exam입니다. 주어진 3~4시간 동안 한 교실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것입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리 컴퓨터에 EXAM 4 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온라인으로 답안을 작성하여 제출한다는 점입니다.

In-class exam에는 외부 자료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전통적인 형태의 Closed mode,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 자료나 책, 노트 등 프린트된 자료를 볼 수 있는 Open mode, 인터넷 접근까지 허용되는 Open+ network mode 등이 있는데, 대체로 Open mode가 일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Take-home exam으로 원칙적으로 EXAM 4를 이용하여 온라인으로 문제를 다운받고 원하는 장소에서 답안을 작성하여 8시간 내에 온라인으로 답안을 제출하는 방식입니다(예외적으로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레포트 제출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Take-home exam에는 (1) 구체적으로 정해진 시험일이 있고 그 날 무조건 답안을 제출하여야 하는 One-day take-home 방식, (2) 일정한 시험기간만 주어지고 그 중 자기가 어느 하루를 시험일로 정해서 답안을 제출하는 Any-day take-home 방식, (3) 학교에서 정한 시험기간과 무관하게 교수가 통상 마지막 수업시간에 나누어 주는 과제에 대해서 답안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Last-class take-home 방식(우리로 치면 레포트 제출로 시험을 대체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레포트를 제출하는 경우가 아닌 한, 모든 시험은 이름 대신 미리 부여받은 익명의 숫자코드를 이용하여 치르고 숫자코드는 학기마다 달라집니다.

한편, 구체적인 시험방식과 일정을 정하는 것은 교수의 재량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원칙적으로 특정한 유형의 시험을 치르지만 희망자에 한해서는 레포트 제출로 대체하기도 하는 등 유연성이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시험방식과 일정은 학기 시작 전에 대부분 공개가 되므로 수강신청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사법시험과 같이 이른바 이슈 파악이 중요한 기본과목의 경우 In-class exam이 많은 것 같고 그 밖의 과목은 Take-home exam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슈파악 위주의 시험요령에 대해서는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별도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시험기간에 임박하여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강좌를 개최하여 오로지 시험 요령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별도로 가르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림동 학원가에서 들었던 내용을 하버드 로스쿨에서 듣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렇게 시험을 치르고 나면 당연히 평가가 뒤따릅니다. 하버드 로스쿨의 특징적인 점은 학점을 P(Pass)와 F(Fail)로 나눈다는 것입니다. 물론 Pass 위에 아주 우수한 소수의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H(Honor) 또는 DS(Dean’s Scholar)가 있고, 가까스로 F를 면한 LP(Low Pass)가 있어 실제로는 DS-H-P-LP-F로 세분화 됩니다만, F는 좀처럼 없고 대부분의 학생이 P를 받으니 학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구조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러다 보니 하버드 로스쿨 학생들은 취업을 할 때 어떠한 과목을 들었고 거기서 H를 몇 개나 받았느냐가 중요하고 P는 큰 변별력이 없으며 반대로 LP가 있으면 취업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P를 받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면 내부적으로 크게 경쟁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는 모두들 H나 DS를 받기 위해서 무척 열심이고 끊임없이 평가자(교수님)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토론을 할 때는 강한 어조로 반대의견을 피력하며, 수업이 끝나면 교수님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 질문을 하거나 별도로 약속을 잡아 만나는 일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저는 어쩌다 교수님들과 개인적으로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긴장부터 되던 터라 이곳 학생들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가 부럽기도 하였습니다만, 반대로 보면 이러한 부가적인 노력을 들여 취업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사뭇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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