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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법조 체험기]한국 기업과 로펌 이야기
유지연 변호사  |  juliayu@siac.org.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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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승인 2014.02.24  1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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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 접수되는 중재사건의 86%가 국제중재 사건이다보니 세계 각국의 다양한 로펌들이 대리하는 사건을 수없이 접하게 됩니다. 가끔씩은 이런 나라도 있었구나 하고 구글로 위치를 검색해 볼 때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얻게 되는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다양한 국적의 로펌들이 제출하는 서면을 받아보면서 잘 하는 로펌들이 어떻게 중재 사건을 이끌어 가는지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 좋은 것은 중재기관이 하는 주된 역할이 중재인 선정이기에 이들과 가깝게 일하면서 각 중재인들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중재인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좋은 중재인인지 (그리고 누가 잘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국제중재에서는 영국로펌과 미국로펌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 로펌들이 매우 강세입니다. 홍콩은 현지 로펌보다는 홍콩에 들어온 외국계 로펌들이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고 홍콩에서 활동하는 유명 중재인들도 주로 외국인들입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이 있지만, 아시아계 중재인들이 매우 강세이고 또 사건을 대리하는 로펌들을 보면 싱가포르 현지 로펌들이 외국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자주 선정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기업들이 국제중재사건이 생겼을때 어떻게 하는지 보았더니, 한국 로펌을 선정해서 중재사건을 진행하는 경우보다는 외국 현지 로펌들, 즉 런던에서 행해지는 중재는 런던에 있는 로펌을, 싱가포르에서 행해지는 중재사건은 싱가포르에 있는 로펌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로 큰 대기업일수록 외국로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은 국제중재에서 주로 선택되고 있는 준거법이 영국법이거나 싱가포르법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국제분쟁해결 분야에서는 한국 로펌보다는 외국 로펌들이 더 경험이 많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준거법은 대리인 및 중재인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협상을 통해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정하는 계약을 많이 체결할 수 있다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때 한국 기업들에게도 유리하고 한국 로펌들이 관여될 수 있는 중재 사건이 늘어나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징을 들자면, 기업 법무팀의 주류가 대부분 미국변호사들이고 이들이 해외 비지니스를 담당하면서 외국 로펌과 직접 접촉을 하고 인터뷰를 해서 로펌을 선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선택의 이유를 물어보면 일단 한국 로펌을 쓰면 영어를 안 해도 되니까 편하긴 한데, 그렇게 되면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을 동시에 써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 접수된 한국 관련 사건 중 한국 기업을 대리하는 로펌을 보면 약 70% 이상을 외국 로펌(싱가포르 로펌 포함)이 대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뭐라 가타부타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사실 국제중재 커뮤니티 내부에서 한국 로펌이 차지하는 존재감이 상당하고 오히려 외국 변호사들 사이에서 한국 로펌에 대한 칭찬이 대단한데도(실제로 로펌 랭킹 사이트를 보면 아시아 태평양 국제중재 분야에서 한국 로펌이 싱가포르 빅 4 로펌과 비슷하거나 상위에 랭크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정보의 부재 탓인지, 아니면 선입견 때문인지, 혹은 사내 미국변호사들의 역할이 큰 탓인지 한국 로펌들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크게 어필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 기업들은 일본 벤고시 (일본 사시 출신 변호사를 이렇게 부릅니다)에 대한 신뢰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란 마인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싱가포르에 출장 온 일본 로펌 소속 벤고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싱가포르에 하루 일정으로 출장 온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를, 국제중재사건을 싱가포르에 있는 현지 로펌과 같이 진행하고 있는데, 굳이 일본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일본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외국 로펌 변호사들과의 회의에 참석하러 왔다고 하면서, 다음부터는 굳이 일본 변호사가 없어도 된다고 했는데도 신뢰감 때문인지 일본 클라이언트들이 계속 요청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제 중재에 있어서만큼은 한국 로펌이 일본에 비해 한 10년은 앞서 있다고 한 어떤 유명 중재인의 말이 기억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제일 많이 놀라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입니다. 자유경쟁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어떤 로펌을 선임할 것인지는 당연히 자유입니다만, 한국 로펌들 입장에서는 실력도 물론이거니와 어떻게 한국 기업들에게 어필하고 이들과 함께 커 나갈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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