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대법원 구성·심리방식 개선 세미나
업무 과중·정책 기능 약화 지적…해결 시급
불속행 기각 폐지·하급심 강화 등 의견 논의

▲ 이번 세미나에서 대한변협 위철환 협회장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현행 상고심 제도와 심리방식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며, 더 이상 논의가 아닌 과감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그동안 불만과 원성의 대상이 됐던 심리불속행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변협은 국회 박영선 의원실과 함께 22일 변협회관 중회의실에서 ‘대법원 구성 및 심리방식 개선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대한변협 위철환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행 상고심 제도와 심리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지 오래됐고, 20여년간 연구하고 토론한 끝에 고등법원 상고부, 대법관 수 증원, 상고심사부 등 여러 가지 개선방안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제는 장기적인 논의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적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상고심 제도, 국민 비난 커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통상 대법관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수가 과중해 충실한 심리가 곤란하고 정책판단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실질적으로 본안사건을 기준으로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수는 2012년 기준 3만5777건을 기록하고 있으며, 처리사건 수는 3만6238건에 달한다. 이를 대법관 1인당 사건처리 건수로 계산하면 한해동안 3019건의 사건을 처리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심리불속행 제도에 의한 기각률은 전체 상고심 사건비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낮은 민사사건을 살펴보면 2009년 65.8%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다소 감소하는 수치를 보이고는 있으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과 다를 바 없는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리불속행 폐지 주장 제기
주제발표자로 나선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변호사는 대법원 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는 것만이 정도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심리불속행 제도의 문제점은 인지하면서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전제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임시방편이고 본질적인 해결은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변호사의 이와 같은 주장을 반영하듯 대한변협이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대한변협 민경한 인권이사는 630명의 변호사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법원 구성 및 심리방식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들의 54%인 338명은 그동안 고등법원 및 각 지방법원 항소부의 심리진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64%인 406명이 대법원 심리불속행 제도의 폐지에 찬성하고 있었으며, 대법원의 구성을 달리하거나(42%) 대법관 수를 증원해야 한다(58%)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적정 대법관 수에 대한 의견과 관련해서는 4개부를 증원해 30인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38%) 등 대법관 수를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91%(511명)를 차지했다.

대법원, 정책판단 기능 충실해야
반면 하급심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고심의 법률심 기능을 강화해 나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울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는 “상고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 상고사건의 본안심리를 담당하는 별도의 상고심 법원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해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법령의 해석 통일 기능을 담당하고 상고법원은 기존의 법률 해석이 구체적 사건에 올바르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의견은 대법원의 경우 개별사건에서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기능보다 법령 해석에 통일을 기하고 법률 해석을 통해 사회가 지향해야 할 법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판단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선 청주지방검찰청 이완규 차장검사 역시 “대법원이 정책판단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하급심을 충실화하는 것으로 제도적 보완이 가능하나, 권리구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증원 또는 대법관 이외에 대법원 판사제도를 두어 이원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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