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심리방식, 특히 심리불속행제도를 둘러싼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문제는 대법원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근원적 해결을 위하여는 좀 더 깊은 논의와 성찰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근원적 해결 이전에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환화시키는 조치라도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대법원이 그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주장도 있으나 심리불속행제도 도입 이후에 그러한 개선 내지는 발전이 있었는가 하는 질문 앞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당장 내세우고 있는 목표에는 다가가지 못한 채 부작용만 겪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법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개선이 시급하다. 심리불속행제도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불신은 법원이 다른 대부분의 분야에서 보여주고 있는 노력이나 결실조차도 깎아 내리고 있고, 법원이 법관들의 편의나 기득권 수호를 위하여 국민의 권리구제를 소홀히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근래 법원은 사실심 강화를 위하여 공판중심주의, 구술주의의 강화를 비롯한 절차면에서의 여러 가지 개혁적 조치를 취하여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사실심 법관들의 부담은 상당히 가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대법원이 국민의 불만을 외면하고 개선을 미룸으로써 사실심의 이러한 성과조차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대법원도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불만이나 문제점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지난 22일 열렸던 대법원 구성 및 심리방식에 관한 세미나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장만 보더라도 당장 도입 가능한 개선방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다. 대법원은 방어적 의견제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이러한 개선방안들을 수렴하여 주도적으로 개혁안을 제시하고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좀 더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기에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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