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로스쿨 등 헌법소원 제기

 

#1.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택에서 자고 있던 A씨(57·여)는 갑작스레 포승줄에 묶인 채 병원에 강제입원 됐다. 나중에 병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보호의무자인 딸들에 의해 강제입원 된 것. 5남매를 기르며 3층 다가구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A씨는 큰딸의 권유로 3억25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얼마 후 큰딸이 그 돈을 모두 남자친구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혼인빙자간음 및 사기혐의로 이를 고소하려고 하자 남자친구가 큰딸을 시켜 A씨를 강제입원 시켜버린 것이다. 강제입원 한달 전부터 갱년기 우울증 때문에 신경정신과 외래진료를 받은 병력이 전부였던 A씨는 순식간에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말았다.
이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A씨가 법원에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서’를 제출했지만, 가족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A씨는 인천에 있는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2. 평소 정신지체장애인 인권개선에 힘써온 대학생 B씨는 산책 중 갑작스레 응급환자이송차량으로 끌려갔다. 차안에는 의사인 B씨의 부모님이 타고 있었고, 5시간 후 B씨는 행동증상을 이유로 강제입원당했다.
부모님에게 이유를 묻자 “너 미쳐서 보낸거 아니야. 니가 하고싶은 대로만 하려고 하니까 넣은거지”라는 답변을 들었다. 즉 평소 B씨의 시민운동과 방송출연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부모가 B씨가 말을 듣지 않자 강제입원시킨 것이다.
담당의사에게 퇴원을 요구하자 의사는 입원의 필요성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버지와 통화가 되지 않아 퇴원시켜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후 B씨가 소송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나서야 병원장이 가족들을 설득해 퇴원할 수 있었다.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에서는 보호의무자 2인과 정신과 전문의 1인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고, 입원기간은 6개월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강제입원 과정에서 겁박이나 폭행 등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강제입원 이후에도 입원의뢰가 보호의무자에 의해 이뤄져 치료내용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이에 A씨, B씨 등 4명은 지난 14일 “강제입원으로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 및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정신보건법 제24조 1~3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 프로그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소송지원단, 공익법그룹 공감, 한국정신장애연대 등이 지원에 나서 공익소송으로 진행된다.

소송대리인 측은 우선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함에도, 동 조항은 그 기준조차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인들은 헌법과 장애인권리협약 등에 의거해 당연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권리가 있고 이에 근거한 자기결정권에 따라 정신의료 기관에 입원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동 조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준수해야 할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 원칙을 모두 위반하고 있어 청구인들의 인격권과 신체적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만큼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구인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병원 입원환자들의 평균 입원기간은 247일이나, 3년 이상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환자 수도 1만9000여명(전체 환자의 2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 기준, 자의로 입원한 환자의 비율은 24.1%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비율이 68.1%에 달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이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율을 30%대로 낮췄으며, 유럽 국가의 경우 비자의(강제) 입원율은 10%대에 불과하다(우측 표 참조).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정신질환자라도 본인 동의 없이 비자발적으로 가족 등에 의한 강제적 입원과 치료를 금지하고 있다”며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행 강제입원 제도는 단순히 입원기간을 줄이는 식의 개정보다는 폐지가 적합하며, 강제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진의 판단과 적법절차에 따라 입원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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