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당시부터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때에는 유통증권성을 갖지 아니할 것임이 명백한 백지수표 발행행위에 대하여 부정수표단속법의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지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도7185 판결

사실관계
A회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 관하여 대한주택보증이 2006년 7월경 조합주택시공보증서와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하였고, A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보증사고가 발생할 경우 A회사가 대한주택보증에 대하여 부담하는 구상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한주택보증에 액면금액 및 발행일이 백지인 백지수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A회사가 2007년 9월경 부도가 나 시공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보증사고가 발생하자 대한주택보증은 조합주택시공보증계약에 따라 승계시공을 하여 2009년 12월 11일경 준공인가를 받았다. 대한주택보증은 2010년 3월 30일경 백지수표의 백지부분을 보충하고 2010년 4월 2일 전북은행에 지급 제시하였으나 거래정지처분으로 수표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원심은 대한주택보증이 백지부분을 보충하여 지급 제시한 것은 적법한 지급제시라고 보고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판시사항
이 사건 백지수표는 대한주택보증의 A회사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관한 담보 목적으로 교부된 것으로서, 대한주택보증은 A회사가 원래의 시공책임을 이행할 수 없어 승계시공을 한 다음 준공인가가 된 시점에서 확인되는 구상금 채권액으로 백지보충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그 단계에 이르면 A회사는 이미 훨씬 이전에 부도가 나서 당좌거래가 정지되어 있을 것임이 분명하고 이는 수표 발행 당시부터도 명백하게 예견되어 있던 사정이라 할 것이다. 또한 대한주택보증의 공공기관적 지위, 발행인과의 계약관계 및 그 내용, 예정된 백지보충권 행사의 사유 등에 비추어보면 승계시공 등이 완료되기 이전에 위 백지수표를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도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대한주택보증은 이 사건 수표를 교부 받을 당시부터 A회사의 파산,부도 등 약관에 규정된 보증사고가 발생하여 승계시공에 의하여 아파트를 완공한 이후에야 비로소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음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백지수표는 그 발행 당시부터 유가증권으로서 유통될 가능성은 배제되어 있었고 단지 증거증권 또는 채무이행의 압박수단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이러한 백지수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백지수표에 유통증권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한주택보증의 구상금 채권의 액수는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 납입 등에 따라 계속 변동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백지보충을 한 시점에서 최소한 위 백지보충액인 125억8500만원을 초과하여야만 피고인에 대하여 그 금액 전부에 대하여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 할 것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당시 수기로 계산된 위 채권액이 맞는 것인지를 제대로 심리하였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백지수표가 발행 당시부터 유가증권으로서 유통될 가능성이 배제되어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 이를 발행한 피고인에게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나아가 그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백지보충권 행사 당시의 구상금 채권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그리고 그 채권액에 맞게 백지보충권이 행사된 것인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수표의 발행이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고 수표금액에 대한 정당한 보충권 행사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한 바도 없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판결의 의의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였는데도 수표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수표를 발행할 당시부터 유가증권으로서 유통될 가능성이 배제되어 있는 경우에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판결은 시공보증과 관련해 대한주택보증이 구상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시공사로부터 제출 받는 백지수표의 경우 원칙적으로 유통증권성이 배제되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대한주택보증의 공공기관적 지위, 발행인과의 계약관계 및 그 내용, 예정된 백지보충권 행사의 사유 등에 비추어보면 승계시공 등이 완료되기 이전에 위 백지수표를 제3자에게 유통시킬 가능성도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백지수표는 증거증권 또는 채무이행의 압박수단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나아가 유통증권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백지수표의 경우 수분양자들의 분양금이 납입되면 그 액수만큼 구상금 채무에 충당되기 때문에 백지보충권을 행사할 당시 정당한 채권금액이 보충되어 지급 제시된 것인지도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한주택보증이 시공사로부터 징구하는 백지수표의 경우 원칙적으로 증거증권 또는 채무이행의 압박수단일 뿐 유통이 전제된 유가증권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기업의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와 임직원이, 위 회사로 하여금, 부동산개발사업자가 초기 개발자금(일종의 브릿지론)을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 받는 데 지급보증하게 하거나, 부동산개발사업자에게 초기 개발자금을 직접 대여하게 한 사안에서, 위 부동산개발사업자의 자금 사용처를 통제·감독하기 위한 상당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한 판단기준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도7360 판결

사실관계
① 갑이 설립한 A회사가 평택 성해지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개발사업에 관하여 B저축은행으로부터 17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하여 C회사가 연대보증을 하기로 함에 따라 B저축은행은 이 사건 대출을 브릿지론이 아닌 신용대출로 취급하여 당시 설립 중인 회사에 불과하여 신용도나 자력을 평가할 만한 실적이 없던 A회사에 170억원을 대출하게 되었다. ② C회사가 A회사와 금전대차를 위한 보증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정한 내용을 보면 C회사가 기대하는 이익이나 반대급부는 위 도시개발사업의 성공적 시행을 전제로 하여 보장되는 것이어서, C회사의 입장에서 대출금이 본래의 사업에 투입되는 것은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었다. ③ 피고인들은 C회사로 하여금 연대보증을 하게 하면서 적정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하였고, C회사는 위 보증 제공에 관한 계약에서 A회사가 대출금을 사업권의 인수비용, 토지매입을 위한 계약금 등 C회사 및 B저축은행에 신고한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두었을 뿐, A회사가 다른 용도로 대출금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④ 대출금 170억원 중 160억원 상당은 D회사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데 사용되었다. ⑤ 피고인 1은 연대보증 전부터 D회사 계열사를 통해 갑이 진행하던 골프장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갑과 사업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피고인 1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E회사가 A회사의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원심은 위 사실들을 토대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B저축은행으로부터 170억원 상당의 신용대출을 받는 것에 대하여 적정한 담보를 제공하지 않은 A회사가 대출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용처의 통제·감독에 상당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강구하지 아니한 채 C회사로 하여금 이를 연대보증하게 한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판시사항
이른바 브릿지론 대출의 실무에서 연대보증인은 차주로부터 자금통제권을 반드시 확보하여야 한다는 상관행이 존재하는지 및 만약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이 그러한 상관행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와 같은 상관행의 존재를 전제로 위 피고인들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위 피고인들이 갑이 위 대출금을 위 약정에 반하여 다른 사업체에 사용할 것을 알고 있었다거나 혹은 위 피고인들과 갑 사이에 위 연대보증과 관련하여 부정한 대가가 수수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지 위 피고인들이 A회사의 대출금 사용처를 통제·감독하기 위한 조치 없이 C회사로 하여금 연대보증하게 하였다는 사정을 주된 이유로 하여 위 피고인들의 행위를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위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판결의 의의
개발사업의 시행을 위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본 PF대출이 이루어지기 전 초기자금에 관해 일시적인 자금대출, 즉 브릿지론(bridge loan)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PF약정의 경우는 차주의 자금사용에 관해 여러 가지 통제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차주가 다른 용도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충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브릿지론의 경우 연대보증인이 차주로부터 자금통제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상관행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연대보증과 관련해 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사람과 피고인들 사이에 연대보증과 관련해 부정한 대가가 수수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들이 대출금 사용처를 통제·감독하기 위한 조치 없이 연대보증을 하게 한 사정만을 이유로 연대보증인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 없이 브릿지론 대출 등에 있어서 자금이 전용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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