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의 청년변호사 등록비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세계변호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Changing Times: Legal Trends in the Asia Pacific Region”에 참석하였습니다. 그 동안 의무연수 차원에서 참가한 변호사협회의 회의와 달리, 미국변호사들의 참석이 많은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도 많은 미국변호사들이 참석하였으며, 발표 후 질문시간에도 한국변호사들보다 미국변호사들의 질문이 많아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변호사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편, 기본적인 발표는 영어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시통역을 통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 강의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듣고 해석하는 데만 치중하게 되어 내용을 소홀히 하기 쉬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동시통역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발표는 오전 두번째 세션인 “Antitrust in Europe and Asia – hot topics”입니다. 공정거래법 분야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국제적인 경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국과 유럽의 법과 사례에 대한 연구는 종전에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지리적인 가까움과 향후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공정거래법을 접할 수 있어서 참신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공정거래법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각 나라의 상황을 비교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자문을 제공할 때 자진신고 제도에 대한 신속한 대처와 조언이 중요한데, 자진신고 제도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나라도 상당히 많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형식적인 법제도 뿐 아니라 그 법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도 발표에서 강조되었습니다. 법 위반시 제재에 대한 규정이 이미 있더라도 실제로 집행된 사례가 거의 없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 집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나라의 정책변화에 따라 앞으로 집행이 강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법과 법만으로 알 수 없는 실무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면 현지 로펌이나 변호사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 발표자들과 참석자들 사이의 질의응답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의의 주제인 Cross-border M&A나 공정거래법, 중재 외에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질문이 허용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의 질문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고객이나 다른 로펌에 이메일을 보낼 때 상대방에 대한 호칭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도 업무 중에 영문으로 이메일을 작성하면서 상대방의 full name을 모두 기재할 것인지, 성과 호칭만, 또는 이름만 기재할 것인지 등을 고민한 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애매한 문제라서 발표자별로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터넷 검색사이트(Google 등)를 통해 상대방의 성별을 확인한 다음에 보낸다는 답변은 실무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영미/유럽권에 있는 경우와 아시아권에 있는 경우를 구별해서 취급한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세계변호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회의를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의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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