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관재인이 파산 전 회사가 신탁종료 전부터 신탁재산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신탁비용 및 보수청구권의 회수를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하여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권한을 가지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2다110859 신탁위반처분행위

사실관계
원고, A사 및 B(이하 ‘원고 등’)는 위탁자로서 수탁자인 ‘파산 전 회사’와 신탁재산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 등과 파산 전 회사가 작성한 신탁계약서 제19조 제1항에는 “신탁재산에 속하는 금전으로 차입금 및 그 이자의 상환, 신탁사무 처리상 수탁자의 과실 없이 받은 손해, 기타 신탁사무 처리를 위한 제비용 및 수탁자의 대지급금을 충당하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수익자에게 청구하고, 그래도 부족한 경우에는 수탁자가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방법 및 가액으로서 신탁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여 그 지급에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위 신탁계약의 수익자는 원고 및 A사이며, 위 신탁은 신탁기간이 경과하여 종료되었으나 신탁재산인 이 사건 토지가 아직 귀속권리자에게 이전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파산 전 회사가 파산선고를 받았고, 피고1 파산관재인이 파산 전 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1 파산관재인은 수익자인 원고와 A사에 수차례에 걸쳐 이 사건 토지를 이전받음과 동시에 신탁비용과 보수를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와 A사는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1 파산관재인은 파산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피고2에게 매각하였고, 그 대금 중 일부로 신탁비용과 신탁보수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는 이 사건 신탁의 신수탁자에게 반환하였다.

원고는 피고1 파산관재인은 이 사건 신탁재산에 대하여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2. 7. 26. 시행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에 따라 임시적인 관리의무만을 부담할 뿐 구 신탁법 소정의 자조매각권 또는 그 밖의 처분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 처분행위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 1, 2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을 청구하였다.

판결요지
이 사건 신탁계약서 제19조 제1항은 수탁자인 파산 전 회사가 이 사건 신탁이 존속하는 동안이나 이 사건 신탁이 종료된 이후에 신탁재산에 관한 비용 등을 수익자로 지정된 원고 및 A사에 청구하였음에도 이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는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신탁재산에 관한 비용 등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도록 자조매각권을 파산 전 회사에 부여하는 특약이라고 해석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6246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신탁이 종료된 이후 수익자인 원고와 A사가 파산 전 회사의 청구에도 불구하고 신탁비용과 신탁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수탁자인 파산 전 회사는 이 사건 신탁계약서 제19조 제1항에서 정한 자조매각권을 행사하여 신탁재산인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한 대금으로 신탁비용과 신탁보수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한편 파산자가 파산선고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그 파산재단을 관리 및 처분할 권리는 파산관재인에게 속하므로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를 받은 수탁자의 포괄승계인과 같은 지위에 있고, 비록 신탁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지 아니하지만, 신탁재산에 관한 약정 자조매각권과 비용상환청구권은 파산재단에 속한다.

따라서 피고 파산관재인으로서는 신탁재산인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파산선고 당시 수탁자인 파산 전 회사가 가지고 있던 약정 자조매각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비용상환청구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판례해설
이 신탁계약서 제19조 제1항과 같은 규정은 수탁자가 신탁이 존속하는 동안이나 신탁이 종료한 후에 신탁재산에 관한 비용 등을 수익자에게 청구하였음에도 수익자가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신탁재산에 관한 비용 등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탁재산에 관한 비용 등의 회수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비록 구 신탁법 제61조에 의하여 신탁이 종료한 후 신탁재산이 그 귀속권리자에게 이전할 때까지는 귀속권리자를 수익자로 보는 신탁이 존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하더라도, 수탁자로서는 신탁계약서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차입금을 비롯하여 신탁사무처리를 위한 제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위와 같은 비용이 신탁기간 중의 신탁사무 또는 신탁종료 후의 잔존 신탁사무의 처리 내지 종결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정당하게 지출 내지 부담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한 그것이 신탁종료 전에 발생한 것인지 혹은 신탁종료 후에 발생한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귀속권리자로 지정된 수익자에게 그 비용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62461 판결).

위 판결은 수탁자가 파산한 이후에 수탁자의 지위를 포괄승계하는 파산관재인 역시 수탁자가 가지는 자조매각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파산관재인의 지위가 파산재단에 대한 관리처분권과 양립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본 사건의 원심(서울고법 2011나64944)은 파산관재인이 구 신탁법 제42조 제1항, 제43조에 따른 법정자조매각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를 하지는 않았다.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어 임금을 삭감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적극)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39946 임금

사실관계
피고는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2003년 9월 A사에 인수된 뒤 4년여 만인 2007년 7월 다시 B사에 재매각됐다. 원고를 포함한 피고 소속 여성근로자들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지회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었다. 피고가 B사에 매각될 당시 금속노조와 피고 및 피고의 인수자 사이에 수차례에 걸친 단체 교섭을 진행하였고 일부 미합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청의 중재에 따라 금속노조의 수정요구안이 제시되었는데 피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피고 소속 조합원들은 2007년 7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39일간 ‘고품질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일부 또는 거의 전부(7~63명)가 태업(하루 1.8~8시간)을 하였고, 같은 기간 중 6일 동안 하루 2시간 이상 파업을 하였다. 피고는 비조합원들에게 근무시간 중이나 근무시간 이후 조합원들 대신 작업을 시키려고 하였으나 조합원들이 이미 차지한 자리에서는 조합원들이 자리를 비워주지 아니하여 작업을 하지 못하고 나머지 작업대에서 작업을 하였다. 그 후 피고는 태업기간이 포함된 2007년 7월 이후의 급여, 상여금 등을 지급하면서 원고들의 태업시간을 시급으로 환산한 금액을 공제하고 유급휴무일에 대해서도 태업참가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공제하여 지급하였다. 원고들은 근로제공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파업과 달리 불완전한 근로를 제공하는 태업의 경우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쟁의행위시의 임금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이를 규정하거나 그 지급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관행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등의 주된 권리·의무가 정지되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쟁의행위 기간 동안에는 근로제공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주된 권리로서의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태업(怠業)도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도 이러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유급휴일’이란 휴일제도의 취지를 살려 근로자가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하여 임금의 지급이 보장되어 있는 휴일, 즉 휴식을 취하더라도 통상적인 근로를 한 것처럼 임금이 지급되는 날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휴일 및 유급휴일 제도를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목적에 비추어 보면, 근로의 제공 없이도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유급휴일의 특별규정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평상적인 근로관계, 즉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여 왔고, 또한 계속적인 근로제공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가 당연히 전제되어 있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유급휴일에 대한 법리는 휴직 등과 동일하게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등의 주된 권리·의무가 정지되어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쟁의행위인 파업에도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근로자는 파업기간 중에 포함된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의 지급 역시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3277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법리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파업과 마찬가지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태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는 태업기간에 상응하는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판례해설
이번 판결은 태업(怠業)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쟁의행위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로 보인다. 대법원은 1995. 12. 21. 판결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임금은 모두 현실적인 노동력제공에 대한 대가이며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파업기간에 대하여 반대의 특약(파업기간에 대하여 특정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그러한 관행)이 없는 이상, 모든 명목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가 파업뿐만 아니라 태업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번 판결에서는 일반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인하여 그 태업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이 감액되는 이상 노동조합 전임자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율에 따른 급여의 감액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하급심에서 같은 쟁점을 두고 판단할 때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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