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듣기 위해 400여명 회원 직접 찾아가
그간 모은 17억여원 이용해 공제제도 만들고파
탁구 골프 마라톤 즐기는 만능스포츠맨
변호사회 차원에서 육아 문제 해결 노력
연평도 피해 주민 모아

드디어 마라톤 인터뷰의 끝에 섰다. 직선제 첫 협회장 출범 기념으로 시작된 지방변호사회 회장 마라톤 인터뷰의 대미는 인천회 김기원 회장(사시 23회)이 장식했다.

나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인터뷰 대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후 무엇을 질문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김기원 회장을 검색하니, 인천회장 선거가 치열한 경선 끝에 치러졌다는 사실, 선거 이후에 소송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이 나온다. 물론 상대방 부회장이 제기했던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 선거에 따른 분쟁은 최근에 원만한 합의로 종결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과연 이 질문이 취임한 지 1년이나지난 시점에서 적절한 것인지 솔직히 고민이 됐다. 그런데 김 회장을 사무실에서 만나 환담을 하는 순간 그런 고민은 기우였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에게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매력, 그리고 긍정적 사고의 상승기운이 충만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질문에 꽁할 사람이 아니였고, 그런 환난을 극복한 노하우를 물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질문으로 자극적인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회장님, 인천에서 실질적으로 처음 실시된 경선에서 승리해 회장으로 당선이 되셨는데, 선거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장이 인천법원에 접수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기분은 어떠셨고, 또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공약이 회원들 특히 청년변호사들과 소통을 실천하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선되자마자 400여명의 인천지역 변호사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장으로서 회원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강행군을 하면서 변호사회가 축제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상대방에서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더 곤욕스러운 것은 소송이 상대방 회장후보가 선거결과에 불복을 하여 제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쪽 러닝메이트였던 부회장 한분이 선거의 당락을 떠나서 선거의 방식이나 총회의 결의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요. 한 5년 전 총회의 결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부터 해대니 솔직히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강경하게 대처하자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공약이 소통아닙니까. 상대방 주장을 들어보니 인천의 선거관행과 제도에 분명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즉, 상대 변호사님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겸허하게 상대방의 지적 중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모두 수용했습니다.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한 실질적인 이유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한 것이지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원만하게 합의가 되고, 상대방이 소송을 취하해 인터뷰를 하는 지금 몹시 마음이 편합니다. 제가 평소에 주장하던 소통을 실천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인천에는 이것 말고도 변호사회가 치러내야 하는 송사가 하나 더 있었다. 소멸시효중단 등의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같은 법인사건을 주로 수행하는 변호사들에게 경유비 2만원은 자신들이 받는 수임료 15만원 가량에 비해 너무 과중하다고 주장해 경유비를 1만원으로 감경했는데 그것도 많다고 인천회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에 대해서도 인천회의 많은 회원들이 그들의 주장이 너무 과도하다, 그런 식이라면 우리들에게 그런 사건을 넘기면 우리가 그 비용에, 그 경유비에 맡겠다는 등 부정적·비판적인 주장도 많았지만, 김 회장은 소송을 제기한 회원들과 협의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총회에 올려 총회의 결의로서 합리적인 정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사실 인천회뿐만 아니라 많은 변호사들의 수임이 어려워지고, 경제적으로 위기에 봉착하다 보니 경유비에 대하여도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문제에 대한 인천의 해결 방식은 무척 바람직해 보인다.

비록 초기에는 합의가 이루어지기 힘든 사안이라서 소송이 제기되었지만 소송 중에 이해를 달리하는 변호사들이 토론과 상대방 입장 이해하기로 문제해결에 접근하고, 종국적으로는 판결이 아닌 변호사회의 총회 결의에 따르기로 하는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이다.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취미나 특기를 물었더니, 법원에 있을 때에는 마라톤을 많이 했고, 개업초기에는 골프를 열심히 쳤는데 요즘에는 탁구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상에 놓인 골프패를 보았더니 싱글패나 홀인원패가 아니라 이븐파를 친 기념패였다. 이븐파도 한번이 아니라 3번이나 쳤단다.

20년 구력에 아직 베스트 스코어가 83타인 내 입장에서는 김 회장이 골프에 관심을 잃고 탁구로 관심이 옮아간 것이 부럽기도 하고 이해도 되었다. 골프에서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그는 즉석에서 대한변협 협회장배 전국 변호사회 탁구대회를 내년에 개최하는 것을 공보이사가 추진해 보라는 제안까지 하였다.

“남은 1년간 꼭 하시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말씀 좀 해주시죠.”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감염이 되어 과연 일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여 질문을 날렸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3개의 중점 사업을 이야기한다.

“제가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청년변호사, 여성변호사들을 위한 육아문제를 변호사회 차원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 보는 것입니다. 청년변호사가 어려운 것은 다 알고 있지만 그들의 수임확대나 직역확대를 변호사회가 도와주기는 어려우니 육아문제라도 변호사회 차원에서 해결하여 준다면 큰 짐을 더는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나는 좀 놀랐고 흐뭇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청년변호사들에게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도움은 바로 이런 부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변호사 공제제도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천회는 회관건물을 이미 소유하고 있고, 여러 가지 용도로 모아놓은 돈이 17억원가량 됩니다. 이를 기금으로 공제제도를 연구하여 인천에서 열심히 활동한 변호사들이 은퇴할 때 1000만원 정도 공제금을 받아 나갈 수 있는 화목한 변호사회가 되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겠습니까?! 경기중앙회와 경기북부회는 공제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하니 그들의 제도를 잘 벤치마킹하여 좋은 공제제도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인천회는 1년에 한번 1박2일로 제주도나 충무로 야유회를 가고 있고, 이번에도 400명 회원중에서 약 100명 정도가 참석을 합니다. 이런 친밀한 변호사회가 공제제도가 없다는 것은 사실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여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내 경우는 서울회 소속인데 서울회 공제제도가 중간에 변경되는 바람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천회에서는 전국 변호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공제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서해5도 지원과 관련된 것입니다. 지난번 법원에서 찾아가는 재판 중 하나로 연평도를 방문하는데 우리에게 요청해서 변호사들과의 법률상담을 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호응이 매우 좋아서 웅진군과 협의해 법률지원을 정례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야심찬 계획은 북한과의 NLL문제로 인하여 많은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민(어민)을 도와주는 겁니다. 서울이나 인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NLL은 안보의 문제 혹은 우리 사회가 홍역을 겪고 있는 이념의 문제인데 이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북한과의 NLL갈등으로 이미 어민들은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착안한 것은 정부의 잘못, 즉, 불법행위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 피해자들을 모아 공익소송으로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이번 인천회 회장과의 인터뷰는 활기와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는 정말로 유쾌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