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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법조 체험기]한국변호사와 영어
유지연 변호사  |  juliayu@siac.org.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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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승인 2013.12.16  14: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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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조금은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제가 느낀 바를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원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아주 평범한 한국변호사로서, 영어에 대하여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똑같은 고민을 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난 영어랑 상관없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이미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북한, 남한 가릴 것 없이 거의 매일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이슈로 한국이 BBC, CNN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고, 그 과정에서 누가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있는 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그건 진짜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을 조금 경험해본 외국인’ 아니면 ‘생긴 것이 한국인인 외국인’이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들이 전하고 있는 정보를 가만히 들어보면 한국을 정말로 알고서 하는 이야기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법률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성격이 급해 비즈니스 등으로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을 나 대신 영어로 속 시원히 해 줄 사람을 찾아 팀을 구성하다 보니 일반회사에서는 외국변호사들이 법무팀을 장악하게 되었고, 한국변호사들은 영어를 쓸 기회가 거의 없이 그만큼 국제무대에 노출되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국변호사들은 자존심이 강해 자신이 영어로 말할 때 유치원생처럼 보이는 게 참을 수 없어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하지요. 우리 한국인들의 경우 영어는 미국인처럼 말해야만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세상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의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유심히 보시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높은 모국어 수준의 영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언어는 표현하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어떤 ‘콘텐츠’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귀를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이곳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국적의 회사 및 기관들이 저희 센터에 방문하겠다고 요청해옵니다.
그 중 한국, 일본, 중국 회사 방문객들의 특징을 보면 한국은 거의 항상 ‘입’이 따라다닙니다. 나머지 중요한 분들은 다들 조용히 계시고 ‘입’이 할말 못할 말 거의 다 하고 갑니다.

최근 일본회사들이 엄청나게 방문을 많이 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이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직접 준비한 질문을 다하고 대화를 주도해 갑니다. 외국변호사랑 같이 온 것은 거의 본 적이 없고 같이 왔더라도 그들의 역할은 보조적입니다. 항상 일본변호사가 모든 것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가 이해 못할 ‘자신감’-Guts-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고 미안해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일단 수준에 상관없이 거침없이 영어를 사용하고 상대방이 중국말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지게 만듭니다.

종종 새내기 변호사님들로부터 진로상담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제가 조언을 드릴만한 입장은 아닙니다만, 가능하다면 사내변호사로의 진출을 적극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중소규모의 회사가 좋습니다. 요즘에는 작은 규모의 회사들도 대부분 해외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할 때 영어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국제중재가 국제계약에서 분쟁해결 방법으로 일반화되면서 소규모 금액의 분쟁인 경우 회사의 사내변호사가 직접 중재사건을 진행하는 경우를 여러 건 보았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웬만한 로펌에서도 이런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사업을 하면서 해외투자를 많이 받고 있어서 지자체에서 일하는 사내변호사의 역할도 정말 중요합니다. 영어는 달리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실무’가 어떤 것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우리 한국변호사가 남의 입을 빌리지 않고 ‘직접’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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