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알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위해 폭넓은 허용 필요

변호인에게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이 좀처럼 허용되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공소제기 전까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피의자신문조서나 고소장도 못 본 상태에서 구속적부심에 들어가면 제대로 된 변호활동을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주시 소재 법무법인 소속변호사는 “실제 고소장 복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검찰 수사단계에서 변호인들이 느끼는 고충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 인해 피고인의 알 권리,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변호인의 형사소송절차상 권리 보장될 수 있어야

대검예규 ‘사건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 제3조「기소전 기록의 열람·등사의 허용범위」 제3항에 따르면 피고소인·피고발인 또는 변호인은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고 고소·고발장, 항고장, 재항고장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담당검사가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2조에 해당하는 사유를 들어 기록의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4항이다.

검사의 열람·등사거부행위 이후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을 경우 공판기일 개시 전에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충실한 변론준비를 하고자 하였던 변호인의 권리침해는 사후 구제가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거부하는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피고인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게 된다.

서울소재 로펌의 한 형사사건 담당 변호사는 “검사가 보관하는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는 실질적인 당사자 대등을 확보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어 변호인들의 변론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은 피고인에게 보장된 헌법상 기본권의 중요한 내용이자 구성요소이며,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되므로 이에 대한 제한이 결과적으로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2009헌마257).

법원·헌재 열람 허용 잇따라 심지어 손해배상 판결까지

또한 대법원은 법원이 피고인들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는데도 검사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국가는 피고인들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11다48452).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원이 형사소송 절차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검사에게 어떠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했다면 법에 기속되는 검사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담당검사에게 이를 위반한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위철환 협회장은 지난 달 22일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법무연수원 강연 자리에서 수사 단계시 변호인 참여권 보장과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러한 취지에 대해 검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회 소속변호사는 “열람·등사 신청 시 거부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으나 대검예규에 변호인의 열람·등사권이 규정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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