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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완벽한 알리바이. 모두가 용의자다.” 2017년 11월 개봉했던 리메이크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카피 문구다. 당시 영화를 보기 전 한 지인은 “카피가 스포일러야”라고 넌지시 말했다. 영화관에서 보려던 계획은 결국 접어둬야 했다.이 영화 속 모든 용의자는 카피 문구처럼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졌다. 물론 ‘밀실살인’의 법칙 상 범인은 반드시 이들 가운데 있다. 이때 보통은 이렇게 생각한다. “범인 한 명이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구만.”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을 뒤집는 게 바로 이 영화의 반전이다. 카피는 솜씨 좋은 스포일러였던 셈이다.스포일러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생략한다. 인간은 기승전결의 점층 구조를 거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동물이다. 단계 없는 절정에는 감동도 없다. 영화
기자의 시선
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2019.12.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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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건모 씨가 고소됐다. 유흥주점에서 접대부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피해주장 여성은 ‘성폭행 사실 인정’과 ‘솔직한 사과’를 원하고 있다. 김건모 씨는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왜 하필 지금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예능에도 출연하고 최근 결혼 소식도 발표하며 연일 좋은 소식을 만들던 그에게 왜 그 여성은 3년도 더 지난 지금 고소했느냐는, ‘시점’에 대한 얘기다.이슈는 또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법조 뉴스를 장악한 요즘이다. 사건 당사자들과 청와대, 검찰, 경찰이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기 바쁘다. 논란의 중심인물인 황운하 대전경찰청장도 ‘작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2년 가까이 묵혀뒀다가 왜 이제야 검찰은 수사하느냐”는 내용이다.
기자의 시선
백승우 채널A 기자
2019.12.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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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 언론계에서 퇴출시키지 못한 일본어다. 일본에서는 ‘산(山)’을 의미하지만 바다를 건너오며 뜻이 흐릿해졌다. 글자는 존재하나 의미의 구체성은 없다. 맥락을 통해 그 뜻을 유추할 뿐이다.쓰임새를 살펴보면 이렇다. 기업인이 재판을 받는다. 판사는 기업인에게 쓴 소리를 한다. 재판에 참석한 막내 기자는 선배에게 재판 내용을 요약해 야마랍시고 보고한다. 선배는 막내 기자에게 면박을 준다. “판사의 정문일침, 이걸 야마로 잡아야지.” 취향이 독특한 부장은 다른 말을 한다. “기업인에게 판사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부적절하지 않나. 야마를 좀 틀어봐. ‘기업 수장 훈계한 판사’ 이게 진짜 야마지.” 야마는 핵심, 주제와 흡사하나 논조, 프레임, 기자의 선입견까지 망라하는 개념이다.야마는 대개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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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열 MBN 기자
2019.12.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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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간다면 부패와 더불어 살게 되겠죠.” 30대 중반의 A검사는 현 정부 검찰개혁에 F학점을 매겼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파면 물이 금세 고이죠. 대한민국이 꼭 그래. 파보면 온갖 게 솟아나요.” 젊은 검사의 눈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부패 공화국이었다. 그는 “국민들이 그걸 원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정말 그걸 원하는 걸까?”라고 되물었다.A검사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기 참 어렵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검찰개혁이란 아름다운 명분이 봄철 아지랑이처럼 헛것으로 보이는 듯했다. 그의 눈에 작금의 검찰개혁은 ‘반동(反動)’이었다. 현 정부와 정부 지지층 일부가 그가 몸담은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확히 같았다.A검사의 부친은 “때가 되면 공수처로 가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자식의
기자의 시선
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2019.11.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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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열풍이다. 남극에서 한국까지 건너와 ‘우주 대스타’가 되겠다던 10살짜리 펭귄은 현재 꿈을 이루고 있다. 20, 30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직통령(직장인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엉뚱하지만 할 말 다하고 권위도 무시하는 거침없음이 사랑받는 비결이었다. 그런 펭수에 대해 지난 7일, 행정안전부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자료는 “펭수의 외교부 행사 출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내용이었다. 해프닝 같은 이 사건은 “펭수가 청사 출입 규정을 위반해 논란이 됐다”는 조선일보 기사로 비롯했다. 지난 6일 펭수가 외교부 청사에 들어갔는데 확인 과정 없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거다. 외교부와 행안부는 “사전에 협의했다”며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절차의 공정함은 떠오르는 ‘직통령’에게도 피
기자의 시선
백승우 채널A 기자
2019.11.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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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언론 및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미국 수정헌법 제1조).”미국은 언론의 자유를 헌법 첫머리에 담았다. 이 정신에 따라 미국은 세계에서 언론의 자유가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는 나라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의 비판 기사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맹비난을 일삼지만, 정부가 언론을 상대로 통제에 나서는 경우는 없다.느닷없이 외국의 헌법 조문을 인용한 건 최근 법무부가 제정한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공개금지 규정)’ 때문이다. 해당 규정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군데군데 끼어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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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중앙일보 기자
2019.11.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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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판사, 당신은 대한민국의 역적이 됐습니다.”“판사, 검사 XX들 전부 다 공수처 설치해서 내보내야 합니다.”지난달 24일 새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자,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불과 10일 전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명재권 부장판사가 나와 조 전 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하라”며 공세를 펼친 것과 대비된다. 2년 전 현 여당은 영장 기각을 두고 “법원의 치욕”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영장심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판사 개인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악습이다.판사들은 영장심사의 의미가 잘못 알려졌다고 항변한다. 영장심사가 유·무죄를 확인하거나 처벌하는 절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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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한국일보 기자
2019.11.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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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시절 얘기다. 경찰서 2진 기자실이나 구석진 동네 카페에서 낯선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게 일상이었다. 기사의 적재적소에 들어갈 멘트를 얻어내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처음에는 눈치 없이 듣는 그대로 보고했다. 그럴 때마다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기사의 ‘야마’와 맞지 않는다.”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했지만, 기사에서는 ‘야마’가 실존에 앞선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야마’에 맞게 취재하는 기자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을 체득하는 시절이었다.취재 내용에서 기사 방향을 찾는 것인지, 기사 방향에 맞게 취재 내용을 끼워 맞추는 것인지. 손쉬운 길은 후자였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고상하게 말하면 ‘정무감각’ 저렴하게 말하면 ‘눈치’였다. 데스크는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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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2019.10.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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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이 없어졌다. 검찰이 ‘공개소환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부터다. 당장 검찰 출입 기자, 특히 방송기자 입장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소환 대상자의 출두 모습을 묘사하며 시작했던 기사 포맷을 더는 쓰기 어렵게 됐다. 법원도 포토라인 관행에 대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현재로써는 ‘나비 효과’에 따라 법원의 포토라인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말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총수 등이 영장심사를 받는 것도 ‘단독’ 기사로 볼 날이 머지않았다.포토라인은 없어져야 했다. “해외에선 소환 대상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예가 거의 없다”라는 근거까지도 필요 없다. 무죄 추정의 원칙만 따져 봐도 그렇다. “노란 삼각형 안에 선 사람은 유죄다”라는 심증이 대부분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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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채널A 기자
2019.10.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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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신문 첫 기고를 앞두고 어떤 글을 써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주요 독자층을 고려하면 1980년대 중반생인 기자가 얕은 경험으로 법조계를 진단하는 것보단, 제 주변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글은 최근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는 ‘곽철용’의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열일곱에 달건이 시작한 놈들이 백 명이라 치자면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치고, 못난 놈 보내고….”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에 나오는 깡패 두목 곽철용(김응수 분)의 대사 중 일부분입니다. 지금 유튜브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곽철용 열풍’이 뜨겁습니다. 단순 악역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등장인물 중 가장 신사다운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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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중앙일보 기자
2019.10.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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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게 아닌가.”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를 이렇게 평했다.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윤리적으로 완전히 패닉 상태”라고 했다. 오랜 친구였던 조 장관 관련 의혹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진보가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며 조 장관 지키기에 나선 진보 진영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진 교수는 조국 사태에 대해 정의당 내에서 ‘항의’하다 지난달 결국 ‘이탈’을 선택했다. 지도부의 만류로 탈당은 철회했지만 “이것저것 세상이 다 싫어서 탈당계를 냈다”는 그에게 어느 정도의 열정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황우석 교수 사태에서도 소수 의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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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한국일보 기자
2019.10.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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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자는 몰라서 못하고 내부자는 알아서 못한다.” 개혁의 딜레마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대략 이러할 것이다. 개혁의 대상이 복잡하고 전문적일수록 이 명제는 더욱 반박하기 힘든 진실이 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이 내부자였던 고영태씨 폭로로 드러났고, 사법농단 의혹이 법원행정처에 있었던 이탄희 판사의 사표로 불거진 것은 이를 극명히 드러내는 사례다.조국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을 필생의 업으로 삼은 듯하다. 그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개혁을 두고 “마지막 소명”이라고 했다. 그가 자신을 검찰개혁 적임자로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표창원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왜 적임자인지 본인 입으로 말해 달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검찰개혁을 하려면, 검찰 출신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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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창 국민일보 기자
2019.09.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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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 무렵 검찰은 거의 매일 수사관련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었다.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그 날도 검찰 공보담당자는 기자실에 얼굴을 드러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죽는 소리부터 했다. “오늘은 알려드릴 게 없다”는 것. 매일 새로운 수사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수사상황을 공개할 수 없는데 꼬박꼬박 일수 찍듯 브리핑을 해야하는 것에 대한 푸념이었다.몇번이나 “할 말이 없다”를 반복하던 그가 갑자기 “그런데 말이요….”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전해준 이야기는 모든 기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요약해 보면, 사고 당시 이준석 선장이 선장실 밖으로 나올 때 휴대전화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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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2019.09.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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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다. 판결문에 ‘성인지 감수성’이 처음 등장한 건 약 1년 4개월 전이지만, 화두에 오른 건 안 전 지사의 판결이 나오면서부터였다.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무죄가 나왔던 1심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후, 법원에선 성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늘어났고, “이제 성범죄 사건은 무죄가 나오기 힘들다”라는 얘기가 나오기까지 했다. 반면, 여전히 찜찜한 판결들도 보인다.얼마 전, 한 성범죄 전담 재판부가 가수 구하라 씨의 전 남자친구 최 모 씨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연예인 생활을 끝내게 해주겠다”며 성관계 동영상으로 구 씨를 협박한 혐의 등은 유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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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정 MBN 기자
2019.09.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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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년 9월 21일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조선 침략을 시작한다. 당시 일본은 자국 군함인 운요호를 강화도 해안에 바짝 붙여 항해하도록 했다. 사실상 조선의 경고사격을 유도했던 셈. 실제로 조선 수군이 경고사격을 하자 운요호는 기다렸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당시 조선수군의 경고사격은 지극히 정당한 조치였건만 일본은 ‘국제법 위반’ 운운하며 조선에 책임을 뒤집어 씌웠고 엄청난 배상금을 강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화도 조약의 전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운요호는 300톤급 소형 함정이었다. 조선 수군의 판옥선이 200톤급이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짐작이 간다. 소형 증기기관이 하나 있었지만 주동력은 바람과 돛에 의존하는 구형 함선이었다. 무장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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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2019.09.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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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초속 5cm’를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절제되고 조용한 감성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만화작가 미우라 켄타로가 30년째 연재 중인 ‘베르세르크’는 책의 형태를 띤 모든 출판물 중 단연 으뜸이다. 한 때 락 그룹 X-Japan의 노래를 외우다시피 즐겨 들었고, 후쿠오카의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를 최고의 여행지로 분류한다.하지만 현 일본 정권의 적대적 외교 정책과 우경화는 반대한다. 아베의 정치적 방향성이 편향됐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본 극우 인사들의 망언을 진저리나게 싫어한다. 대법원의 전범기업 재판 결과가 이성적·합리적 판결이라 단언하며, 문재인 정권의 대응은 다소 아쉬워도 그 방향성에 대해선 동의하는 편이다.이런 나의 현재 정서와 판단을 한국 포털사이트에 대입해본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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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한국일보 기자
2019.08.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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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원장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사상 초유의 재판을 몇 달째 지켜보며 머릿속을 가장 많이 스쳐간 물음이 있다. ‘원래 저렇게 하는 건가? 왜 그동안 한 번도 못 봤지?’ 재판이 열릴 때마다 변호인들에게서 새로운 주장이 나오고 그 주장을 판단하기 위한 지루하고 복잡한 절차가 반복되는 것이 어쩐지 생소하기만 했다. 증인신문을 앞두고 법정에 나올 증인에게 제시할 문건의 증거능력을 따지기 위해 검증이라는 것을 하고, 그 과정에서 1000여개의 한글 파일을 일일이 열었다 닫았다,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모습을 이전에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법을 공부한 전문가도 아닌데다 모든 재판을 들여다 본 것도 아니지만, 2년 남짓 사이 전직 대통령 두명, 굴지의 재벌 총수와 대기업 회장 몇명,
기자의 시선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
2019.08.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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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이 지난달 말부터 휴정기에 들어가면서, 극히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판이 중단됐다. 법원 출입 기자들도 휴정기에 맞춰 휴가를 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자들은 재판이 없는 휴정기엔 기사 발굴에 더 열을 내야 한다. 재판 일정이 없는 여유를 틈타, 준비하던 기사와 관련된 판결문을 검색하기 위해 대법원 3층 특별열람실을 찾았다. 그런데 휴정기가 무색하게 열람실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대기자가 있었다.대법원 특별열람실에서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는 고작 4대. 4대의 컴퓨터로 전국에 있는 법조인과 사건관계인, 기자 등 모든 국민이 판결문을 검색해야 한다. 물론 2주 전에 미리 예약이 가능하지만, 4대밖에 되지 않으니 순식간에 마감되기도 하고, 언제 어떤 취재를 하게 될
기자의 시선
유호정 MBN 기자
2019.08.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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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 법원 출입기자로 일하면서부터 이 말을 깊이 공감한다. 법정에 서는 상당수가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학교폭력 사건을 취재할 때마다 싸운 아이들보다 더 일을 키우는 듯한 부모들의 분노가 안타까웠다. 누군가에게서 비롯된 응어리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풀었다면 법정을 찾는 이들의 삶이 달라졌을까 궁금해진다.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한 재판부에서 ‘치료적 사법’ 개념을 적용해 치매 환자와 알코올중독자를 조건부로 석방하는 대신 그들이 정신질환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며 ‘치료 구금’을 시도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치매와 과대망상 속에 아내를 살해하고, 술에 취해 아내를 폭행한 사건들이었는데, 이들이 형기를 다 채운 뒤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핵심 이유였다
기자의 시선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
2019.07.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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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판사 파면하라.”10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2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지난 1일 기준으로 16만명을 넘는 동의를 얻었다. 1심은 피고인에게 미성년자 강간 혐의를 적용해 징역 8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으로 형량을 대폭 줄였다. 13살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가 인정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대신 폭행과 강압이 없었다고 해도 피해자가 너무 어려 성폭행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를 적용했다.유일한 증거는 A양의 경찰 진술 녹화본이었다. A양은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진 않았다”고 진술하지만,
기자의 시선
유호정 MBN 기자
2019.07.08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