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경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간섭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관(官) 또는 법과 제도의 영역 등에서 사경제 영역을 직접 규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는 제1심판결에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소위 ‘타다 금지법’을 제정하여 기존에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은 타다 서비스를 불법화하였다. 타다는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타다에 이용되던 흰색 카니발은 중고차 매물로 나오고 타다 드라이버들도 모두 실직하게 되었다. 심지어 타다 드라이버와 타다 사이의 법률적 분쟁이 예상되어 더 많은 사회경제적 자본이 낭비되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주된 이유는? 기존 법률을 준수하여 잘 나가는 사업
청변카페
김응철 변호사
2020.04.20 10:18
-
4월 24일 예정된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발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합격 발표를 손꼽으며 기다리는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또한 그 이후의 다양한 선택들도 응원한다.변호사시험을 치르고 일주일 후부터 취업을 준비했다. 경제적 여건상 당장 취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고지식한 생각에 송무 시장만을 염두에 두었고 각종 법무법인에 수십 차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대기업 법무팀 근무 경력 이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던 나에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싶진 않았다.눈을 돌려 다른 선택을 하기로 한다. 마지못해 선택한 것이 회사 법무팀이었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스타트업 중 하나에
청변카페
이주한 변호사
2020.04.13 09:12
-
대학 다닐 때 가장 좋아한 과목은 형사정책이었다. 법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교양과목을 통틀어도 4년 동안 가장 흥미로운 수업이었다.교과서 앞부분에 범죄인론-어떤 사람이 범죄인이 되는가에 대한 논의-이 나온다. 롬브로소는 “범죄인은 태어날 때부터 범죄인으로서의 소질을 가지고 있으며 신체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는 생래적 범죄인설을 주장했다.처음 이 이론을 들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왜 이런 학설을 아직도 교과서에 실어 놓는 거지?”하고 생각했는데, 사건을 접하면 접할수록 자꾸만 생래적 범죄인설이 떠오른다.예전에는 선천적인 것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후천적인 것이 절대적이라고 믿었는데, 신체적 특성까진 아니더라도 범죄 DNA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청변카페
이수연 변호사
2020.04.06 09:29
-
지난 2월,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감염 클러스터를 발견한 직후여서 긴장이 나날이 높아져 가던 때였다. 일정이 미뤄지거나 취소되기를 기대했건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역병 유행에 대해 민감하지 않았던 탓에 결국 다녀와야 했다. 한국발(發) 비행기였음에도 입국절차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출장 기간 내내 자유롭고 아무렇지 않게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 풍경이 새삼스러웠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던 마지막 날 저녁, 달콤하고 따뜻한 공기가 코끝을 맴돌자 돌아가 맞닥뜨릴 한국의 긴장된 상황과 대비되어 괜히 울컥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시간이 코로나 이전 세계에서 누리던 평범한 일상의 끝자락이었다.귀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하면서 재택근무를 하였다. 마침 법
청변카페
이영주 변호사
2020.03.30 09:24
-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위험수준이 가장 높은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습니다. ‘팬데믹’의 훈장을 획득한 코로나19의 사회·경제에 대한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 12일 다우지수와 S&P500은 1987년 이래 최악의 폭락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직접적으로 국내 항공사, 여행사 등 관광업계는 임직원들의 무급휴직 등의 방침으로 회사의 존속을 위한 최대한의 재정 감축에 돌입하였습니다.세계경제가 움츠러들고, 대한민국도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법조계도 영향이 없을 수 없습니다. 독자분들도 느끼실 수 있겠지만, 제 주변 변호사분들은 상담 자체도 많이 줄고 내방하는 고객들도 눈에
청변카페
김응철 변호사
2020.03.23 09:29
-
바야흐로 정치의 시즌이다. 제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 코로나19가 모든 뉴스를 잠식하고 있지만, 정치 뉴스도 바삐 돌아가고 있다. 결심을 한 후보자들 중에 선배 법조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우리나라만의 특징일까. 유독 정치로 진출하는 법조인들이 많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법을 공부했고 법조인으로서 사회 발전과 인권 진보를 위해 수년간 치열하게 싸운 그들에게 여의도 진출은 어쩌면 같은 맥락이고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법을 이야기 하는 법조인의 업무와 법을 만들고 적용하는 정치인의 업무는 맞닿아 있다.과거와 달리 정치는 점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발가벗겨질 각오를 하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분들이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발걸음
청변카페
이주한 변호사
2020.03.16 08:53
-
“딩동” 문자벨이 울렸다. 비스듬히 누운 채 팔을 뻗어 기계적으로 내용을 확인했다.“부고 : 94학번 최○○ 본인상”본인상? 몸이 튀어올랐다. 핸드폰에 얼굴을 바짝 대었다. 다시 봐도 분명 본인상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최○○은 같은 과 동기다.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4년간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으며 지냈다. 그녀는 졸업하자마자 고향으로 갔고 드문드문 건너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지막은 십여 년 전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고 했다. 멀리 있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안 해도 소식이 들려오는 게 신기했고 “잘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십여 년이 흘러 누가 보냈는지도 알지 못하는 단체공지를 통해 그녀의 이름을 마주했다.76년생인 최○○은 만 42세로 삶을 마쳤다. 부고
청변카페
이수연 변호사
2020.03.09 09:26
-
아이의 독감 예방접종 예정일이 훨씬 지나 더 미룰 수 없는 시기가 닥치자 오늘은 꼭 데려가리라 마음먹은 날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조정할 수 없는 일정만 가득했다. 학부모 회의, 변호인 입회, 의뢰인 상담과 서면 마감. 거기에 병원을 추가해야 한다. 머릿속이 바쁘다.아이의 일과표까지 고려해 빈 시간을 짜내고 모든 동선에 대한 세팅을 끝낸 후 전투태세로 들어가기 직전, 아이 눈에서 다래끼를 발견했다. 동선에 안과 추가. 아이에게 접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지령을 내린 후 집을 나섰다.그렇지만 언제나 그렇 듯이 일은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법이다. 회의와 입회를 마치고 보니 안과 일정은 이미 날아갔고 소아과 일정도 또 포기해야 할 참이었다. 이른 저녁 같은 늦은 점심을 입에 물고 사무실로 향하는 도중
청변카페
이영주 변호사
2020.03.02 09:19
-
기한이 정해져 있는 변호사 업무가 쌓여 있는데,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프거나 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아픈 정도에 따라서 업무에 대한 변호사의 대응이나 생각의 흐름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략 3단계 국면으로 나뉘게 된다.첫째 국면, 몸이 평소와 달리 아픈 것은 확실히 감지하고 있지만(가벼운 몸살이나 감기 등) 그래도 병세에 대항하여 서면 작성 등이 가능한 경우다.진찰을 받고 처방약을 복용하고 직업적 사명감에 따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게 된다. “변호사로서 서면이나 자문의 기한은 반드시 지켜야지”하는 직업적 사명과 더불어 “나는 아픈데도 일을 하는 제법 괜찮은 변호사야”하는 자부심을 품는 덕분에, 아프지 않을 때 못지 않은 강화된
청변카페
김응철 변호사
2020.02.24 09:54
-
최근 연예인들과 재벌가의 마약 범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고, 얼마 전 버닝썬 이슈와 관련하여 마약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로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의 위상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마약 범죄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중국은 아편전쟁 이전 1729년 ‘아편판매 및 아편흡입관 개설조례’를 반포하여 실질적인 단속에는 기여하지 못하였으나, 이는 세계 최초의 마약류 금지법으로 의미가 있고,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금독법’에는 마약근절 홍보 및 예방교육, 통제부분, 치료재활 대책, 국제적 협력, 처벌행위 등을 규정하였으며, 2010년도에는 유명배우 성룡을 마약 근절 홍보대사로 선정하였습니다.
청변카페
민홍기 변호사
2020.02.17 09:39
-
꽃이 피었다. 7년 만이다.이 녀석이 꽃을 피우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그동안 한 것이라고는 마시다 남은 물을 버리러 가기 귀찮아서 가까이 있는 이 녀석에게 부어 준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울창하게 잎들을 뿜어내며 작은 밀림을 만들고, 마침내 꽃마저 피워버렸다. 하루하루 다르게 꽃대가 쑤욱 올라오더니 어느 날 꽃망울이 터지며 사무실 전체가 은은한 꽃향기로 물들었다.기특하게 바라보다가 다른 녀석들 생각이 났다. 사실 이 녀석은 삼형제다. 7년 전 장난감 같은 행운목 화분을 선물 받았다. 과연 얼마나 가려나 싶었는데 이 녀석들은 물만 부어주어도 무성하게 자라났다. 이내 화분이 좁아졌고 분갈이를 하기로 했다.셋 중 가장 크고 근사한 녀석은 제일 넓고 좋은 집으
청변카페
이수연 변호사
2020.02.10 09:52
-
매해 의미 없는 해가 없었다지만, 지난 한 해는 개인적으로 뜻밖의 일이 많이 일어난 해였다는 점에서 특별했다.업무 면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사건들이 모여 개업으로 이어졌고 갑작스럽게 기회가 닿아 지식재산권 공부와 실무를 시작하게 되었다.인연들이 알 수 없는 계기로 작동한 덕분에 언론중재, 세법, 아동청소년법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반면 때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응당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집안 대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기회들도 많았다. 덕분에 인간이 하늘의 때를 감히 알 도리가 없음을 새삼 배웠다. 세상이 헤아리기 어려운 거대한 인과율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업무 외적으로도 한동안 관심 밖으로 밀어냈던 주제-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환경오염 문
청변카페
이영주 변호사
2020.02.03 09:49
-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제1심보다 더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로서 피고인이 궁금해 하는 선고형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형사소송법 상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된다면 원심보다 중한 형은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고 상담해줄 수 있을 것이다.한편, 피고인이 A와 B의 점으로 기소됐고 제1심에서 A의 점(단순일죄)은 일부에 대하여만 유죄, B의 점은 무죄를 선고받고, 검사가 B의 점 및 양형부당만으로 항소한 경우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A의 점을 이유로 ‘더 중한 형’을 선고받을 수 있을까?우선 제1심이 단순일죄인 A의 점의 일부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한 경우, 피고인만이 항소해도 그 항소는 그 일죄의 전부에 미쳐서 무죄 부분에 대하여도 항소심서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청변카페
김응철 변호사
2020.01.20 10:01
-
2016년 어느 날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4 대 1로 승리하면서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미래사회의 존재가 아닌 현실의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하였습니다.알파고가 등장하고 3년이 지난 2019년에는 국내 첫 인간 대 인공지능 법률 분석 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제1회 ‘알파로(AlphaLaw) 경진대회’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인권실에서 개최됐습니다.제1회 알파로(AlphaLaw) 경진대회에서는 인간 변호사 2인 1조의 9개 팀과, 인텔리콘 연구소가 개발한 법률 AI인 ‘C.I.A’와 인간 변호사가 짝을 이룬 3개 팀이 참가해 제시된 근로계약서를 검토하고 자문하는 실력을 겨뤘습니다.대
청변카페
민홍기 변호사
2020.01.13 10:26
-
“스르륵, 쏘-옥” 지하철 선로에 지갑이 빠졌다.12월 마지막 금요일, 퇴근 시간 2호선은 어마어마했다. 내가 내릴 곳은 아니었으나 다른 승객들을 위해 일단 내렸다 타야 했다. 바로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이 스르륵 빠져나가더니 승강장과 전철 사이의 좁은 틈으로 쏙 들어가고야 말았다. 주변에선 “어머나”하며 술렁였고, 나는 망연자실 선로 안을 바라보았다. ‘전철이 출발하면 얼른 내려가서 주워올까? 그러다 못 올라오면 어떡하지?’ 갈등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전철이 출발하자 스크린 도어가 닫혀 어차피 내려갈 수 없었다.역무실을 찾아가니 20대 청년이 홀로 있었다. 청년은 낙담한 채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내 얘기를 차분히 듣더니 “운행이 끝나면 선로작업을 하면서 찾아놓을 테니 내일 오세
청변카페
이수연 변호사
2020.01.06 09:33
-
옛 선인들이 하신 말씀 중에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모든 것들이 갖춰졌더라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면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로 짐작된다. 변호사 개업을 하여 정글에 뛰어드니 위 말씀을 절실히 느끼고 더없이 적절한 금언(金言)이라고 느낀다.사건을 수임하는 데 있어서 타이밍(시기)이 정말 중요하다. 조세사건을 수임하기로 했는데 의뢰인의 일정이 바빠서 일주일 뒤에 미팅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미팅 전날 의뢰인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원래 알고 지내던 변호사분이 진행해 주시기로 하였다면서 미팅을 취소하였다.나는 의뢰인으로부터 미팅자료를 받아 미리 리서치를 진행하였던 터라, 황망한 마음으로 의뢰인에게 미팅을 그대로 진행하며 리서치한 사항을 브리핑 드리겠다고 제안하였지만, 이미 의뢰인의
청변카페
김응철 변호사
2019.12.23 09:53
-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재판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혐의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구속 재판이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재판원칙뿐만 아니라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까지 훼손하고 있습니다.위와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법무부는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제도’를 시범적으로 추진하며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실질화하고, 인권 침해 및 미결구금의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석의 허가조건인 ‘주거제한’ 등을 전자장치 부착을 통해 이행,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제도’는 전자장치 부착에 동의한 미결구금 피고인을 대상으로 하며, 전자장치는 재택감독에 특화된 손목시계 형태의
청변카페
민홍기 변호사
2019.12.16 09:28
-
“나는요, 어차피 이런 거 하나도 안 믿어요.” 소년은 증오로 가득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무엇이 고작 중학교 1학년짜리 아이를 이처럼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차게 만든 것일까?평생토록 소년의 아비가 한 일은 술을 마시고 아이와 아이의 어미를 때리는 것이었다. 소년의 어미가 일을 나가면 아비는 더욱 무자비하게 소년을 때렸다. 소년은 그와 단둘이 남겨지는 시간이 공포스러웠다.“나는요, 어느 집이나 다 이런 줄 알았어요.” 그러나 학교에 가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자존심이 강한 소년은 학교 선생님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아비는 또 소년을 미친 듯이 때렸고, 듣다 못한 이웃이 신고를 했다.소년은 온갖 저주의
청변카페
이수연 변호사
2019.12.09 09:34
-
거의 매주 우리는 법정에서 만났다. 각자가 대리하는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특성상 서로 다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러 두 사건의 기일이 같은 날 지정되기라도 하는 경우에는 대표변호사님보다 상대방 변호사님을 뵙는 시간이 더 길기도 하였다.선임 변호사님이 사건기록을 인계하면서 재판부에 따른 변론의 특성, 기업 담당자와 소통 방법 등의 노하우도 함께 주시기는 하였지만, 상대방 변호사님에 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상대방 변호사님과는 업무상 필요한 소통만 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나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첫 재판 변론을 마치고 나오니 상대방 변호사님께서 “담당 변호사가 바뀌었네요?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하셨다. 한 눈에 보기에도 대선배이신 변호사님께서 간단한 목례가 아닌 인사를 해주시니
청변카페
이영주 변호사
2019.12.02 09:35
-
단순히 실무를 반복한다고 하여 어떤 법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까? 개인파산·회생 신청대리를 하더라도 이것이 바로 채무자회생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따라서 채무자회생법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며 학술적인 이해를 도모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법학 논문은 처음 작성하는 것이라 매우 구체적인 주제를 골랐다.내가 선택한 주제는 회생절차, 파산절차, 개인회생절차 중 일부를 비교하고 이에 대한 해석과 사견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각 절차의 흐름을 파악하고 초점으로 잡은 부분의 요건 및 효과를 병렬적으로 파악하여야 했다. 법률에 근거한 절차의 요건과 효과는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 각 절차에 대한 나의 해석과 사견을 제시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
청변카페
김응철 변호사
2019.11.25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