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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은 준엄한 목소리로 “피고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보세요”라고 말하였다.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한참 동안 진술을 하였다. 악어의 눈물인지 진정으로 반성을 하는지 알 길은 없다.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용서를 받기에는 너무 큰 죄를 저지른 피고인도 있다. 문득 가정법 과거는 현재사실에 대한 반대이고, 가정법 과거완료는 과거사실에 대한 반대라는 내용으로 영어를 공부할 때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이전에 역사 공부를 하면서 역사에 가정을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요소로 이루어지는 역사에 가정을 하게 된다면, 바둑알을 놓는 위치에 따라 바둑의 판세가 달라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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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대전고검 검사
2015.04.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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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은 최근 한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했다. 또 대한변협은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인사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겠다며 국회의장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 후보자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대한변협의 위 조치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대한변협의 위 조치는 우리 사회 어느 집단도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으로 인한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자 노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취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사법부 최고 직책인 대법관으로 재직하고 퇴임한 뒤 변호사 개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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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변호사
2015.04.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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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자를 최종 인쇄판으로 ‘뉴스위크(Newsweek)’지가 작별을 고했다.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의 이행이지 고별인사를 나누는 게 아니라는 편집장의 변이 있었지만, ‘타임’지와 쌍벽을 이루는 시사주간지를 30년 가까이 정기구독해 온 나로선 애석함이 자못 컸었다.그런데 그 해 8월에 실린 데이빗 듀코브니(David Duchovny)의 인터뷰 기사가 마치 그 주간지의 종언을 예고한 듯한 뉘앙스였기에 아직 기억에 선연하다. TV시리즈 ‘X-파일’의 이지적이고도 집요한 수사관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의 고등학생 시절 체험담이다. 당시 17세였던 그가 막 닫히려는 교내 엘리베이터에 급히 달려들어 타려다 팔이 끼여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때 문병을 온 라틴어 교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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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헌 변호사
2015.04.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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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보다가 기가 막혀서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4층짜리 연립빌라에서 오늘도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다. 새벽 두, 세시경 빌라 전체 벽이 흔들릴 정도로 쾅, 쾅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놀라서 깬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시간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방송사에서 취재를 나갔다. 소리가 나는 이유는 2층에 사는 주인공이 그 시간쯤에 매일 자기 현관 옆 벽을 큰 망치로 계속해서 두드려대기 때문이었다. 그 주인공은 그런 짓만 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소음을 만들어 낸다. 대낮에는 쉭, 쉭 하는 소리를 계속 낸다. 옆집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불안하다. 또 중간 중간에 쿵쿵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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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 변호사
2015.04.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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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공공개혁(公共改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언론에 발표하였다. 지방공기업의 과도한 부채 및 방만한 경영 등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기업의 설립단계에서부터 사업추진단계, 부실공기업의 청산단계에 따른 생애주기(life cycle)별 모든 과정에 걸쳐 종합적 혁신방안이 마련되었는데, 제도혁신, 구조개혁 및 부채감축 등 3개 분야의 총 8대 중점추진과제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방공기업이란 지방자치의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치·경영하거나 법인을 설립하여 경영하는 기업이다(지방공기업법 제1조). 예컨대, 도시개발공사, 지하철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상·하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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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변호사
2015.04.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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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우연한 기회에 문화 재단의 자문변호사를 맡게 되었다. 게다가 후배가 미술전 기획일에 종사하게 되고, 주말마다 예술의 전당 지척에서 대학원까지 다니다보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술전을 자주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초대권을 들고 갔다가 휘리릭 둘러보고 나오곤 했는데, 점차 횟수가 늘어나면서 한번은 오디오 가이드를 사서 듣기도 하고, 관람 후 관련 서적을 사서 읽게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차 미술전을 보는데 재미가 붙었다.그렇게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그림을 보다보니 언젠가부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붓의 터치나 힘의 강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어떤 순서로 그림을 그렸을지 상상해보기도 하고, 터치의 강약을 따라 심장이 뛰는 기분도 들었다. 특히, 오르세 박물관에서 고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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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정 변호사·인천회
2015.04.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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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가지 사례와 함께 시작합니다.하나는, 수년 전 최고법원 법관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신 분이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한 이야기 입니다. 즉 매 주말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김밥 2줄을 사가지고 가서 한줄은 점심으로, 또 한줄은 저녁으로 때우면서 사건처리에 몰두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다른 하나는, 법원 내에 법관으로 구성된 각종의 연구회가 많이 운영되고 있고, 일부는 최고법원 법관이 전통적으로 회장직을 맡아 매월 정기적으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신적이고 또한 열성적인 모습에 존경심과 신뢰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그러나 다른 한편 마음 한 구석에서는, 법관들이 특히 최고위직 법관들이 밤낮없이 공부하고 일에 매몰되어 지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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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삼승 변호사
2015.04.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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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기쁨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그것이 현재 자신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근심이 먼저 떠오른다면 근심에 사로잡힌 사람이요, 설렘이나 기쁨이 떠오르면 기쁨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내게 있어서 기쁨은 대부분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았을 때 마음 속에서 희열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기쁨은 나에게 선물입니다. 위 선물의 범주에는 대가 없이 받는 물건이나 서비스 또는 교감 그리고 성취 등을 모두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자본주의 속성에 따라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사는 것은 선물이 아니고 이것은 단순한 가치의 교환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받는 것은 선물의 명목으로 주었더라도 선물이 아닙니다. 그것에는 권리의식이 있을 뿐 예기치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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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익 변호사
2015.03.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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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남3녀 중 셋째 딸이다.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참한 셋째 딸이 아니다. 얼굴을 보면 결코 데려가고 싶지 않은 셋째 딸이다. 그만큼 성격도 지랄맞다는 말이다. 4남매가 연년생이다 보니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또는 중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스펙트럼도 넓었다. 자연히 학비도 머릿수대로 4명분이 필요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에는 수업료를 공납금이라고 불렀다. 기억하기로는 분기별로 몇 만원 수준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평범한 월급쟁이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셨다. 그러다보니 4남매가 공납금 고지서를 들고 오는 날에는 빠듯한 생활비를 두고 어머니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하지만 내가 공납금을 제때 못 내서 교무실에 불려 다닌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런데 그 이유를 철들고 나서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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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변호사
2015.03.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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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니 그 이전부터 화두가 되어 핀테크(Fintech)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직 생소한 용어일 수 있으나, 머지않아 일반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존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어 일반화된 것이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위 핀테크 역시 그 편리성으로 인하여 곧 보편화,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위 용어에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필자가 부연설명을 하자면, 핀테크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한 간편 결제뿐만 아니라 금융과 IT(정보통신산업)가 결합한 것으로 아직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정의가 된 것은 아니고 현재 정립중인 개념 또는 논의·발전중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는 것이 사견입니다. 특히 현재 특기할 점은 기존에는 금융기관에서 IT의 기술력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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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필 변호사
2015.03.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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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초에 불이 붙여진다. 한참 동안은 불꽃이 작은 채로 있지만 차츰 커지고 드디어 잠시 동안이라 할지라도 밝게 빛난다. 그리고는 꺼져간다. 인생도 그와 같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이라는 것이 매우 단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이든 한 꺼풀 벗기고 나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파란만장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기막힌 한편의 드라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나이든 노인에게 얘기를 시켜보자. 자신의 인생의 우여곡절, 파란만장을 온 세상에 과시라도 하고 싶은 듯 그렇게도 할 말이 많다. 젊었던 시절의 화려했던 경력, 실패담 그리고 억울했던 얘기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그런데 이런 얘기들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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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변호사
2015.03.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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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는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푯말이 있고, 변협 홈페이지엔 ‘변협은 항상 억울한 약자의 편이 되어 강자의 횡포를 막는데 선봉이 됨으로써 법과 인권을 수호하는 숭고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변협은 불필요한 국가권력과 부정부패에 저항하고 법치주의를 세우는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폼나는 축사 자리나 변호사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때면 변협은 대표적인 인권 옹호단체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변협 인권위원 4년, 인권이사 2년 동안 이런 말들이 실상과 너무 다른 것을 수없이 목격하였다. 2013년 가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가 사퇴하여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았는데 인권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업이사가 겸임하다가 임기 만료 3주 전인 2015년 1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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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한 변호사
2015.03.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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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교수로서 1년차 연수생들을 처음 면담했을 때 연수생 대부분은 판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연수생들이 검찰 교수에게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 판사 교수에게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연수생들 입장에서는 예의의 하나였다 - 당시에는 내 앞에서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연수생들이 당돌하다고 느껴질 만큼 미래의 판사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판사의 언어로 판사의 업무를 가르치는 재판실무가 학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연수생 1000명 시대에 70%는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구조맹(構造盲)이 아닌데도 이 현실을 2학기 시험이 끝나고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본 다음에야 깨달은 제자들도 있었다. 물론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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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변호사
2015.03.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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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간접경험을 하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직업보다 매력적이다. 특히,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므로, 나에게 잘 맞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어려운 법률적인 문제로 괴로워하거나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한가로운 오후에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의 느낌과는 분명히 다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잘 들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격하게 공감하거나, 함께 분개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변론 방향을 놓고 고성이 오고 갈 정도로 의견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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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별님 변호사·강원회
2015.03.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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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임관되어 초임검사 시절에 6개월간 공판업무를 담당한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주요 사건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정에 출석할 기회가 없었다. 국민참여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여 방청한 일이 있기는 하고, 송무를 담당할 때 행정법원에 출석한 일은 있었으나 검사로 근무하면서도 형사법정에 출석한 일이 최근에는 없었다. 오히려 사법연수원 시절에 다양한 재판을 방청하였던 기억이 있다. 제3자의 재판을 방청할 때 사실관계를 상세하게 알지 못하면 그렇게 흥미를 갖기는 어렵다. 영화에서 상영되는 것처럼 멋진 공방을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사이동이 있고, 20년 만에 다시 공판업무를 맡게 되었다. 항소심 공판이라 검사 항소, 피고인 항소, 그리고 쌍방 항소 사건이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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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대전고검 검사
2015.03.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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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작(趙善作)이란 작가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가파른 외길을 걷던 1970년대 초반에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소설로 등장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당시 뜻을 같이 하는 몇명의 평론가들이 신문사 신춘문예를 통한 작가발굴의 한계를 느끼며 신춘문예에 탈락했으면서도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을 한번 찾아보자고 하여 등단시킨 것으로 안다. 작가는 현실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 그중에서도 소외된 저변층의 모습에 앵글을 맞추며 우리의 이웃인 그들이 겪는 아픔을 리얼하게 그려냈다.영자는 당시만 해도 너무나 흔한 여자이름이었다. 소설에서의 영자는 식모, 버스차장, 창녀로 전락을 거듭한다. ‘전성시대’라는 말이 또 묘하다. 버스차장을 하다 팔 하나를 잃어버려 손님을 잘 받지 못하는 창녀인 영자에게 화자인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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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5.03.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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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성향의 사람은 대체로 미국을 싫어하고 우파적 성향의 사람은 대체적으로 미국에 호의적인 것 같다. 그러나, 좌파 정권이든, 우파 정권이든 미국 시스템 따라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중에 미국 유학파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법률 분야에서는 로스쿨제와 배심제 도입이 미국 따라하기의 예 중 하나다. 로스쿨 방식이 왜 사법시험 방식보다 더 좋은 법률가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었다고 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건들에서 보다 정확한 심판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변호사가 유전공학 사건을 수임할 기회나 미생물학을 전공한 판사가 미생물 관련 재판을 하게 될 가능성이 1년에 몇건이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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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 변호사
2015.03.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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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공부를 하던 시절에는 자전거를 타고 독서실을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목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버스정류장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버스정류장에는 막 출발하려는 버스가 있었다. 그날따라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젊은 직장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언제 넥타이에 양복을 입어볼까’하는 부러움에 한참을 쳐다보았다. 순간 서로의 눈길이 마주쳤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초라한 내 마음이 들킨 것 같았다. 떠나는 버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던 당시의 모습이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다. 운이 좋게도 사법시험에 합격하였다. 시험에 합격하고 난 후, 직장 다니던 친구들은 날 부러워했다. 내 스스로의 초라함도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았다. 초라함과 부러움의 감정이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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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변호사
2015.03.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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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위원회지난 1월1일 JTBC 방송에서 신년토론이 있었다. 우파에서는 이혜훈 전 의원과 내가, 좌파에서는 한때 통진당에 몸담았던 유시민, 노회찬 전 의원이 나왔다. 통진당 해산이 당연히 거론됐다. 노회찬 전 의원이 헌재의 해산결정이 국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베니스위원회’를 언급했다. 좌파인 그가 미국식으로 베니스라고 하는 게 엉뚱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베네치아위원회’라고 정정하자 내 옆의 이혜훈 전 의원이 곧장 받았다. “베니스와 베네치아는 같은 거예요!” 덕분에 나는 베니스와 베네치아가 같은 곳인 줄 모르는 바보가 됐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아는 걸 모르는 논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같을까? 베네치아를 베니스라 하는 사람은 영어권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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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변호사
2015.03.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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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자락은 철마다 야생화 천지다. 야생 들꽃은 ‘어디서 피냐’에 따라 생사가 갈렸다. 초등학교 때 점심급식으로 강냉이 죽을 주었다. 새끼 돼지들처럼 먹는다고 ‘꿀꿀이 죽’이라고 했는데 형편이 어려워 죽을 먹는 애들은 그 대신 방과 후 남아서 화단이나 운동장 주변의 풀 뽑는 일을 했다. 하루는 풀을 뽑고 있는데 수업을 마친 여자애들이 가까이 오더니 개망초 각시붓꽃 금붓꽃 같은 야생화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우리는 뽑아야 할 잡초인데. “와! 예쁘네, 이거 무슨 꽃이야?” “잡초! 맘에 들면 다 뽑아가, 기집애야!” 처지가 다르면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나보다. 그때 내 기분은 풀을 뽑아야만 하는 우린 왠지 ‘잡초’같고 그냥 집에 갈 수 있는 애들은 ‘꽃’ 같다는 느낌이었다. 나도 태어날 땐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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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근 변호사
2015.03.09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