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경우, 부모는 필수적으로 자녀에 대한 부분을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 민법은 이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부부가 서로 함께 할 수 없어, 혼인관계 해소를 선택하더라도 자녀 양육에 관한 부분을 정함에 있어서는 ‘자녀’를 그 주인공으로 삼고, 자녀의 입장과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혼인관계를 정리하고 나서도 유독 자녀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후속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양육비 미지급’의 문제이다.양육비 미지급의 경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가 아니라, 충분히 경제적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지급을 회피하고, 법에서 정한 여러 가지 제도들에 대해서
여풍당당 여변
안미현 변호사
2020.02.03 09:50
-
새로운 시대일 것 같은, 2020년이 됐다. 연말연시가 되면 새삼스레 서점에 간다. 지난 한 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나 자신에게로 이르는 보다 나은 길을 찾아보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상투적 레토릭과 같은 연례행사다. 내 손에 잡힌 책들을 보면서, 2000년, 2010년, 2020년 내 인생의 좌표는 어디쯤 와 있는지 살피게 된다.지난해 가장 큰 화두였던 책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나 역시 동시대를 살아가는, 82년생 여성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영화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남편이 공유다. 게다가 엄청 착하다. 공감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훨씬 암울하다는 대화를 했다.
여풍당당 여변
최신영 변호사
2020.01.06 09:34
-
최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날씨의 아이’라는 영화를 봤다.주인공 ‘히나’라는 이름의 소녀는 어느 날, 아픈 엄마가 단 하루만이라도 맑은 날씨를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다가 날씨를 맑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영화 속 여름 날의 도쿄, 연일 비가 내려 그치지 않고 이상 저온 현상까지 생기게 되자, ‘히나’는 우연히 얻게 된 능력으로 맑은 날씨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돈을 받고 날씨를 조절하게 된다.‘히나’의 능력으로 사람들은 행복해하고, ‘히나’ 역시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지만, 그 능력을 쓰면 쓸수록 ‘히나’의 몸은 점점 투명해지고 결국 소멸될 위기에 처한다.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면 할수록 정작 자신의 몸은 점점 소멸
여풍당당 여변
임주영 변호사
2019.12.23 09:53
-
나열심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3년차 ‘변호사’다. 낮에는 재판과 상담 등으로 바쁘고, 서면을 쓰기 위한 야근은 당연한 일이 된지 오래다. 변호사가 되면 우아하게 법정에서 변론을 하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활이 보장될 것이라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엄청난 업무량으로 아이들과 집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 한 번 나가기도 어렵다. 소송과정에서의 스트레스는 제대로 풀 시간도 없이 쌓여만 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라밸’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저녁이 있는 삶’으로도 표현된다. 직장을 선택하는 조건으로 근로시간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고려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여풍당당 여변
임경숙 변호사
2019.12.09 09:35
-
나는 모교 무료법률상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5년째 정기적으로 법률상담을 해오고 있는데, 어느 날 재학생 한 명이 형사 사건에 연루됐다며 급히 위 상담 프로그램에 신청을 했다. 나는 그 학생과 곧바로 면담 시간을 잡았다.먼 거리도 마다않고 우리 사무실로 급히 찾아온 그의 사연을 들어보니, 그가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 부분은 충분히 다퉈봄직했다. 나는 반드시 진술해야할 내용들과 지참해야할 자료들을 알려주고 해당 절차와 예상되는 결과도 조언해주었는데, 내 이야기를 꼼꼼히 적으며 듣고 있는 그를 보니 괜히 더 안쓰러워져서, 나는 그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건네며 긴장된 학생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다. 상담 말미에는 이 일이 결코 당신의 인생에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을 것
여풍당당 여변
안미현 변호사
2019.12.02 09:36
-
지난 여름 휴가 때 오스트리아에 있는 ‘브레겐츠’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브레겐츠는 오스트리아 서쪽 끝에 독일과 스위스 국경에 걸쳐 있는 도시인데,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국경을 따라 흐르는 보덴 호(湖)가 감싸고 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보덴 호에 한가운데 무대를 만들고 2년에 한 번씩 오페라 1개 작품을 선정해 공연하는 축제다. 올해는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가 무대에 올랐다.브레겐츠는 오스트리아 영토지만, 빈이나 잘츠부르크에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아, 스위스 취리히나 독일 뮌헨을 통해서 들어가야 한다. 이왕 여행한 김에 스위스도 둘러보고자 취리히를 통해 들어가기로 했다.계획은 이러했다. 우선 취리히 공항에 들러 렌터카를 빌린 후 2시간 정도 운전해 스위스 동
여풍당당 여변
임주영 변호사
2019.11.04 09:39
-
사적인 만남에서 처음 만나 명함을 줄 때, 약간의 어색함을 덜기 위해 웃으며 말한다. “억울한 일이 있으시면 연락하세요.” 부부를 함께 만날 때,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명함을 따로 주면서 때론 심한 농담을 한다. “먼저 연락하시는 분이 유리합니다.” 오래된 부부들은 대부분 매우 재미있어 하신다.변호사가 되어 얼마 안되었던 시절에 나는 아마도 변호사가 좀 대단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서로를 잘 모르는 자리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직업을 밝히지 못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변호사라는 직업을 알면,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나 혼자만의 공연한 걱정이었지만, 그 자체가 이미 우월감이다. 그러나 변호사란 직업에 대한 특권의식이 사라진 요즘, 주저함없이 직업을 밝히게 된다. 그러면서 편하게 명함을 줄
여풍당당 여변
이재숙 변호사
2019.10.14 09:53
-
개인적으로 9월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국제교류 활동과 이벤트가 많은 달이었다.첫 번째 주에는 세계은행(Wo rld Bank)에서 매년 발간하는 ‘여성, 비즈니스 및 법(Women, Business and the Law)’ 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다. 해당 보고서는 10년간 187국을 대상으로 여성의 사업 및 경제활동과 관련한 각국의 차별적 법제 현황을 다뤄왔는데, 그 중 한국 법제 부분을 작성하는 일을 했다.설문항목 중 이동권과 관련하여 “여성이 남성과 같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라는 질문, 혼인과 관련해 “기혼 여성은 남편에게 법적으로 복종할 의무를 지는지?”라는 질문, 그 밖에 성별에 따른 법제도적 차이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인덱스별 국가 점수격차 등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19.10.07 09:46
-
몇년 전 사내변호사를 그만두고 개업하였다. 재판이 있어 오랜만에 다시 법정에 갔는데,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적잖이 당황했다.전자 사건으로 진행되는 사건이기에 크기가 작은 노트북에 파일을 담아 노트북 하나만 달랑 들고 온 필자와 달리, 재판의 순서를 기다리는 변호사 대부분이 종이로 된 사건 기록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법정에 노트북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되나? 혹시 판사님 앞에서 노트북만 펼쳐 놓고 변론하는 게 법정 예의에 어긋나나? 온갖 추측을 하며 눈치를 보다가, 재판장님의 사건번호 호명 소리를 듣고 주춤주춤 노트북을 들고 원고 대리인 석으로 가서 얼떨결에 변론을 마쳤다.당연한 일이지만, 다행히 노트북 변론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법정을 나오면서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여풍당당 여변
임주영 변호사
2019.09.09 11:08
-
온 나라가 모 장관 후보의 딸 문제로 시끄럽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의 여러 장면에서 아킬레스건이 자녀 문제였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남의 자녀 교육 문제에 흥분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자녀 교육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조선시대에도 부모들은 자식들이 글공부를 하여 과거에 급제하고 출세하는 것에 온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를 했을 것이다. 그것이 입신양명이요, 가문을 살리는 길이었으니까. 그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져 자식들의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세계에서 으뜸인 듯하다. 사교육의 극성도 그렇고, 사교육의 메카라고 불리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일제 식민지의 갖은 수탈과 6.25 전쟁의 비극을 지나, 그 폐허
여풍당당 여변
이재숙 변호사
2019.09.02 10:07
-
어제 저녁 한 비영리단체를 통해 만난 좋은 지인들과 오랜만에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단체에서 인연을 맺은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이 단체와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고 유명 대학 교수인 단체 대표와도 소원해진 상황이었는데, 그 단체를 떠나게 된 타당한 이유들을 각자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우리들은 몇년간 그 단체의 창립부터 현재의 상황에 이른 역사를 같이 겪으면서 목격한 변화를 회고했다. 현재 그 단체의 모습은 처음 기대했던 모습과 너무나 거리가 있었고, 각자 겪은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그 부적절한 변화의 원인과 경위, 그 단체가 다시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본 결과, 앞으로 그 단체는 이미 손상된 신뢰나 평판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내가 그 단체를 떠난 결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19.08.12 09:43
-
지난달 27일 저녁,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화시사회’에 우리는 샌드위치 도시락을 받아 들고, 이선희 변호사님, 안귀옥 변호사님 등 전설과도 같은 선배님들을 뵙고 함께 영화관으로 들어갔다.‘세상을 바꾼 변호인’미국 여성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원제는 ‘온더 베이시스 오브 섹스(On The Basis of Sex)’ “성별에 기초한”이라는 뜻인데, 여성의 법적 지위 평등을 위한 법률 투쟁을 표현한 제목이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인종에 기초한 차별은 위헌임을 인정하면서도 “성별에 기초한” 차별은 다른 것을 다르게 규정하는 것일 뿐, 평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여기던 미국 법정에서 긴즈버그는 “성별에 기초한” 차별이 위헌임을 주
여풍당당 여변
이재숙 변호사
2019.07.08 09:27
-
6월 14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게재된 “왜 로펌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만 하는지?(why law firms must change how they work)”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자해에 의한 죽음(killed by self-harm), 이것이 전통적 로펌들이 죽음을 맞게 될 방식이다. 살아남으려면 그들은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라는 도발적 문장으로 시작된다. 아래 그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변호사들이 공통된 상업적 목적으로 뭉쳐서 공동의 재능을 최대한 이용해서 노력의 성과를 나눈다는 파트너십의 이념은 글로벌화와 규모 확장에 따른 로펌의 성과주의 모델에 따라 사라져가고, 더 이상 연공서열주의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 흥미로운 일들과 동료주의에 대한 약속은 차가운 현금의 유혹 앞에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19.07.01 09:32
-
런던 히드로 공항 입국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자동입국심사 제도 시행 열흘 전에 런던 여행 차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고, 호텔이 아닌 런던에 사는 친구 집에서 지낼 계획이라서 호텔을 예약해 두거나 여행 루트를 미리 마련하지 않았다.이민국 직원은 통상적인 질문부터 시작했다. “런던에 온 목적은?” “얼마 동안 머무를 예정인지?” 무사히 통과하나 싶었는데 여권을 들춰보던 이민국 직원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출국 전 만료 기간이 임박한 여권을 갱신한 탓에 여권 속지가 아주 깨끗한 것이 문제였다.“런던에서 어디어디 여행하느냐?” “숙소 이름은 뭐냐?” “런던에서 쓸 돈은 얼만큼 가져왔느냐?” 등등 갑자기 질문이 쏟아졌다. 짧은 영어는 당황하여 더 짧
여풍당당 여변
임주영 변호사
2019.06.10 09:48
-
승소를 했다. 법정에서 선고를 들은 직원이 문자메시지로 보고했고, 사무실에서는 환호성이 울렸다. 의뢰인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그날 선고 법정에 의뢰인은 출석을 했다.소송 대리 업무로 여러 해를 일한 변호사들은 이쯤 되면 감이 온다. 승소한 의뢰인이 승소와 동시에 사라진다.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까지 알지만 별 소용이 없다. 주지 않으려는 자와 받으려는 자, 우리 자신이 다시 그 지긋지긋한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가. 유리하지 않은 사안이어서 더욱 더 집요하게 법리를 주장하고, 온갖 증거와 정황을 발굴하여 제시하며 입증에 최선을 다했기에 승소에 대한 기쁨은 더욱 컸다. 그리고 그 기쁨의 순간도 잠시, 오랜 노고와 애씀의 시간들이 배신감으로 끝이 난다.
여풍당당 여변
이재숙 변호사
2019.06.03 09:36
-
이번 4~5월 사이 여성변호사회에서 미국대사관의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양성평등과 법치주의’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여성변호사회의 다수 변호사들이 TF를 만들었다. 여러 번 모임도 가지고 열심히 제안서를 작성해 영문 제안서 최종본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이러한 준비과정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양성평등과 관련된 정책과 법제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를 통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전제로서 헌법적 가치인 양성평등을 실현할 구체적 개별법 및 판례, 관련 정책 등을 살펴봤다. 또 유관단체들과 여성변호사회의 교류를 통한 심도 있는 협력을 통해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IAKL(세계한인법률가회) 및 IBA(세계변호사협회) 총회에서 연구 결과물을 중간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토론회 및 연구결과를 토대로 현황분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19.05.20 14:27
-
최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22번째 선보인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국내에 개봉돼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개봉 열흘 만인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역대급’인 셈이다.영화관의 일반적인 상영 마감 시간인 25시까지도 매진이 되는 바람에 31시(오전 7시)까지 등장하여 ‘조조’아닌 ‘조조 영화’가 됐고, 영화 관람을 앞둔 어벤져스 팬들이 ‘스포(스포일러 : 영화의 줄거리를 공개하는 것)’를 당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한다.필자 역시 어벤져스 팬으로서 지난 근로자의 날에 집에서 가까운 상영관의 ‘조조’편을 예매해두고 영광의 어벤져스 군단을 ‘영접’했다.우리의 영웅들은 시간의 흐름을 역주행한 것처
여풍당당 여변
임주영 변호사
2019.05.13 09:29
-
‘봄이 왔다’라고 즐거워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비바람이 매섭게도 몰아쳤다. 한주를 마무리하고 맞이하는 주말이 반가워져 이번 주에야말로 꽃을 마주하러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와 ‘과연 지금이 4월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차가웠던 공기로 인해 몇 주간이나 계속 실내에 머물러야 했다. 그 덕분에 모처럼 쉴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지나가버리는 봄은 어찌할 수 없어 아쉬워만 하고 있었다.그런데 삶에서 이런 순간들은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사업이 잘 진행되어 더없는 봄을 맞이한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려 계획했던 일들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더없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마음에 닿았던 차가움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분
여풍당당 여변
전별 변호사
2019.04.22 09:35
-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에 사내변호사로 입사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업계 특성상 회사의 직원들은 대다수 남자들이고, 사내 분위기는 공과대학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송무를 할 때는 옆방 또래 여변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사건 얘기도 하고 수다도 떠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는데, 회사에 들어오니 환경이 바뀌고 인생의 낙이 하나 줄어들어 내심 아쉬웠다.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1/2를 노동현장에서 보내는 현대인으로서는 동료와의 유대 또한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회사의 1인 사내변호사는 소송수행 및 관리, 계약서 검토, 사규 개정, 의사결정을 요하는 각종 미팅 참석 등 다양한 업무 수행을 요구받는다. 그 중 비중이 가장 큰 업무는 하루에 적게는 두건, 많게는 다섯건까지 의뢰가 들어오는 사업부서 자문이다. 자문은
여풍당당 여변
주하윤 변호사
2019.04.08 09:56
-
십수년째 변호사 일을 하고 있지만 신출내기 변호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일이라는 것이 사무실에서 몸은 퇴근을 해도 머리는 퇴근을 못한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된다.늘 머리 한쪽 구석에서 온갖 사건들이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떠오르곤 한다. 수년 전 의뢰인 한명이 미국에서 소송을 한 경험을 이야기하던 중, 자기 변호사가 샤워를 하는 중에 사건을 고민했으니 그 시간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더라면서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이야기 진위는 모르겠지만 사실 변호사들이라면 은근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 아닌가.사건 생각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것은 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려고 자리에 누우면 갑자기 사건 기록들이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막 떠오르는 통에 어느새 잠
여풍당당 여변
이경아 변호사
2019.03.25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