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대한변호사협회는 필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주관으로 미국 뉴욕주의 가정폭력 통합법원의 변호사와 검찰국장 등을 모시고 ‘가정 내 학대피해 통합지원 방안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위 컨퍼런스는 피해자 중심의 가정폭력 통합 법원(Integrated Domestic Violence Court) 운영을 우리나라 최초로 소개한 의미가 있습니다.미국은 과거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서 경찰 등 사법기관이 가정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미온적 태도를 취해왔으나 OJ 심슨 사건 이후 1994년 Violence Again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22.07.11 09:17
-
변호사로 일하면서 지독히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피해자 대리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피해 진술을 하고, 피해자와 함께 사건 진행을 기다리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고 하염없이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 피해자에게 면목이 없다.피해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 억울함을 풀고 조금이라도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사건이 더딜수록 더 열심히 사건에 매달린다. 기다리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관련 증거들을 모아 추가로 제출하고, 피해자 측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보지만
여풍당당 여변
함인경 변호사
2022.05.16 09:15
-
언젠가부터 형사사건 중 범죄피해자들로부터 고소대리를 맡은 사건 수 비율이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사건에 견줄 정도로 늘었다. 예전에는 피해자들이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내가 비용을 들여가면서 고소대리를 맡기나’ 혹은 ‘있는 그대로 진술만 하면 당연히 처벌 받겠지’라고 생각해서 직접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피해자에게도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런 경향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경찰 일선 수사관들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현저히 늘다 보니 예전 같으면
여풍당당 여변
강애리 변호사
2022.04.11 09:15
-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칭인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2004년 말 유엔 글로벌 콤팩트가 작성한 보고서에 ESG라는 용어가 처음 언급된 이후 2015년 9월 UN 산하 193개 국가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향후 15년간 국제사회의 발전목표로 설정한 이래 현재 우리 정부도 지속가능발전법 제정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설립,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ESG경영에 대한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발간하면서 실행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SG의 평가와 관련해 환경(E)을 평가하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22.03.14 10:03
-
코로나 시절 전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던 때에 놀이공원에 가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 휠체어를 탄 분이 놀이기구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모두 기다리고, 그게 당연한 생활이었던 점이다.또한 아이들에게 너그러웠다. 우리 아이가 한국인인 외국인 아동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이가 기구를 탈 때나, 내릴 때 충분히 기다려줬다. 물론 일본에서 생활한 것이 아니기에 구체적으로 어떠한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관광객으로 보았을 때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놀이공원에 가면 일단 휠체어를 잘 볼 수 없다. 그리고 놀이공원에서는 효율적이
여풍당당 여변
송혜미 변호사
2022.02.14 09:11
-
며칠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전 재판을 가고 있었습니다. 이브이고 금요일이라 늦을까 오랜만에 남편 출근길에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었지만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다 두꺼운 기록봉투를 들고 이동하는 것이 엄두가 안나 남편 차를 타고 달리는 차 안에서 변론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에 참석하겠다는 의뢰인들과 통화를 하며 챙기기도 하였습니다.그러던 중 딸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받기도 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너무 걱정이 되었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황급히 전화를 받았더니 크리스
여풍당당 여변
함인경 변호사
2022.01.03 09:15
-
‘위드 코로나’를 불러오며 점차 사그라드는 듯 했던 코로나 사태의 불꽃이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더불어 재점화되고 있다. 일일 확진자수는 며칠 전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어느덧 5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이제 일상이 된 재난문자처럼 코로나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도 느슨하게 만들었다. 국내외 주요기관들도 오미크론 출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실물경제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번화가를 다녀 봐도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제법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그렇다면
여풍당당 여변
강애리 변호사
2021.12.13 09:28
-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는 요즘 넷플릭스로 정주행 중인 일본 멜로 드라마 이름이다. 이 드라마는 30세 고교 동창 아가씨 3명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일본어 ‘타라레바’는 ‘만약 ~했다면’이라는 가정의 조사인데, 매번 과거에 이렇게 했다면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을 망상녀라고 놀리는 꽃미남 모델인 남자 조연과 주인공들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깨닫도록 질문하면서 조언하는 가상의 귀여운 만화 캐릭터들도 등장한다.고객에 대해 내가 수행하는 변호사로서의 역할은 타라레바 아가씨에 나오는 돌직구 발언을 하는 남자 조연이나 주인공에게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21.11.08 09:18
-
한 번은 피해자 분과 상담을 하면서 피해자 분의 아픈 마음이 너무 공감이 되어 함께 엉엉 운 적이 있다. 그 때, 그 분은 무척 심한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로 오랜 기간을 주저하다가 고소를 결심한 상황이었다. 긴 기간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고소를 하지 못하고, ‘나만 참으면 괜찮아’라고 참아내고, 견디는 몇 년의 시간을 보내던 분이었다.그러던 차에 고소를 하기로 결심하셨다고 하기에, 고소하기로 결심한 어떤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의 질문에 피해자 분은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답했다. “변호사님, 그날 제가 설
여풍당당 여변
송혜미 변호사
2021.10.11 09:19
-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요. 제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며 헤어지는 것보다 더욱 아름다운 이별이 있을까.얼마 전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고소대리를 맡았던 사건이 무려 2년 만에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로 마무리되었다. 애초에 피해자가 원했던 정도의 처벌에는 이르지 못했음에도 피해자는 연신 나에게 애써주어 감사하다고 하였고, 나 또한 오랜 시간 나를 믿고 따라준 의뢰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변호사와 의뢰인의 계약은 위임계약이고,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여풍당당 여변
강애리 변호사
2021.09.13 09:15
-
이럭저럭 벌써 단독 개업을 한지 만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이사도 한 번하고 여러 일을 겪었는데 최근 연골과 인대까지 파열되는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한 달간 휠체어를 타고 재택 근무를 했다. 한달 간 수술한 발에는 무게를 실으면 안된다해서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보조기를 착용하고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그래도 집에 손님들이 자꾸 와서 불편하다는 아이들의 컴플레인은 좀 받았지만 한 달간 자문회사와 고객들이 양해로 재판기일 조정도 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수술 직후에는 거의 집에서 머물렀고
여풍당당 여변
이지은 변호사
2021.08.09 09:21
-
오늘도 경찰 조사 입회를 다녀왔다. 성범죄 사건을 많이 하다보니, 경찰서에서 간혹 듣는 말이, “변호사님이 여자여서 … 증거물을 같이 보기가 그렇네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괜찮습니다. 제가 형사전문변호사라서, 그리고 성범죄 사건도 많이 다뤄서 이런 증거물을 늘 봅니다. 변호사이니 당연히 봐야하구요. 전혀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담담히 답변한다.1차 조사를 마치고, 2차 조사 일정을 잡으면서, 수사관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주말에 조사 가능하시죠?”라고 물어본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주말에는 제가 저희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여풍당당 여변
함인경 변호사
2021.07.12 09:15
-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은 일반인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놀랍게도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은 평범했다. 계기도 ‘거짓말’로 사소했다. 실로 엄청난 범죄도 그 시초는 정말 사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피고인은 나에게 양형을 줄여줄 수 없냐고 했다. 1심에서 양형이 그렇게 높게 나온 것 같지 않던데. 공판 첫 기일. 피해자 부모의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나를 바라보는 재판장의 표정에서 ‘냉소’를 느낄 수 있었다. 피고인의 친척 등이 마련해서 제출한 피해자 부모의 처벌불원서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재판부가 내비친 심증이었다. 법정에 불
여풍당당 여변
김한가희 변호사
2021.06.14 09:14
-
폭발적 채용에 발맞춰 추가 사무공간을 확보한다, 입사자의 회사적응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코로나 확산세에 대응해 사내에서 점심도시락을 제공한다. 법무와 경영지원업무를 함께 담당 중인 나의 업무 리스트다. 덥썩 손들고 자원한 일들이다. 비록 알뜰살뜰한 살림꾼은 못 되지만, 주부 내공을 사내에서 발휘할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다. 이에 생활인으로서 직관과 센스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도시락을 도입할 때 몇 군데 외부업체를 만나보고 믿음이 가는 곳, 그리고 음식 간이 너무 세지 않고 정갈한 곳을 선택하는 식으로. 이왕이면 업체별
여풍당당 여변
임은수 변호사
2021.05.10 09:12
-
위 책은 말의 특성을 네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언위심성(言爲心聲), 즉 말은 마음의 소리라는 것을 소개하면서 말의 본질을 설명한 부분이 있다.사람의 본질이든 말의 본질이든 본성과 본질, 진심 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뒤섞이지 않고 쉽게 으깨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진실한 것은 세월의 풍화와 침식을 견뎌내며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고 감추려 해도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은 언젠가 드러나고 만다는 설명이다.그러면서 필자도 감동적으로 본 영화 ‘킹스 스피치’의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위 영화는 영국의
여풍당당 여변
안효준 변호사
2021.04.19 09:38
-
A는 언제나처럼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음악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인공지능 알렉사가 지정된 기상시간에 맞춰 A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부드럽게 울리도록 한 것이다. A가 어렸을 때 아침마다 어머니는 큰 소리로 A의 잠을 깨우며 이불을 확 걷어치우곤 하셨는데, A는 그 때마다 느닷없이 잠에 깨는 것과 밤새 따뜻하고 포근했던 이부자리가 걷어지고 억지로 잠을 깨는 것이 싫었다.A가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동안, 주방에서는 가사 로봇 아르미가 커피를 끓이고, 간단한 토스트를 준비해 놓고 있다. A가 식사를 하는 동안, 알렉사는 밤
여풍당당 여변
임경숙 변호사
2021.04.05 09:10
-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죠?” 회사운영상 법무 리스크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한 브리핑이 끝났을 때, 내게 돌아온 질문이었다. 방금 담당자에게 대응방안을 분명히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상하다….그렇다, 분명히 이상했다. 낯선 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변호사로서 내 역할은 “지금 상황 A에 어떤 위험이 있으니, 하루 속히 A를 B로 바꾸라”고 조언하는 것이었다. A를 어떻게 하면 B로 바꿀 수 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솔직히 생각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조언을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회사 담당자들
여풍당당 여변
임은수 변호사
2021.03.22 09:30
-
최근 상장회사들은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법인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이 2022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그런데 한 고객으로부터 회사에 적합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푸념을 들었다. 회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련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지녀 회사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여성 전문가를 찾고 싶은데 그 후보군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외이사 후보에
여풍당당 여변
안효준 변호사
2021.03.01 09:23
-
우리는 입시나 취업을 위해 수많은 면접을 본다. 면접은 응시자가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짧은 시간 내에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로서 면접자에겐 매우 부담되는 과정이지만, 학교나 기업으로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최종 확인 절차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절차이다.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비대면 면접방식이 활용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부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인공지능 역량검사’는 이미 면접 과정에
여풍당당 여변
임경숙 변호사
2021.02.22 15:13
-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회사로 이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인재들은 국경을 넘나드는구나…. 지인의 목소리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코로나가 모든 기회를 앗아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다행스레 느껴졌다.나도 2, 3년 전 글로벌 회사의 북아시아 법무 담당자 자리를 제안받고 상하이로 이주한 적이 있다. 약 12명 남짓의 중국인 법조인들로 구성된 리저널 오피스였는데, 외국인은 한국과 일본 법무를 담당하는 내가 유일했다. 사실 낯선 환경과 팀 내 유일한 외국인이라는 점이
여풍당당 여변
임은수 변호사
2021.01.25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