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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지 어느새 만 16년이 흘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할 말을 하지 못하면 속병이 생기는 내 성정을 생각할 때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왔다.비록 메이저급의 언론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쓴 기사에 여론이 움직이고 그로 인해 국가의 정책이 바뀌는 짜릿한 순간을 맞을 때에는 ‘이 맛에 기자를 한다’라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서민 집안에서 태어나 고만고만한 대학을 나오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필자가 언감생심 장·차관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과 호형호제 할 때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오만함도 가졌다.대기업을 다니는 친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살았지만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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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11.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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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킨스가 ‘머큐리, 또는 신비롭고 신속한 사자’에서 전하는 일화로, 움베르토 에코의 책에 써 있다. 한 인디언 노예가 주인으로부터 무화과 바구니와 편지를 전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노예는 가는 길에 배가 고팠는지 무화과를 몰래 먹고, 남은 몇알만 가져다 줬다. 아무도 못 봤다 생각하며 태연하게 바구니를 건넸는데, 받아든 이가 편지를 펼쳐 읽더니 별안간 노예를 나무랐다.이 노예가 며칠 뒤 같은 심부름을 하게 된다. 이번에도 무화과에 손을 댔지만 방식은 조금 달랐다. 노예는 바구니에서 편지를 꺼내 큰 바위 아래에 숨긴 뒤 무화과를 훔쳐 먹었다. 지난번에 고자질을 한 주인공이 종이였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결과는 어땠겠는가? 재범이 된 노예가 더욱 호되게 혼이 난 건 물론이다. 노예는 종이를 속일 수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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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11.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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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20호 법정에서는 경남기업 대출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김진수 금감원 부원장보에 대한 판결이 선고됐다.그는 2013년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을 압박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압력을 넣고, 대주주인 고 성완종 전 회장에게 유리하게 무상감자(減資)없는 워크아웃을 진행하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농협에 10년치 금융자료를 요구하고 그로 인해 농협 담당자가 한달간 A4용지 30박스 분량의 여신심사자료를 복사했다고도 했다. 당시 검찰은 성 전 회장에게 자신을 금감원 부원장보로 승진시켜 달라고 청탁한 상태에서 이같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했다. 자신의 승진욕심을 채우기 위해 직위를 이용하여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18회에 걸친 재판을 끝내고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선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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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6.10.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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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4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를 취재하기 위해 김동건 법원장 뒤에 서 있었다.법제사법위원회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있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재판도 여러 차례 받은 초선의원이었다. 그런데 노회찬 의원은 갑자기 “재판장님!”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하하. 고등법원장님, 제가 재판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그 얘기가 불쑥 나왔습니다.”부끄러워하는 얼굴이 됐다. 지켜보던 나는 비법조인 법사위원이라 어설프다고 생각했다. 노회찬 의원은 질문했다. 2002년 대선자금 재판이 한창이던 때였다.“서정우 변호사 경우에는 감형사유가 ‘피고인이 오랫동안 법조인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겁니다. 심이택 대한항공 부회장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서 한 직장에서 수십년간 성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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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10.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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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속에서 자벨 경감은 악인 중의 악인으로 나온다. 인정은 물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인데다 주인공인 장발장을 마지막까지 괴롭히는 ‘스토커’이기까지 한 인물이다.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자벨 경감을 ‘악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인의 재물을 훔치거나 빼앗은 것도 아니고 사기행각을 벌인 것도 아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폭행을 저지르지도 않았다.작품을 잘 살펴보면 그는 그저 법과 질서를 지키려했고 법을 어긴 범죄자를 잡아가두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사람들은 자벨 경감을 악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왠지 주저할 수 밖에 없다.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벨 경감에게서는 도대체 사람냄새라는 것이 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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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10.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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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취득의 기회를 주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금품을 제공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인생의 벗으로서 함께 호연지기를 키우고 우정을 나눠 왔다. 일련의 호의일 뿐이다.”법정에서 오가는 논박의 상당 부분은 어느 것이 진정한 인과관계인지 설파하는 과정이다. 나의 인과는 정당하며, 상대의 인과는 필연적이지 않다는 증명이 계속된다. 법관은 허락된 한 필수적인 근거를 모으고, 불분명한 것들 가운데 분명한 경위를 추려 비로소 판단한다.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가 발견되면 어느 쪽이든 끝장이다.무엇인가가 원인이라고 선명히 말하는 일이란 가능할까. 서양철학의 한축은 사람들에게 인과관계를 관찰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어 두었다. 철학을 막다른 길까지 밀어붙였다는 데이비드 흄은 “우리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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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10.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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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아양, 아첨, 아부의 차이는? 정답) 아양은 법률상 모욕의 반대, 아첨은 진실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반대, 아부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반대 개념이다.다시 말해, 아양은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무작정 귀여움을 떠는 것이고, 아첨은 실제 있는 내용으로 상대방을 띄우는 것, 아부는 있지도 않은 얘기로 상대방의 기분을 들썩이는 것이다.전주혜 서울고법 판사에게 이 얘기를 들은 게 11년 전이다. 법조기자 2년째이던 나는 다행히 명예훼손과 모욕의 구성요건을 알고 있었다. 전 당시 판사는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세 단어의 차이를 설명해줬는데, 그게 이중의 기쁨이었다. 얘기 자체가 무척 재미있기도 했고, 내가 어느새 범죄의 구성요건을 안다는 쾌감도 있었다. 지금도 이 얘기를 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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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09.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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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검사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A변호사에게 아들녀석은 ‘아픈 손가락’이다. 수석을 도맡아 하며 공부걱정을 시킨 적이 없었던 첫째 딸과는 달리 아들은 공부를 그리 잘하지 못했다. A변호사가 들려준 이야기로 짐작해 보면 학교 생활이 원만했던 것도 아닌 듯 하다.그의 아들은 대학진학에 실패했다. 아무 대학이나 들어가려고만 했다면 못 갔을 리도 없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잘하는 것을 해보겠다’는 고집을 꺾지 못했다.A변호사가 아들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것은 사실 이 때문은 아니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겪지 않아도 될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 시절 그는 가족과 함께 부임을 했다.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함께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2~3년 마다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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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09.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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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의 변기가 미술전시장에 들어온 뒤부터 예술작품은 일상적 사물과 구별되지 않았다. 예술이 특별한 환상을 만드는 대신 의도적으로 평범한 자리에 스며들자, 전통적 아름다움의 가치는 곤경에 빠졌다. 바야흐로 복사물이 원본을 압도하고 현실이 미디어를 따라가는 시대였다. 보드리야르는 조금 어려운 말로 “이 세계는 시뮬라크르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했다.사람들에게 조금 쉽게 일러주기 위해 그는 “영토가 지도에 선행하지 않고, 지도가 영토에 선행한다”는 비유를 썼다. 지금까지 자연이 기호를 낳았다면, 이제는 기호가 실재보다 우월하게 자연을 표상한다는 것이었다. 영상, 사진, 미디어… 사람들은 실상 이미지를 볼 뿐이면서 실재를 접한다고 생각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데!” 트인 절경을 본 사람들이 자연과 예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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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09.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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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과 수차례 가족을 동반한 해외여행을 다닌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추가적인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 그는 이미 2005년 비상장주 1만주 제공 부분과 2008년 3000만원 상당의 제네시스 제공 부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상태다. 공소시효가 10년인 뇌물수수와는 달리 뇌물공여죄는 7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에 새로 조사대상이 된 해외여행도 2008년 이전의 일이라면 처벌이 곤란해진다. 뇌물공여자인 김 회장이 좀 더 폭넓게 공소시효의 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뇌물을 받은 진 검사장 또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미 진 검사장에 대한 수사 시작 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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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6.08.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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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은 자유지만 팩트는 신성하다(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1921년 영국 ‘가디언’의 찰스 스콧 편집장이 창간 100주년에 발표한 유명한 칼럼이다. 팩트는 신성해야 한다는 당위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 팩트 자체는 진실도 허위도 아니다. 사실(fact)이 시간이 지나면 진실(truth)이나 허위(false)가 되는데, 증명되기보다 설득되고 믿어지는 것이다. 이마저도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며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팩트를 다루는 기자 생활 15년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팩트들이 설득력을 획득하는 것은 유려한 서사가 있을 때다. 소설 같은 픽션은 물론이고 기사를 비롯한 개연성으로 조직된 모든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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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08.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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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에게는 하루에도 몇건씩 ‘제보’라는 것이 온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 소속이라던지 방송같은 곳에 얼굴을 내밀어 조금의 유명세를 탄 경우 제보의 수는 더 많아진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말 의미있는 제보는 드물다. 대부분 제보라기 보다 밑도 끝도 없는 하소연인 경우다. 처음에는 이런 제보들도 고맙다. 십수년 전 첫 번째로 받았던 제보의 설렘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하고많은 기자 가운데 나를 찾아줬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당연히 한자한자 꼼꼼히 읽어보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안되면 해당관청에 알려서 억울함을 풀어 주려고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설렘은 점차 줄게 된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제보가 따져보면 비슷비슷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실관계나 취지를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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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08.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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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을 다시 보면 사면심사위원들이 뭔가에 쫓기거나, 애써 합리화하는 인상이다.“사실상 찬성해도 개운한 마음은 아니거든요. 법의 형평성도 있고, 사회 정의 문제도 있고….” “이 사면은 IOC 위원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고, 그래서 찬성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많이 봐 준 것 같은데, 법무부에서 또 봐주는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찬성하겠습니다.”마음의 평안은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등 ‘국익’을 언급할 때 왔다.“대기업들은 우리가 좀 속상해도 세계무대에 나가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다리 묶은 것을 풀어주는 것이 맞고….”이렇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명에 대한 특별사면·특별복권 심사가 적정 의결됐다. 2009년 12월 24일 법무부장관 회의실에서, 박수로 마감되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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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08.0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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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들은 서초동 대법원 청사 7~10층에 방이 있다. 층마다 3명씩 나뉘어 있다. 가장 좋은 자리는 가운데 방이다. 승강기에서 내리면 바로 닿는데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그래서 대법관 퇴임식이 끝나면 서열에 따라 가운데 방으로 이삿짐이 꾸려진다. 대법관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4개다. 서쪽 2개가 대법관 전용이며 동쪽 2개를 재판연구관 등이 쓴다. 점심시간 같은 때 서쪽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가는 대법관들에게 둘러싸이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대법원에는 120명에 달하는 재판연구관이 있다. 전속조 재판연구관은 대법관마다 3명씩 36명이다. 공동조 재판연구관 76명은 전문분야 사건을 연구해 보고한다. 여기에 고법부장급의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도 있다. 사무실은 12~15층이다. 대법관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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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07.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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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기자가 현재의 회사로 오기 전, 모 방송사에서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 그 회사는 임금체불 중이었다. 심할 때에는 최대 두달치가 넘게 밀린 적도 있다. 노동자에게 임금은 곧바로 생계와 직결된다. 임금이 밀리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진다. 아이들은 다니던 학원을 그만둬야 하고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그 방송사는 국내 최대 종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재정상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는 곳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이사장이던 스님이 몇년째 회삿돈 수억원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빼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기도에서 불교문화재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라며 지급한 3억원의 지원금까지 그 스님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노조위원장으로서 몇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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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07.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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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어른의 재판은 소법정 마지막 순서였다. 국민행복기금 양수금 등 자그마한 다툼들이 모여든 곳이었다. “15분 상담하고 수십만원을 낸 이도 있다더라…” 송사 지식이 절실해진 어른에게 법 없이 살아온 삶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었다. 변호사 상담료부터 재판 절차까지 남에게 묻지 않고 일러드릴 말씀이 하나도 없었다. 방청을 위해 하루 휴가를 내는 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기삿거리가 못 되는 사건들은 5분도 안 돼 재판이 끝나곤 했다.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그러니까 좋은 변호사를 사라고” 통화 소리가 법정 안에 새어들었다. 어느 할머니는 다음 기일을 고지 받고도 판사석을 향해 이것저것을 물었다. 재판장이 “저는 판단을 하지, 상담하는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일일이 재판장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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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07.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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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유엔난민기구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난민은 6530만여 명이다. 이는 보고서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라고 한다. 한국 인구보다도 많다.국내 난민 신청자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난민 인정 심사와 관리를 맡고 있는 법무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난민 심사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이 줄을 잇다보니 법원도 재판 부담이 폭증했다.법무부는 국경을 높이는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다. 인천공항 등 출입국항을 통해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예비 심사에서 탈락시켜 입국을 거절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든가, 인천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지내며 불복 소송을 벌여야 한다.나는 지난 4월 말 이런 이유로 송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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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중앙일보 기자
2016.06.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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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에 국문학과에 들어가 2학년에 시 창작론을 들었다. 이 과목 선생은 서정주와 김구용의 추천으로 등단해 활약하던 현역 시인이었다. 술을 좋아하던 선생은 더러 강의를 빼먹거나 수업 중에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웠다. 불만스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험시간에 담배를 피워도 되냐는 물음에 교수가 말없이 노려보자, 그냥 담배를 꺼내 물고 끝까지 시험을 치렀다는 학생의 얘기를 떠올렸다.두 사람은 김윤식과 정과리다. 그리고 나로 말하자면, 고등학생 시절 ‘노동의 새벽’ 초판본을 구해 눈이 붓도록 읽던 리얼리스트이자, 당시 150권 정도이던 ‘문학과 지성 시인선’ 완독을 실천하던 모더니스트였다. 심지어 정과리의 스승인 김현 선생이 살던 구 반포 주민으로서, 김현 선생을 추억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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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06.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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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0년 전쯤 유력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한통의 전자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수신인을 잘못 지정해서 보낸 메일 같았는데요,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었답니다. 사실 그 국회의원은 당시 국회 의장단에 속한 분이었는데, 아마도 보좌관은 모시던 의원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메일에는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로 볼 수 있는 중장기 정치활동 플랜이 들어 있었는데요, 대략 10~15년 정도의 기간 동안 각 단계별 도전 과제를 세워두고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정리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계획이 틀어지면 곧바로 가동할 ‘플랜 B’까지 마련돼 있었는데요, 꽤 치밀해 보였답니다.한참 메일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그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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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06.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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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의심만으로 기사를 씁니까? 함부로 의심하면 큰일 나는 줄 몰라요?” 한 사채업자를 향한 기업사냥 의혹 기사가 명예훼손 고소장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많은 부분에서 되레 큰소리를 칠 수 있었지만, 주먹세계에도 끈이 있다는 소문을 운운한 한 문장이 끝내 시비가 됐다. 고소인은 의심을 탓했는데 수사관은 정작 이렇게 말했다. “왜 그 부분은 또 한번 의심하지 않았습니까?” 피의자신문조서가 어디엔가 남아 있다면, 말을 잇지 못한 궁색한 시간이 기록돼 있을 것이다.“끝까지 의심하지 못했다는 게 잘못이라면 잘못입니다. 그런데….”법조브로커와 저녁 한번 함께한 현직 판사가 결국 사직서를 제출할 때까지, 모두가 말을 아끼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할 말이 많았다. 의심이 들자마자 재판 회피 신청을 했지만, 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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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06.07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