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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사자보다 배고픈 변호사가 무섭다”는 말이 몇해 전만 해도 마음에 잘 와 닿지 않았다. ‘배고픈’과 ‘변호사’라는 단어의 호응부터 어색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볼 때 어쨌든 변호사는 먹고 살 만한 직업으로 인식됐다. 또한 변호사로서의 자긍심과 명예가 도덕적 해이를 막아줄 최소한의 장치가 되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법조기자를 하며 이러한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집사 변호사’에 대한 취재를 하며 막연했던 불안감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애초에 ‘집사’라는 단어는 ‘배고픈’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변호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부 집사 변호사들의 행태는 스스로 변호사보다는 집사를 자처하는 듯 보였다.과거 집사 변호사들이 일부 기업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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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동아일보 기자
2017.04.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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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변기였을까. 현대예술 강의에 빠지지 않는 마르셀 뒤샹의 변기 ‘샘’이 미국 독립예술가협회의 전시회장에 들어선 게 꼭 100년 전이다. 그저 상점에서 값을 치르고 서명만 했을 뿐, 소조나 조각조차 아니었다. 한낱 변기가 예술작품으로 대접받은 것은 그 자체의 철학적 의미에 있다. 원래 있어야 할 남자화장실 대신 전시장에 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 예술의 개념으로 이해됐다. 예술의 고고한 모습을 깨려는 시도로, 변기만한 소재도 없었을 것이다.세월이 흘러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14층에는 황금 변기가 전시됐다. 그 물건이 주는 묘한 정서는 인류 공통인 모양이다. 황금변기를 누구든 이용하라 했더니 관람객들이 오히려 당황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주장한 여성들이 피해 장소로 화장실을 지목해서,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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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7.04.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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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은 마치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펼쳐놓은 듯 하다. 대표적으로 ‘공소장 일본주의’가 그렇다. 공소장 외에 법관에게 예단(豫斷)을 줄 수 있는 서류나 물건의 제출을 금지하는, 어찌 보면 당연하기에 교과서에도 몇 페이지 없는 이 원칙이 법정에 등장했다. 시작은 지난 13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다. 변호인들은 “이미 무죄가 확정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을 기재했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했다. 마치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불법승계를 계획하고 추진해 온 것처럼 적혀 있다는 것이다. 수뢰자로 기소된 최순실씨 측도 마찬가지다. 변호인은 “특검 공소장은 중편소설 형식”이라고 했다. 검사가 공소장에 대해 듣는 가장 심한 모욕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분량까지 정해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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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7.03.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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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심판정에 반드시 나와야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헌법재판소법 제30조(심리의 방식) 제3항이었다. ‘재판부가 변론을 열 때에는 기일을 정하고 당사자와 관계인을 소환하여야 한다.’ 소환의 뜻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고 연원은 ‘검찰 소환’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였다.형사소송법 어디에도 검사가 피의자를 소환할 권한이 없다. 법원이 피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 ‘형소법 제68조(소환) 법원은 피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 검찰은 출석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왜곡의 시작은 일제 식민지 조선 검찰이 피의자 소환권을 불법적으로 만들어낸 데 있다.당시 일본 본토의 다이쇼 형소법에 따르면, 소환은 출석의무를 발생시키고 불응하면 강제구인이 가능했다. 판사의 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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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7.03.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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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 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거라브 제인 등 존 리 전 대표와 직접 보고하는 관계에 있던 전직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일부 직원들의 추측성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실을 가지게 할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있다고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임원 등에 대한 미진한 수사가 존 리 전 대표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무죄 선고 취지에는 수긍이 됐지만 선고 직후 존 리 대표를 향해 한 피해자 가족이 외친 “네 양심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울부짖음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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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동아일보 기자
2017.03.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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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첫 문장)를 이렇게 해 봤는데… 맞습니까?” 신문사에서 최고의 아양은 ‘정답 문장’을 점검받는 것이라고 어느 선배가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만사를 전하는 기사지만 다 쓰는 법칙이 있고, 바른 문장과 틀린 문장이 있다는 얘기였다. 글이 수학 문제도 아닐 텐데 정답, 오답이 다 뭔가 싶었다. 기사가 고쳐지면 배우기에 앞서 야속해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니 ‘비교적 잘 쓴 글’이 있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또 타성을 안목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조언이 들린다.‘가장 잘 쓴 글’ 개념이 가능하다면 헌법재판 결정문이 후보에 오를 것이다. ‘법원 판결문에 비해 너무 길다’는 비판이 있지만 결정문만의 매력을 말하는 이도 여럿이다. 어느 결정문은 도덕관의 뿌리를 설명하려 경국대전(經國大典)을 끌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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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7.03.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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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근무 35년 동안 회원사들에게 그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기는 처음입니다.”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최순실씨 등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전경련 박찬호 전무의 말이다. 그는 다른 전경련 실무자들과 함께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관여했다. 시작은 이승철 부회장이 2015년 10월 중순 안종범 경제수석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통이었다. “기업이 참여하는 300억 규모의 재단을 일주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전경련에 재단설립을 지시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례적인 일은 줄줄이 이어졌다. 대상 기업도 이미 청와대에서 점찍어 내려 왔다. 기업별 출연액은 전경련이 정했지만, 그 방식은 매출액에 비례한 것으로 철저히 기계적이었다. 돈을 낸 기업은 재단 이사진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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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7.02.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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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해 대부분 기자들이 그래도 자신은 밥값을 내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다른 기자들이 취재원을 만나 밥값을 어떻게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산하는 자신의 등 뒤에서 “기자한테 이렇게 밥을 다 얻어먹고”라는 감격의 말이 날아들 때 깨달아야 한다. 나는 좀처럼 밥을 사지 않는 인간이라고.기자들이 밥값을 자주 내지 않게 된 정치, 역사, 심리적 이유가 365개 정도 있다지만 다소 구차해지므로 오늘만 생략한다. 일찍이, 받은 것은 바위에 새기고, 준 것은 모래에 쓰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자신이 밥값 낸 일을 뚜렷이 그리고 자세히도 기억한다. 얼마 전에는 현재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어느 대선후보에게 밥을 샀던 선배의 얘기를 한참이나 들었다.그러다 한동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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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7.02.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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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국민일보 기자들이 파업을 했었다. 월급이 끊긴 우리는 돈이 없었다. MB가 아니라 사주와 대립하는 우린 별 주목도 못 받았다. 노동조합은 ‘일일호프’를 기획했고 조합원들이 티켓을 팔러 다녔다. 경제부에서 증권사들을 출입하던 나는 더욱 많은 티켓을 팔 것이 권장됐다. 얼굴을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어차피 마실 술, 이곳에서 드셔 달라”고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뭘, 얼마를 달라고요? 잘 안 들립니다”라는 말이 들렸다.이곳저곳 찾아 무르춤하게 앉아 있다간 짐짓 서로가 비통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티켓 몇장과 흰 봉투를 바꿔 일어서곤 했다. 나는 “고맙습니다. 꼭 와 주세요…”라며 말을 흐릴 뿐이었다. 그러면 한때 취재원이었던 이들이 “부담 없이 말씀하시라”고 했다. 티켓 날짜를 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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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7.02.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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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법관의 권위는 법관이 여러 권력이나 금력에 영합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국민의 신뢰에 기초한다.”지난 13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판결문에는 이례적으로 ‘법관론’이 등장했다. ‘최순실게이트’때문에 어지간한 일은 놀랍지도 않다고 하지만 현직 판사가 뇌물을 받고 재판을 했다는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판결문에는 법원 구성원들이 입은 자존심의 깊은 상처도 담겨 있었다.김 부장판사는 인천지법에서 항소심을 맡고 있던 2015년 2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가짜 수딩젤 유통사범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 가까운 뇌물을 받았다. 그 바탕에는 법관과 사업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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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7.01.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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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기자라고 알리지 않는다. 기자와 마주하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실 기자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친척 가운데 하나 정도 있으면 좋은 그런 존재다. 그마저 부정청탁금지법 때문에 옛날 일이 됐지만. 하지만 나도 신문사에 막 들어간 무렵에는 기자임을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치졸한 바람이 뜻하지 않게 이뤄진 것은 “직업병이냐”라는 말을 들을 때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묻느냐고 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질문하는 기계가 돼 있었다. 하지만 내심 뿌듯했다.“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검찰 출입기자들이 만날 하는 이 질문이 내게는 너무나 어색했다. 이 사람은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억대 수임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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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7.01.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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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재를 마쳤지만 아쉽게도 지면에 담지 못한 기사거리가 여럿 있다. 그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이 청년 변호사 기획이다.시시각각 새로운 스트레이트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획기사가 지면에 들어가기 위해선 꽤나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야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큰 이슈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시의적절’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획기사만이 살아남는다. 청년 변호사 기획은 “왜 지금 이 문제를 다뤄야하느냐”는 질문에서 첫 난관에 부딪혔다. 독자들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컸다.치열해지는 생존 경쟁에 따른 변호사들의 고충은 소위 ‘가진 자들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되곤 한다. 대중들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판·검사, 의사와 함께 이른바 ‘사자 돌림’ 전문직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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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동아일보 기자
2017.01.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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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아래층에 여러 가지 숨겨진 밑그림이 존재하며….”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검찰의 수사결과는 국정농단 사태의 한가운데서도 비중 있는 뉴스였다. 천 화백 본인이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 했지만, 그림의 제작 방식과 이동 경로를 종합한 검찰의 결론은 천 화백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위작자를 자처하던 이도 그림을 보여주자 “흉내낼 수 없다”고 실토했다는 뒷 이야기도 있었다.그럼에도 유족들이 반발한 것 역시 이야깃거리다. 아직도 강력한 근거 중 하나는 원작자의 부인이다.“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 없다”는 천 화백의 생전 발언을 다시 읽노라니 엉뚱하게 떠오른 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좌파 색출, 검사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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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7.01.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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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의결에 가렸지만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었다. 바로 홍만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선고다. 서초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관 변호사로 꼽히던 그는 지난 4월 의뢰인이었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항소심을 맡았던 최유정 변호사와 수십억의 수임료 반환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면서 졸지에 검찰 수사대상이 됐다. 정 전 대표가 상습도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홍 변호사를 통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마카오 등지 300억대 도박 사건이 2013~2014년 무혐의로 마무리됐고, 거액의 도박자금이 들어갔음에도 회삿돈 횡령죄가 빠졌으며 항소심에서 검찰이 구형량을 줄인 점 등이 의심을 샀다. 검찰은 지난 6월 그가 서울메트로 및 검찰 고위층에 대한 청탁 명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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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6.12.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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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기사가 차고 넘쳤다. 사건이 불거지기 몇달 전 홍 변호사와 만나 등산을 했다.홍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이다. 홍 과장은 “내 고향 삼척에 홍씨 집성촌이 있다. 집안 형님들 이름이 일표 이표 삼표 백표 천표 등으로 이어져 내가 만표다. 뒤로도 억표 등이 있다”고 했다.이듬해부터 1년 가까이 매일 아침 6시에 만나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도 했다. 등산을 마치고 그는 “검찰을 떠나고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다. 이 기자는 아프지 말라”고 했다. 그는 수사를 받고 구속됐고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여름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얘기가 돌았다. 나는 2011~ 2012년 대검찰청 기자단 간사였다. 일종의 업무파트너 가운데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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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12.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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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시행은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취재원들과의 식사 및 술자리는 간소해졌고 기자들의 편의를 봐주던 일부 관행들도 사라졌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변화의 바람은 사회 곳곳에서 시나브로 번져가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3주 넘게 ‘엘시티 로비 의혹’ 관련 취재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청탁금지법이 있었다면 지금의 엘시티는 존재했을까?”부산 엘시티 시행사의 실소유자인 이영복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자 ‘로비의 귀재’로 불린다. 이 회장을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이 회장을 ‘사업 수완 좋고 통이 큰 회장님’으로 평가했다. 엘시티 관련 보도에서는 주로 이 회장의 정·관계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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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동아일보 기자
2016.12.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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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가 그치니 상인들도 즐거워했다. 종로4가부터 경복궁에 이르기까지 지하철역 좌판마다 활기가 돌았다. 생수, 과자는 물론 종류별로 내세운 휴대용 스마트폰 충전기와 이어폰들이 불티났다. ‘넘나 포근한 방석’은 USB가 연결돼 전열 효과도 있는 것이라는데, 1만19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는 이가 꽤 있었다. ‘사진이 잘 나오는 셀카봉’이라고 상인이 외치자 ‘박근혜 퇴진’ 손피켓을 든 여학생들이 까르르 웃으며 달려간다.상인들에게 대목을 안겨준 인파는 밤이 이슥해지자 행진을 멈추곤 제가끔 원을 그려 발언을 이어갔다. “부끄럽다, 당장 내려오시라, 이것이 나라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하는 말과 노래가 지난주와 다르지 않았건만 나는 여전히 어딘가 잘못한 느낌이 들어 발언자들의 얼굴을 잘 쳐다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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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국민일보 기자
2016.12.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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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016년 11월 20일 오전,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달 30일도 최순실씨의 갑작스런 귀국으로 새벽부터 소란스러웠던 만큼, ‘최순실 게이트’이후 평화로운 일요일은 드물었지만 최씨의 구속기간 만료일이자 기소일인 20일의 의미는 남다른 것이었다. 이날 있을 검찰 수사발표에서 공소장에 ‘대통령’ 등장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민간인과 공직자로 신분도 다르고 서로 알지도 못한다는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비서관이 ‘공범’으로 묶이려면 대통령의 매개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기밀을 유출했다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도 대통령의 지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참고인조사도 받지 않은 대통령의 혐의를 과연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대통령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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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6.11.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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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 1학년 고전시가강독 시간이었다. 한 학생이 ‘교수님’과 ‘선생님’ 중에서 어떻게 호칭해야 올바르냐고 교수에게 물었다(이 친구는 나중에 국어학 박사가 되어 모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교수는 호칭이 아니라 지칭이다. 교사를 앞에 두고 교사님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수업에서는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내가 자네들한테 선생이라는 존칭을 들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하자, 선생은 설명을 계속했다.내가 다니던 대학은 성균관과 관계가 있는데 학교 일에도 종종 간여했다. 성균관의 영향이 여전하던 1976년 국문학과 교수이던 도남 조윤제 박사가 돌아가셨다. 이후 학교 안에서 ‘도남 조윤제 선생’으로 시작하는 이름의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걸 보고 유림들이 찾
기자의 시선
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2016.11.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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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지 어느새 만 16년이 흘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할 말을 하지 못하면 속병이 생기는 내 성정을 생각할 때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왔다.비록 메이저급의 언론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쓴 기사에 여론이 움직이고 그로 인해 국가의 정책이 바뀌는 짜릿한 순간을 맞을 때에는 ‘이 맛에 기자를 한다’라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서민 집안에서 태어나 고만고만한 대학을 나오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필자가 언감생심 장·차관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과 호형호제 할 때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오만함도 가졌다.대기업을 다니는 친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살았지만 자존심
기자의 시선
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6.11.14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