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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계속되는 불합격으로 쓰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서양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곤 했다. 수험서를 보다가도 순간순간 감미로운 음악을 듣다보면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으로 입은 심신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다.이베이를 통해 구입한 클래식 음악 CD가 400장에 가까운데 그 중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정서를 가졌다는 러시아 태생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들은 유난히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특히 ‘비창’이라 불리는 교향곡 6번은 차이코프스키 사망 직전에 작곡·초연된 곡으로 마치 장송곡처럼 삶의 희로애락이 바람에 흩날려 심연으로 사라지는 느낌으로 마무리된다.차이코프스키의 죽음에 대해선 동성애로 인해 지인들로부터 강요된 것이라는 설과 콜레라 때문에 병사했다는 설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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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사시 52회
2017.04.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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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다녀오는 길에 연료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사무실 근처까지 차를 몰고 왔다(강남은 기름 값이 비싸다. 기름의 품질에는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료를 채우고 나니 주유기 옆에 있는 자동세차 서비스가 눈에 들어왔다.동시에 내 차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먼지도 눈에 들어왔다(내가 봐도 이미 수인한도를 초과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세차도 자주 하지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한달 전부터 이 상태였던 것 같다. 귀찮았지만 시간을 내어 세차를 하기로 결정했다.자동세차 서비스의 구성은 주유소마다 약간씩 다른데, 이날 방문했던 곳은 물기제거를 위한 마지막 걸레질을 ‘셀프서비스’로 운영한다. 차량운전자가 자동세척이 끝난 후 주변에 비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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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변호사·변시 1회
2017.04.0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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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나는 종종 수업을 빼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곤 했다. 나는 궁금한 것이 많았고, 책에서 많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세상은 내 앞에 던져져 있었고 나는 세상의 지도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단순한 산수를 통해 하루에 1권씩 책을 읽으면 1년에 365권을 읽을 수 있고, 70세까지 50년을 매일 1권씩 책을 읽어도 2만권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는 그 1/10도 읽지 못할테니 내가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2000권도 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세상의 작은 귀퉁이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죽을 운명이란 사실을 깨닫고 절망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될 만큼 우스운 생각이지만 그땐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어느 가을날 강의실 창밖으로 단풍나무를 바라보다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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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준 변호사·사시 51회
2017.03.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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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헨데가 쓴 동화소설 ‘모모’의 주인공 모모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것이다. 모모는 특별히 좋은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묵묵하게 들어줌으로써 말하는 사람의 고민을 풀어준다.일반적으로 변호사는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의 직업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불과 몇년 되지 않는 변호사 생활에서 종종 말을 잘 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할 뿐만 아니라 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말을 자주 하는 직업이기에, 타인의 말을 듣고 있기 보다는 내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 습관이 쌓이게 된다.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느 토론장이든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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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변호사·변시 3회
2017.03.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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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 발달에 따라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 gence)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존 인공지능처럼 특정 영역이나 업무만이 아니라 인간처럼 어떤 분야든 스스로 학습하여 결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특이점을 지나면 인간보다 천배 이상 뛰어난 지능을 가진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이 되어 인간과 공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특정 지점인 특이점 너머의 영역은 우리가 인식하기조차 어렵다.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가 남긴 중앙 처리 장치가 사이버다인사의 손에 들어가 인공지능 연구가 진행되었듯 우연히 특이점에 도달할지도 모르고, 그 이후의 세상은 인류 누구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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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사시 52회
2017.03.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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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91년경부터 시작한 산업기술연수생제도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이 현지에서 고용한 인력의 직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명분으로 첫 발을 떼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염가에 해외인력을 공급받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을 뿐 아니라 연수과정에서 심각한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의 문제가 발생하였기에, 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였고, 이를 통하여 외국인 산업연수생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적용, 강제근로금지, 폭행금지, 금품청산, 근로시간준수 및 최저임금법 적용 등을 보장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다.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변호사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실무수습기관을 찾기 위하여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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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변호사·변시 1회
2017.03.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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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년차 개업변호사다. 시장이 언제는 좋은 적이 있었나. 항상 역대 최악이란 말을 하지만 올해는 진짜 어려운 게 맞는 것 같다. 작년엔 대출금도 거의 갚고 차도 바꾸고 이젠 나도 자리를 잡았구나 싶었는데, 올해는 수임이 시원찮아 통장 잔고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이젠 경험이 쌓여 수임이란 원래 기복이 있는 것이고 몇달 지나면 다시 상승기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누가 개업변호사 생활이 어떠냐고 물으면 좋다고 대답한다. 사건이 많으면 바쁘긴 해도 돈을 많이 버니 좋고, 사건이 없으면 시간이 많아서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사건이 많아서 바쁜 적은 몇번 없었고, 사건이 없어도 신기하게 일은 계속 밀린다. 사건이 없을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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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준 변호사·사시 51회
2017.02.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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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되기 오래 전, 일찍 자기 진로를 결정하고 단독으로 개업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 고향이 아닌 지역에서 개업을 한 탓에 점심식사를 함께 할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필자는 의아한 생각에 “너희 병원 직원들과 함께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친구의 답변은 더욱더 의아했다. 친구가 개업을 하는 과정에서 조언을 구했던 선배의사들로부터 “의사가 병원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충고를 들었다는 것이다.그 충고에 내재된 이유는 조금 과장하면 의사와 의사가 아닌 직원들은 서로 신분이 다른 사람들이니 사적으로 함께 뒤섞이는 것이 의사의 권위를 바라보는 시각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친구의 웃기는 이야기로 넘겨버린 경험은 변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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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변호사(변시 3회·전북회)
2017.02.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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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 비중이 전체 국민 소득의 48.5%로 미국에 이어 2위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하긴, 사건 상담하러 오는 의뢰인들이 갈수록 돈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변호사들도 점점 양극화가 심해져서 만나면 다들 힘들다는 얘기만 하는데, 사실 변호사가 원래 그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혹은 벌어야 하는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다. 변호사도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받아야하고, 나 역시 매달 사무실 운영비 걱정을 하지만 단지 돈을 많이 벌 생각이었다면 경영학과를 나온 내가 변호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최근 있었던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선거를 보면서 후보들이 이익단체의 성격만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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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사시 52회
2017.02.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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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학교에서 시행하는 적성검사를 본 경험이 있다.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직업적성 제1순위로 ‘농부’가 적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미분적분을 즐기며, 분자생물학도의 꿈을 꾸던 내가 농부라니… 내가 농부라니!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적성 결과를 받은 친구들이 “적성이 의사면 뭐하냐, 의대를 못가는데” 따위의 자조 섞인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아무도 몰래 결과지를 고이 접어 조용히 교과서 사이 어딘가에 찔러 넣고는 두번 다시 그 종이를 펼쳐보지 않았다.그런데 막상 변호사가 되어보니 그 시절의 적성검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데, 일을 하다보면 한달 혹은 하루에도 몇번씩 농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무릇 농사는 자연의 힘과 사람의 힘이 온전한 조화를 이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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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변호사·변시 1회
2017.02.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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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내 꿈은 평론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야기가 좋았고, 김윤식 선생처럼 소설 나라의 백성으로 살고 싶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전자업체에 잠시 근무했지만 돌고돌아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변호사란 직업은 내가 꿈꾸던 소설 나라의 백성과 비슷한 면이 있다. 끊임없이 사람들의 살아가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변호사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게 된 것 중 하나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놓고서도 쌍방이 하는 말이 전혀 다른 경우는 정말 많았고, 사실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재편성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 일방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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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준 변호사·사시 51회
2017.01.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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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모인 자리에서 직업이 변호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소위 ‘악인’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는 왜 그들을 변호하는 것이냐고 묻는다.언론에 의하여 범죄자로 지목되었을 뿐 실제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답변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설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극단적으로 만인에게 이미 구체적인 악행이 명백하게 밝혀진 사람을 변호하는 변호사는 왜 그들을 변호하는가에 대한 물음. 누군가를 두둔하려는 생각도, 반대로 비난하려는 생각도 없이 그 역할이 자신이 될 수도 있기에 그 물음을 스스로에게 다시 던져본다.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변호사가 악인의 악행을 덮어주고, 처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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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변호사(변시 3회·전북회)
2017.01.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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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변호사들을 살펴보면 보통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의뢰인들은 자신의 사건이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에게 항상 최우선 순위이기를 바라고, 요즘 같이 법률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진 상황에서는 더욱 빠르면서도 완성도 높은 서면과 법률자문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반면, 업무에 필요한 시간은 일정한 상태에서 의뢰인 뿐 아니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 변호사들까지 마음에 들도록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런 경우 다른 시간을 줄여서 업무를 끝내려고 하다보면, 그 다른 시간이 주로 수면시간이 되곤 하는데 가끔 내 생명의 일부를 판결 결과와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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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사시 52회
2017.01.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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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우연히 몽환(夢幻)의 세계에 갇혀버린 주인공 ‘치히로’가 마녀 유바바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마녀 유바바는 타인의 정체성을 잃게 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지배하는데, 주인공에게도 앞으로 ‘치히로’라는 이름을 잊고 ‘센’으로 살아가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치히로는 꿋꿋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다가 결국 몽환의 세계에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오는데 성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 영화가 마무리된다.변호사로서 갈등과 반목의 한가운데 서서 누군가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때로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잊은 채 누군가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에만 매몰되는 경험을 하는 때가 종종 있다.물론 변호사로서 사건에 몰입하다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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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변호사·변시 1회
2017.0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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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개인 영역을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첫째, 45cm 이내의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는 상대의 냄새, 체온, 숨소리를 감지할 수 있고, 애무나 포옹이 가능하여 사랑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거리로 부모 자식간이나 연인사이에 허용되는 거리다. 또한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격투의 거리이기도 하다. 둘째, 45cm~1.2m 이내의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로 친구나 가족 사이의 거리다. 셋째, 1.2m~3.5 m 이내의 사회적 거리(social dis tance)는 직장생활과 같은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충분하지만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먼 거리다. 넷째, 3.5m 이상의 공적인 거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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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준 변호사·사시 51회
2016.12.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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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힘이 세서 때론 상상력을 넘어서기도 하고 반대로 가두기도 한다.”얼마 전 어느 주간지를 읽다가 하나의 문장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비록 영화에 관한 평론에 담긴 문장이었지만, 변호사로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에 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흔히 선입견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추상화된 대상에 관한 고정되고 일반화된 이미지는 위의 말처럼 사고의 폭을 좁게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한다.때로는 그렇게 믿고 있고, 때로는 그렇게 믿고 싶은 선입견들이 있다. 자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부모,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 우애 깊은 형제, 청렴한 정치인,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동운동가, 만인에게 자비롭고 금욕하는 종교인, 차별 없는 교사.고정관념의 틀에 갇혀버린 사고는 직접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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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변호사(변시 3회·전북회)
2016.12.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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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 신청인들 중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계속 하는 경우가 있다. 법인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상담하는 경우는 그래도 내가 상담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다른 기관에서 상담을 하는 경우는 각 신청인당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신청인의 말을 적당히 줄이고, 부수적인 내용 외에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생을 할 때가 있다.그런데 당사자가 외국인인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이런 어려움에 더해서, 언어적인 장벽도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들의 주인공이 외국인인 경우도 있지만, 외국인 특유의 사건들인 난민 관련된 사건이나 강제퇴거·보호명령 등 출입국관련 행정사건들도 있는데 미국식 영어 발음에 좀 더 익숙한 내게 동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의 영어를, 특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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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사시 52회
2016.12.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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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제작된 리처드 톨킨의 장편소설 ‘반지의 제왕’에는 ‘골룸’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골룸은 본래 맑은 영혼을 가진 호빗족(본명 스미골)이었으나, 우연한 계기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뒤 반지에 대한 소유욕에 짓눌려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절대반지의 노예로 살아가는 자이다.그런데 골룸의 모습 중 흥미로운 것은, 골룸이 절대반지로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반지를 소유하는 것 자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골룸은 반지와 함께 용암에 빠져 생을 마감하는 순간 영화 속 장면 중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대한민국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의 국정혼란이 진행 중인 지금, 골룸의 존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사람의 삶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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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변호사·변시 1회
2016.12.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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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 버스타기를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스타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버스의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지나가다 속도를 내며 스쳐가는 풍경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그 풍경 속엔 뭔가 근사한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영사기가 쏘아낸 빛이 극장 안을 떠다니는 먼지를 비추는 것을 올려다 볼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곤 했다.아내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는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제대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항상 내가 해야할 일들을 우선순위로 올려놓았기에 여행은 다음으로 밀려났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여행지의 낯선 길을 걷는 것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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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준 변호사·사시 51회
2016.11.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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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개를 한번 퍼덕인다. 아주 작은 흐름이 촘촘히 연결된 인과관계를 거쳐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으로 만들어진다.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나비효과’라는 문구를, 우리는 최근 뜻하지 않게 인터넷이나 활자화된 지면에서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다. 비록 몹시도 우울한 결론에 대한 냉소와 다양한 방식의 권력을 가졌던 이들에 대한 조소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도 때때로 사건 속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나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당사자가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활자 또는 행동으로부터 갈등이 촉발되어 분쟁이 되고, 극복되지 못한 분쟁이 소송이 되어 변호사의 눈앞에 놓이게 된다.아직 우리 사회가 일상생활에서 법을 예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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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변호사(변시 3회·전북회)
2016.11.21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