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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사람이 발언대에 선다. 남편인 일본 무사 타케히로는 산적 타조마루에게 살해당했고, 아내 마사코는 겁탈 당한다. 사건 현장을 발견한 나무꾼이 관아에 신고했고, 사건을 진술하는 산적과 무사 아내의 진술은 엇갈린다. 죽은 무사의 영혼은 무당의 몸을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 이야기가 모두 다르다.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질 때쯤, 모든 진술이 거짓이라는 나무꾼. 그의 목격담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의 줄거리다. 이 영화를 통해 나온 사회학 용어가 ‘라쇼몽 효과’인데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의미다. 목격자와 당사자의 증언이 엇갈리는 상황은 지금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1950년 작품이지만 ‘라쇼몽’ 속 이기심은 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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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7.10.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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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최대 과제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베일이 벗겨졌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지난 19일 ‘국민의 여망이 담긴 일’이라며 내놓은 공수처 설립 권고안 얘기다.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공수처 권고안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역시 엄청난 규모였다. 검사 50명과 수사관 70명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20명을 둘 수 있는 규모에 즉각 ‘슈퍼 공수처’라는 평가가 나왔다.하지만 기자간담회장에서 규모보다 더욱 주목받은 것은 ‘우선 관할권’이라는 조항이었다. 개혁위는 고위 공직자 범죄를 검찰도 수사할 수 있으며, 검찰은 관련범죄를 인지하면 즉각 공수처에 통지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검찰로부터 고위 공직자 범죄를 통지받은 공수처장이 수사를 검찰에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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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매일경제 기자
2017.09.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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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매년 느긋하게 진행되던 서울고등법원·재경법원 국정감사장은 불난 호떡집이 됐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의 양형이 솜방망이였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선고를 한 안산지원의 상급기관이라는 이유로 불려나온 수원지방법원장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당했다. 선고를 직접 하지도 않은 수원법원장이 뭘 알겠냐만, 어찌됐건 한명이 독박을 쓴 덕분에, 예상답변만 산더미처럼 준비한 다른 법원장들은 해피(?)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그 뒤 상황은 아는 대로다. 인터넷 청원이 빗발쳤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이어졌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두배가 됐고 아동청소년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화학적 거세가 논란 끝에 도입됐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은 옛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그 뒤로 딱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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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석 MBN 기자
2017.09.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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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 기존 주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언론과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판결 이후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이 부회장 사건의 재판부가 유죄 근거로 제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대한 수동적 뇌물공여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관계 등이 논란의 대상이다. 여기에 뇌물공여 등 총 5개의 혐의들에 대한 선고형량인 ‘징역 5년’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일부 유죄 판단을 전부 유죄로 이끌어내겠다며 항소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판결 내용을 대부분 부인하며 완전 무죄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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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이데일리 기자
2017.09.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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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소위 ‘대박 부자’를 만들어준다는 투자업체를 잠입 취재했다. 2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업체 관계자는 화이트보드에 숫자들을 끼적이며 “한 가상화폐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 8개월 뒤 최소 1억 원으로 불어난다”고 홍보했다. 일반 가상화폐는 아니라고 직감했다. ‘금 도매업, 유럽 본사, 60만명 인프라….’ 단어들은 화려했지만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없었다.또 다른 업체도 비슷했다. 업체 소개자인 ‘스폰서’를 밝히지 않으면 입장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카드 포인트를 20%씩 적립하는 멤버십 서비스라고 소개했지만 실체는 월 회비 가입자들을 끌어들이는 모집 다단계였다. “금융회사로 등록했느냐”는 질문에 “본사가 외국에 있다”는 애매한 답만 돌아왔다.접근하기 힘든 불법 다단계 의심업체를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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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채널A 기자
2017.09.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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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로 전입해 여러 생소한 경험을 했다. 그중에서도 생경했던 것은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퇴임식 때 검은색 고급승용차 수십대가 오와 열을 맞춰 전조등을 켜고 도열하던 모습이었다.대검찰청 청사 앞마당에 펼쳐진 그 모습은 장관(壯觀)이라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공익의 대표자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검사(검사선서)’로 수십년 봉직한 검찰 조직의 선배에게 그 정도는 예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군 의장대 사열 정도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외부인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상당했다.퇴임하는 고위 간부가 공식적인 퇴임사 외에 내부 통신망에 남기는 사직 인사도 다른 조직에서는 흔치 않은 관례로 보였다. 대체적인 내용은 소회와 격려, 당부와 같은 것들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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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아시아경제 기자
2017.08.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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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 손해보고 팔았어요.” 얼마 전 모처럼 만난 지인 A씨는 오랫동안 보유했던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를 최근 ‘밑지고 팔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많이 올라 규제대책까지 발표되는 상황에 어쩌다 손실이 생겼는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대략 10억원에 산 걸 13억원에 팔았으니 3억원이나 시세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A씨 생각은 달랐다. 자기가 이 아파트를 보유했던 기간 중 가장 비쌌던 때를 기준으로 따졌다. 최고점이었을 당시 시세인 17억원에 팔았을 수 있는데, 우유부단하게 질질 끌다가 4억원을 날리게 됐다고 진심으로 자책했다.여기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손해를 봤다’는 A씨의 주장은 거짓일까? A씨는 최고점을 기준으로 삼는 해석방법으로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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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 헤럴드경제 기자
2017.08.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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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습니다.”지난 3월 퇴임한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사 중 한 구절이다.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기까지 거쳤던 수많은 고뇌가 ‘고요함 속의 폭풍우’라는 표현에 녹아들어가 있다.지난해 늦가을,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폭풍우는 매섭고 강했으며 우리 국민에게 많은 분노와 실망을 안겼다. 그 바람은 ‘광화문’ ‘여의도(국회)’를 지나 ‘삼청동(헌법재판소)’에 이어 ‘서초동(검찰과 법원)’까지 몰아치고 있다.2016년 12월 19일 첫 재판 이후 8개월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 최순실씨(61)의 수많은 혐의는, 그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대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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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희 뉴스1 기자
2017.08.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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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저명한 학자 난화이진의 한시가 화제다.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읊었기 때문이다.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라는 제목의 시다. 씨를 뿌리는 농부는 비를 바라고, 길을 나서는 나그네는 날이 맑기를 원하는 반면 뽕잎 따는 처녀는 피부가 검게 탈까봐 흐린 날씨를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제각각 원하는 바가 다르니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뜻이 담겼다.문 총장이 대통령에게 이 시에 빗대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며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통령과 뜻이 다르다는 점을 암시했다는 풀이도 나온다.문 총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대통령의 처지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이 시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총장이 이 시를 떠올린 배경에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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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욱 SBS 기자
2017.08.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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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김성근 당시 한화이글스 감독은 청와대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한화 팬들의 강한 요구로 감독에 부임한지 한달 정도 된 시점이다.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고 청와대도 그날 바로 강연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김 전 감독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하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며 자기 길을 가야 한다” “이 일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연 후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새 시대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데 김 감독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며 공감했다. 또 “저희 같은 시니어들에게는 큰 희망이다”고 화답했다.두 사람의 최근 행보는 많이 닮았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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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원 매일경제 기자
2017.07.2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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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사회가 때 이른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지난 2~3월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이하 ‘인권법연구회’) 활동 방해 의혹에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어서다. 판사들은 중지를 모으겠다며 지난 6월 19일 사상 3번째 전국법관회의를 열었지만 회의가 대표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사태는 ‘양승태 대법원장 퇴진론’과 ‘법관회의 월권론’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인권법연구회 사태를 계기로 공세에 나선 법관회의 주도세력의 문제제기가 과거 다섯 차례 사법파동과 다른 점은 스스로 ‘대법원장+법원행정처’에 맞서는 ‘대항권력’형성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각급 법원 판사회의를 거쳐 100명의 판사 대표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법관회의를 상설화하겠다고 결의했다. 여기까지는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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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중앙일보 기자
2017.07.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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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나온 여론은 사실일까. 공동체의 다양한 생각을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사법부가 이를 바탕으로 판결을 낸다면? 조작된 여론을 수용하는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언론이 만든 여론 덕을 톡톡히 본 ‘국정농단’ 당사자가 있다. 최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논란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이른바 백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했던 관계로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의결권 행사 기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경솔하게 판단한 잘못을 자책하고 있다”고 문형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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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혁 파이낸셜뉴스기자
2017.06.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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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내려달라는데요.” 회사 대표번호로 걸려왔다는 피해자 측 민원이었다.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사건이었으므로 더 묻지 않고 ‘그렇게 해달라’고 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이 기사가 실린 이십 삼십여개 매체마다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다.삭제된 기사는 미성년 자녀를 학대한 친부에게 징역 10여년의 중형이 선고됐다는 항소심 판결을 토대로 썼다. 사건 관계인의 이름이 지워진 채 제공된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했어야 할 아버지’를 질타했고 “피해자가 심대한 정신적·육체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도 “자녀를 학대하거나 성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는 사건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연했다. 그렇게 기사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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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원 매일경제 기자
2017.06.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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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자실 책상 위에 재판 일정을 기록해 놓는 달력 하나가 있다. 칸칸마다 이젠 일상이 된 ‘국정농단 재판’ 일정이 빼곡한데, 5월의 마지막 날에 유독 별 표시를 해둔 일정 하나가 있다.5월 31일 오후 2시에 예정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이었다. 이날을 기다린 건 증인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묵을 깰지 모른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인영장마저 거부하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나왔다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어떤 질문을 했을까. 이 전 경호관이 비선진료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으니, 아마도 박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 내에서 받은 비선진료 정황에 대한 질문이 오갔을 것이다. 그리고 신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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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한국일보 기자
2017.06.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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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는 딸 정유라의 스승을 만나러 갈 때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교실이든 연구실이든 일단 문을 연다. 노크는 없다. 모자와 선글라스, 벗지 않는다. 낯선 중년 여성의 등장에 당황한 선생님은 잠시 말을 잃고…. 그 사이 최씨가 말문을 연다.“야 너 나와 봐. 빨리 나오라고(2013년 4월 청담고 송모 교사에게).” “당신이 뭔데, 유라 제적 시킨다고 해(2016년 3월 이화여대 함모 교수에게).” “학장한테 연락 받았죠? 저 온다고(2016년 4월 이화여대 류모 교수에게).”희대의 불청객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은 두 가지. 우선 ‘맞불 놓기’. “어린 게 말대꾸야. 유라 아빠가 누군지 알아(최씨)?” “학교규정 안 지키려면 전학 가세요(송 교사).”이화여대 함 교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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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동아일보 기자
2017.06.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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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다시 기자가 되어 서초동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정윤회 문건’사건이 터졌다. 누군가 ‘올해 마지막 사건이자 최대 사건’이라던 이 사건은 국정농단사건, 그리고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2년 반을 넘어선 지금 ‘재조사 1호’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그해 1월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보고된 2쪽자리 공식 문건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 동향’은 당시 비선실세로 거론되고 있었던 정윤회씨를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먼저 시끄러워진 곳은 여의도였다. 그런데 서초동에서는 ‘이제 곧 사건이 넘어올 것’이라고들 했다. 비선실세 논란이 어떤 형태로 사건화될까 궁금했는데 곧 형태가 드러났다. 청와대는 즉각 ‘문건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한 법적조치를 시사했고, 정윤회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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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7.05.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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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일하다 보면 하마평 기사를 종종 쓴다. 대법관 인사는 현재 대법원 구성을 보고 예측한다. 가령 한 기수에서 대법관이 2명 이상 나왔다면 그 다음 기수에서 후보군을 찾는다. 판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중 현직 대법관의 출신 지역이나 학교가 겹치는 인사를 제외하면 대강의 명단이 추려진다. 그 명단을 들고 법원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인물평을 듣는다. 이 방법을 사용한 예측은 어느 정도 들어맞는 편인데, 대법관 한 명의 인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감안하면 불행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재야 법조계는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가 대법관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민변 회장 출신의 진보적 성향 인사였고, 무엇보다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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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헤럴드경제 기자
2017.05.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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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시작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이 진행된 지도 어느덧 5개월이 됐다.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사람만도 40여명. 얽히고 설킨 인물들 간의 관계만큼이나 어떻게든 형량을 최소화하려는 이들의 셈법도 복잡하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재판 전략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첫째는 ‘모르쇠’형이다. 대표적인 이가 바로 최순실 씨다.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강요, 이대 학사 비리 등 여러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최 씨는 모든 혐의에 대해서 전면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는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의 태도까지 보인다. 법정에 나온 증인들과는 ‘레이저 눈빛’을 쏘며 매서운 설전을 주고받다가도 재판부 앞에서는 “힘듭니다” “억울합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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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동아일보 기자
2017.05.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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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5층에는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축소해놓은 공간이 있다. 관람객들은 대통령 전용 의자에 앉아보거나 벽에 걸린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감상한다.몇해 전 박물관을 찾았다가 한 여자애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을 가리키며 부모에게 “저 분이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야”라고 묻는 것을 우연히 봤다. ‘박근혜 대통령’을 또박또박 발음할 때 존경심이 묻어났다. 대통령 하면 머리가 하얀 양복 차림의 남자만 떠올리던 아이들에게 여자 대통령은 분명 색다른 존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소녀가 장차 이 나라의 지도자, 대통령이 되려는 포부를 품었을지 모른다. 그런 아이들한테 대통령 파면과 구속기소가 부디 상처로 남지 않길 바란다.“앞으로 100년 안에 여성 대통령은 꿈도 꾸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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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세계일보 기자
2017.05.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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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재판이 진행되던 13일. 재판이 거의 끝나가던 오후 6시쯤 한 중년 여성과 남성이 417호 법정 밖으로 나왔다. “아휴, 듣다가 화가 나서 나왔네. 어떻게 저렇게 거짓말을 한대…” 이 여성은 휴대폰으로 복도에 게시된 재판일정을 찍다 법원 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알았어요. 안 찍을게요. 근데 요즘 얼굴이 안 좋으시네요. 재판일정이 많아 힘드신가보다” 이들은 계단을 내려가 총총히 사라졌다. 법원 관계자 안부까지 걱정하는 모습에서 보이듯, 재판방청 이력이 보통이 아닌 듯 했다. 이들은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규모 투자사건의 피해자로 몇년째 법원을 다니며 주요 재판을 방청한다고 한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 사건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최근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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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조선일보 기자·변호사
2017.04.24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