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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손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가을 바람이 민망한, 늦춰진 여름휴가는 닷새를 채우기 하루 전 인천공항에 멈춰섰다. 벌써 1년 5개월 전이다.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2016년 10월 흥신소 직원처럼 대통령의 ‘40년 지기’를 찾아 떠났다. “사람 찾으러 가는 취재는 진짜 오랜만이다.” ‘야마’ 잘 잡는 것으로 유명한 한 선배가 툭 던졌다. ‘미션’의 무게감이 전달됐다. ‘우리는 대통령 잡는 저격수인 건가?’ 추억은 늘 아련하다. 불편하지 않았다.새 정부가 들어섰다. 시계를 되돌렸다. 적폐청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적폐가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는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악연(惡緣)이 시작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러진 바로 그 시점 어디겠거니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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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중앙일보 기자
2018.03.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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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재판에서 악의 본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었죠? 찾은 것 같습니다. 동정심의 부재. 그것이 모든 피고인들이 가진 특성 중 하나입니다. 타인을 느끼는 능력이 없는 것. 악이란… 동정심이 없는 것입니다.”1946년 가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스 독일의 전쟁지도자에 대한 국제군사재판(뉘른베르크 재판)’ 재판부 조사관 ‘구스타프 길버트’ 미군 대위는 연합군 측 수석검사였던 ‘로버트 잭슨(당시 미국 대법원 판사)’에게 악(惡)의 실체를 이렇게 정의했다.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길버트 대위가 ‘뉘른베르크 재판’에 투입된 명목상 이유는 주요 피고인들의 자살방지였다. 그러나 유태인 학살과 같은 잔혹범죄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형사정책적 연구가 사실상 핵심 임무였다. 길버트 대위 또한 유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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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뉴스토마토 기자
2018.03.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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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07년 8월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했던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이 구속된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그러나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그의 거짓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아들인 이시형 다스 전무와,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 일가친척까지 동원해 거액의 불법자금을 조성한 정황까지 드러나자 기자들은 “까도까도 나오는 양파같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국민은 더 이상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해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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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내일신문 기자·변호사
2018.03.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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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정적을 깨고 휴대폰이 울린다.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근에는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구속과 불구속의 기로에 섰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포털에서는 영장 청구 혹은 기각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구속 여론이 높았던 사람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 신상이 털리고 호된 비난을 받았다. 불구속이 무죄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법감정은 달랐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장 삼성이란 자본 앞에 사법정의가 사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강요에 의해 뇌물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피해자가 됐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에게 입혀진 ‘피해자’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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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서영 KBS 기자
2018.02.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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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재판에 출석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구속된 직후였기 때문에 핵심 질문은 ‘비선 보고’가 있었는지였다. 늘 까칠한 모습을 보이던 우 전 수석이기에 답변에 대해 속으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비선 보고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미소를 보낸 것이다. 심지어 마이크를 들고 있던 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맨날 같은 질문 하느라 고생하시네.”검찰에 처음 출석할 때 취재진에게 레이저 눈빛을 쏘던 우 전 수석이기 때문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포토라인에 서는 게 익숙해졌다고 해도 그의 변화는 뜻밖이었다. 게다가 이른바 ‘궁디팡팡’을 해주고 법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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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근 MBN 기자
2018.02.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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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개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출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인 판사들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 등 공개된 문건들은 충격적이었다. 이중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끈 문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었다. 문건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행정처는 2015년 1월 있었던 원 전 원장의 2심 판결 전후로 청와대와 각각 판결 예상·결과에 대해 대화했다. 2심 판결은 1심과 달리 원 전 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를 인정했다. ‘왕수석’으로 불렸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행정처에 불만을 표했다. 행정처는 우 전 수석에게 ‘사법부의 진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대응 방향으로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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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이데일리 기자
2018.02.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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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 앞에서 준비되지 않은 말을 해야 하는 고역(苦役)을 치르는 상황은 두 가지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면접장에 온 구직자이거나,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는 경우다.물론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 준다는 건 때로 신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어렸을 땐 구연동화를, 조금 더 자라서는 웅변을 배웠고 커서는 방송기자가 되어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말을 여러 사람이 듣는 것이 좋았던 건, 언제나 두 가지 전제가 든든히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첫째, 나는 준비된 말을 했다. 입을 열기 전 미리 정해진 대본이나 짜여진 연설문, 승인된 기사문이 있었다. 둘째, 듣는 사람이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말을 할 수 있었다.하지만 면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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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중앙일보 기자
2018.01.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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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둘째주 금요일 저녁. 한 변호사가 우리 메인뉴스에 출연했다. 최환 변호사였다. 영화 ‘1987’을 감명 깊게 본 터라 인터뷰가 귀에 붙었다. 영화와 실상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긴박했다. “윤상삼 기자가 검찰청 캡인데, 박스를 슬며시 준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말했어” 빨려들었다. 삼국지 연의를 읽은 뒤 정사를 보는 기분, 그것도 공명에게 직접 적벽가를 듣는 느낌과 같았다. “지금의 역사를 여는데 약간의 기여를 했다고…” 당시 부당한 권력에 맞섰던 최 검사장의 방송 마지막 얘기였다.영화 속 실제 인물들의 근황이속속 전해지고 있다. 오연상 의사는 개인병원을 열었고, 김정남씨는 재야학자로, ‘민주화 배달부’ 교도관 한재동씨와 이부영 전 의원은 박종철 열사 추모제에 늘 얼굴을 비추곤 했다. 영화에는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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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BBS 기자
2018.01.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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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내가 만난 법관들의 생각은 이러했다. 모 판사는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곳이 사법부인데 국민이 법원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판사는 “사건을 맡은 판사가 사건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판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으로 “동료 법관의 판단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법조계 불문율”이라고 말한 판사도 있었다.이런 생각이 일부 법관들의 것만은 아닌 듯했다. 지난해 말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적폐청산 수사의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했다. 또 군 사이버사 댓글공작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기획실장이 신청한 구속적부심에서 법원은 두 사람을 풀어줬다.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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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이투데이 기자
2018.01.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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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0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의 1심 선고 공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법조팀 기자로 발령받고 처음 방청한 선고 공판이었다.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한 뒤 김 전 사장은 법정 밖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곁에서 부축하던 그의 부인도 흐느꼈다. 김 전 사장은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김 전 사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재임 중 자산가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해 5000억원 상당의 국고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과정의 비리를 집중 수사한 뒤 김 전 사장과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강 전 사장도 김 전 사장처럼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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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서울경제 기자
2018.01.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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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내가 좋아하는 범죄 수사물의 단골 대사, ‘미란다 원칙’의 기원은 1963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성년자를 납치해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에르네스토 미란다는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스스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꼼짝없이 유죄를 선고받게 될 위기에 처했던 그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건 알빈 무어라는 국선 변호사를 만난 덕분이었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에 따라 스스로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술한 내용은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피의자의 헌법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 판결의 교훈은 요즘 우리 법정에서도 이슈다.국정 농단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은 자신의 재판에 불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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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원 YTN 기자
2018.01.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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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하나.“진득하게 수사 하면 뭐합니까, 에휴….” 사건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필자의 전화를 받은 부장검사가 깊은 한숨을 쉬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영장 청구 당시 구체적인 피의사실은 수사 중이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던 검찰은, 기각 다음날 ‘보란 듯이’ 피의사실을 일부 공개하며 법원 결정에 대한 유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에피소드 둘.뇌물 혐의 등을 받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한번 기각된 날, 차장검사는 티타임(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일컫는 용어) 자리에서 실제 티(Tea)를 돌렸다. 날도 춥고 마음도 추워서라고…. 기각에 대한 유감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법원의 기각 문구는 그동안 본 적도 없다며 곧장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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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혜 연합뉴스TV 기자
2017.12.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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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김기춘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징역 3년이 선고되는 순간, 김기춘 피고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법원의 첫 판단에 따르면 음습한 기운으로만 느껴진 블랙리스트는 실제 존재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과 1980년 광주를 2017년 오늘로 소환한 영화 ‘택시 운전사’를 찍은 송강호씨는 블랙리스트의 음습한 기운을 이렇게 얘기했다. “소문만으로도 블랙리스트의 효력이 발생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작품은 정부가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기검열을 했다는 것이다. 송강호 정도 되는 배우가 이런 부담을 느꼈다면 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그런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법부에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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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법률방송 기자
2017.12.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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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쓰는 칼과 살인자가 쓰는 칼은 각도만 다르다. 나는 사람 몸을 갈라내고 장기를 뜯어내고 혈관을 발라낸다.” 귀순 중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 북한 병사 오모씨의 주치의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의 말이다.이 말을 듣고 ‘적폐청산’을 기치로 한 현재 검찰의 서슬퍼런 칼날이 떠올랐다. 지난 9년간 보수 정권에 산적했던 수많은 ‘적폐’를 겨냥한 전방위 ‘사정’의 칼날.검찰 수사는 외과수술에 비견된다. 소위 수사 잘하는 검사를 ‘칼잡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권이란 칼을 잡고, 범죄라는 환부를 기소를 통해 잘라낸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각종 부처들이 불법에 한 데 엮이고, 이명박·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그 불법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외과 집도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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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문화일보 기자
2017.11.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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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신문방송학과 수업 시간이었다. 교수는 당시 한창 논란이 일던 한 방송 프로그램 영상을 틀어줬다. 게스트로 출연한 일반인은 방송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옷과 구두, 장신구를 늘어 놓으며 자신의 재력을 거리낌없이 과시했다. 명품 마니아로 소개된 그는 별다른 직업이 없지만 부모님의 용돈만으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방송 직후 인터넷은 불이 났다. “보기 불편하다” “방송에서 말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출연자의 사치스러움을 비난하는 악플이 몇 주간 포털 사이트를 뒤덮었다. 네티즌들은 금세 출연자의 신상을 털어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실어 날랐다. 이윽고 출연자의 발언이 일부 거짓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참다못한 해당 출연자는 “제작진이 써준 대본대로 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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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 헤럴드경제 기자
2017.11.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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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을 거듭하며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가 거스 히딩크 감독 선임 문제로 시끄럽다. 측근 입을 거쳐 다시 한국에 헌신할 수 있다는 히딩크 의중을 대한축구협회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팬이 들고일어났다.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가 됐지만, 8개월 남은 월드컵에서 예고된 망신을 피하고자 그를 부르라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팬의 ‘히딩크 사랑’은 단순히 월드컵 성적에만 기인한 게 아니다. 현대가가 20년 넘게 회장직을 잡고 있는 축구협회는 ‘현대축구협회’라 불리며 인맥에 의한 인사 돌려막기·임원 비리 등 적폐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15년 전 히딩크는 학연·지연 등 한국 축구의 여러 적폐를 걷어내고 ‘4강 신화’를 썼다. 애창곡 ‘마이웨이’처럼 자기 길을 간 덕이다. 팬은 국내 축구의 기본 토양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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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뉴스토마토 기자
2017.11.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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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절뚝거리며 걷던 나를 한 선배가 불러 세웠다. 선배는 “왜 다쳤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게 “운동하다 다쳤다”는 말이 나왔다. 아차, 싶었다. 사실 나는 운동하다 다친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발을 헛디뎌 다리를 다친 거였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는데 거짓말은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입 밖으로 달려 나갔다. 온종일 ‘왜 거짓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나 같은 ‘거짓말쟁이’는 법정에서도 자주 만난다. 한 증인은 검찰에서 A라고 한 진술을 법정에선 B라고 바꿨다. 검사가 조사 때 윽박질러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재판장이 진술이 번복된 이유를 묻자 증인은 “헷갈렸다”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른 법정에선 뻔히 들통 날 거짓말을 청문회에서 했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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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동아일보 기자
2017.11.0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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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아이스크림이다.”타사에서 단독 기사가 나온 뒤 안타까워하는 기자에게 부장급 선배가 한 말이다. 사건의 얼개는 파악했지만 세부 내용을 더 취재해 쓰겠다며 미루다가 물먹은 상황이었다(물먹다: 낙종을 뜻하는 기자들의 은어). 타사 보도 내용이 기자가 파악한 팩트보다 더 나아간 것이 거의 없어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더 컸다.이때 선배는 “취재된 내용을 빨리, 남들보다 먼저 쓰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이 녹아 사라져 단맛을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기자에게 조언한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는 한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명언이라고 생각한다.적기(適期)를 놓쳐 후회하는 건 일상 다반사다. 개인적으로 친구 간, 이성 간 다툼 후에 사과할 시기를 놓쳐 사람을 잃은 일도 있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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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람 한국일보 기자
2017.10.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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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외부 개입 없이 법원 스스로 개혁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최근 기자가 일선 판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판사들의 걱정 서린 말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판사들의 우려는 더욱 심각한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법원의 고유 권한인 구속영장 심사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사건건 불만을 대놓고 드러내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지난달 법원은 국가정보원 댓글부대와 관련한 국정원 퇴직자들의 친목모임인 ‘양지회’ 전현직 간부 2명과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이에 검찰은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납득할 수 없다”며 강
기자의 시선
유선준 파이낸셜뉴스 기자
2017.10.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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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객 김광석의 죽음은 그의 노래 제목처럼, 그렇게 잊힐 뻔 했다. 이상호 기자가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을 통해 제기한 타살 논란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김광석이 이전에 알려진 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주변인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요지다. 영화를 제작한 이 기자는 지난달 김광석의 딸 서연씨에 대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자신 있는 목소리로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고 말했다.자살과 타살, 진실과 의혹 그 중간쯤에 선 서씨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서연씨가 이미 오래 전 사망했고, 이 사실을 숨긴 채 김광석 유족과 저작권 수익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는 점, 그리고 남편 친구와 내연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그의 반박은
기자의 시선
김민순 세계일보 기자
2017.10.16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