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등, 공직사회 기득권 카르텔 방지 토론회 개최

국민 77% "경력 인정 불필요"… 경력인정범위 조정안 제기

시험면제 대신 상당 금액 연금 보장 등 개선책 마련 주장도

△ 양종삼 권익개선정책국장이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열린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 방지 및 전관특혜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양종삼 권익개선정책국장이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열린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 방지 및 전관특혜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공무원 출신에게 일률적으로 국가자격시험 일부 과목을 면제하는 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업무 전문성과 무관하게 재직 기간을 기준으로 시험과목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한국정책학회와 공동으로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 방지 및 전관특혜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양종삼 권익개선정책국장은 '국가자격시험 제도·운영과정의 공정성 제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양 국장은 '공무원 몰아주기'로 논란을 겪었던 제58회 세무사 시험을 예로 들며 공직경력 인정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국장은 "제58회 세무사시험 2차시험 당시 세무공무원만 면제된 과목에서 과락률 82.13%가 발생해 세무공무원 합격자 비율이 57회 6.6%에서 58회 33.6%로 증가했다"며 "이는 많은 청년에게 좌절감을 줬고,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국민과 공무원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자격시험을 치르는 공직자는) 전문성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공직경력을 인정해 특혜를 줄 필요도 있다"며 "사실 문제는 어느 범위까지 공직경력을 인정해주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지도·감독 업무, 인허가 업무, 단순 행정관리업무 등도 공직경력으로 인정하는 등 인정 범위를 과도하게 잡고 있는 점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가자격시험 면제대상이나 경력 인정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국장은 △2차 시험과목 면제 폐지(1차 시험 면제 후 자동자격부여되는 보세사, 소방안전관리자 시험 등은 공직경력 인정 폐지) △공직경력 특례 인정제도 전면 폐지(유예기간 2년) △공직경력 특례제도 단계별 폐지 △전문자격시험 관련 면제대상 기관업무 및 경력인정 업무범위 조정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공직경력 인정제도를 운영 중인 전문자격증은 △법무사 △세무사 △관세사 △보세사 △행정사 △공인회계사 △손해사정사 △보험계리사 △변리사 △경비지도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손해평가사 △소방시설관리사 △소방안전관리자, 총 15종이다. 이 중 공직경력 면제자 응시율이 10% 이상인 시험은 세무사시험(19.3%), 경비지도사(32.9%), 감정평가사(13.2%), 소방시설관리사(20.2%)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참여 국민 3534명 중 77%가 공직경력 인정제도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대상 설문에서는 중앙공무원 3만 9734명 중 52%, 지방공무원 9만 7812명 중 46%가 해당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열린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 방지 및 전관특혜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열린 ‘공직사회의 기득권 카르텔 방지 및 전관특혜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신준섭 중앙대 교수는 "공무원 경력 인정 제도는 일반응시자들이 나아가야 할 시장을 막는 잘못된 특혜"라며 "전문성 판단 기준을 단순히 근속연수로 잡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대에 적합했던 제도"라고 덧붙였다.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단 한 번의 시험을 통과했다고 퇴직 이후에도 기득권이 보장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공직자가 1차 시험을 치르는 건 무자격자가 무임승차하는 것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기원(변호사시험 5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공무원의 근무의욕 고취, 유능한 인재 채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공직경력 인정 제도라고 할 수 없다"며 "유능한 인재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데는 공무원 보수 및 연금 인상 등 수단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보수는 높일 수 없더라도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장기간 근속 후 퇴직하면 상당한 연금을 보장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며 "공무원에게 성직자와 같은 중립적 심판자, 감시자로서 공적 의무만 요구하면서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혜택만을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관특혜·카르텔 차단을 위한 취업·행위제한 강화 △ 공직내부 개방성 제고 및 청렴준법감시제 도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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